국내 증권사가 판매하는 리테일 채권에 투자자들이 다시 몰려드는 모양새다. 채권의 절세효과와 하반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지난달 온라인 및 오프라인 창구로 판매된 리테일 채권 판매금액이 1조8000억원을 돌파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1조1000억원) 대비 1.6배 급증한 규모로 통상 연초 채권 수요가 덜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만기 10~30년 이상의 장기 국고채가 지난달에만 2442억원어치 팔렸다. 아직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시장환경과 하반기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 하이브리드채권으로 통하는 신종자본증권도 이 기간 635억원 팔렸다. 전년 동월(310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채권 투자에 과세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도 투자자들을 이끌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2년 유예되면서 기존처럼 채권의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비과세다.
또한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을 높은 금리로 매수하면, 표면금리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으로 과세돼 절세효과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저금리 시기에 발행돼 유통 중인 국고채와 국민주택채권 등 저쿠폰채권의 경우 표면금리가 연 1%대로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이 최근 발행되는 국고채, 회사채 등 일반 채권 대비 3분의 1수준이다.
특히 하반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중장기 채권의 수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에 대한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면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매매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국고채 장기물의 경우 거래량이 많고 유동성이 풍부해 원하는 시기에 매도도 가능하다.
동시에 금리가 더 낮아지기 전에 고쿠폰 채권에 장기 투자하려는 수요도 확인된다. 실제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은행 예금금리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신종자본증권은 발행금리가 연 4~5%대에 결정되고 있다. 이에 지금을 금리인상 막바지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일 이전부터 투자 문의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동준 KB증권 WM(자산관리)투자전략본부장은 "단기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자본차익이 큰 폭으로 발생한 장기채권의 이익 실현을 고려할 수 있다"며 "예금 금리가 낮아지는 구간에서 절대금리가 높고 신용 위험이 완화된 회사채를 활용할 것"이라고 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