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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투자한 회사가 양치기소년처럼 약속 어겼다면?

  • 2023.02.12(일) 10:03

[박수익 기자와 진성훈 그룹장의 감각적인 주식토크]
불성실공시의 3가지 종류.. 불이행·번복·변경
벌점 8점 거래정지. 누적 15점이상 상폐 심사

자본시장에서 공시(公示)는 기업과 투자자의 약속이죠. 그런데 간혹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란 제목의 공시가 나옵니다.

말 그대로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회사에 한국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이란 딱지를 붙이는 겁니다. 이런 딱지를 붙이는 건 공시 규정을 위반한 회사에 경고하는 의미와 함께 해당 종목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런데 공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성실공시의 종류가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 3가지로 나뉜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어려운 단어는 아닙니다만, 은근히 헷갈리는 용어이죠. 

그래서 비즈니스워치 박수익 기자와 코스닥협회 진성훈 그룹장의 감각적인 주식토크 [박진감] 두번째 주제는 불성실공시로 정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공시줍줍 '박진감'

공시란 단어를 '약속'으로 바꿔보면 이해가 좀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약속불이행(=공시불이행)은 사전에 아무런 얘기 없이 그냥 약속 장소에 안 나타난 것이죠.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죠.

약속번복(=공시번복)은 본인이 먼저 밥 먹자고 해놓고선 일방적으로 취소한 겁니다. 역시나 기분 나쁘고 경우에 따라선 다신 보고 싶지 않은 사이가 될 수도 있죠. 

마지막으로 약속변경(=공시변경)은 약속 시간 임박해서 불가피한 일 생겼다며 다른 날로 연기하자는 겁니다. 그나마 약속불이행, 약속번복보단 덜 기분 나쁘지만 역시나 유쾌한 상황은 아닙니다.

공시 규정에 나오는 진짜 정의는 이렇습니다.

공시불이행= 공시의무사항이나 조회공시 등을 신고기한까지 공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공시하는 경우 (유가 공시규정 29조, 코스닥 공시규정 27조)

공시번복= 이미 공시한 내용을 전면취소, 부인 또는 그에 준하는 내용을 공시한 경우 (유가 공시규정 30조, 코스닥 공시규정 28조)

공시변경= 이미 공시한 내용의 금액이나 비율 등 중요사항을 변경하는 경우 (유가 공시규정 31조, 코스닥공시규정 제29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절차 / 그래픽=비즈워치

불성실공시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오는 것은 아니고요. 

한국거래소에서 먼저 '지정 예고'를 합니다. 그다음 상장회사에 소명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상장회사는 이의신청도 합니다. 이후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판결을 내립니다.

그럼 최근 공시 사례를 한번 볼까요?

더코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내역 / 그래픽=비즈워치

지난달 27일 '더코디'란 이름의 코스닥 회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습니다.

이 회사가 2018년 6월에 발표했던 타법인 주식 출자증권 양도 결정과 관련 공시불이행 10건, 공시번복 1건이 묶어서 나온 겁니다. 최소 공시 이후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내용을 바꾸다가 결국 취소됐다고 밝힌 건데요. 

이렇게 불성실공시법인이 되면 공시위반의 중요성(투자자에 미친 영향)에 따라 벌점을 받습니다. 더코디는 벌점 13.5점을 받았는데요. 

벌점 8점 이상이면 하루 매매거래정지, 최근 1년간 누적 벌점 15점 이상이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입니다. 

더코디는 벌점 8점을 훌쩍 넘었기 때문에 하루 매매거래정지가 되었고, 이 내용은 '주권 매매거래정지'라는 제목의 별도 공시로 지난달 30일 나왔습니다.

또한 더코디는 앞으로 1년간 벌점 1.5점을 더 받으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됩니다. 상장폐지 심사대에 오르는 것이죠. 

커머스마이너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내역 /그래픽= 비즈워치

참고로 더코디가 양도(매각)하려던 타법인 주식은 '커머스마이너'(옛 이름: 이에스브이)란 회사인데요. 커머스마이너 역시 공시불이행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며 벌점 14점을 받습니다. 

커머스마이너 사례는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불성실공시인데요.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통상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이후 불성실공시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최대주주 변경이란 게 한때는 굉장한 호재였지만, 지금은 결코 호재가 아니라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볼까요?

한송네오텍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내역 /그래픽=비즈워치

작년 12월 1일 한송네오텍이란 코스닥 회사가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는데요. 공시변경 사례입니다.

유상증자 납입일, 즉 증자 대금 들어오는 날짜가 계속 바뀐 겁니다. 6개월 이상 바뀌다 보니, 공시변경에 해당해서 벌점 7점 받았고요.

그런데 위의 표를 보시면 최근 1년간 벌점은 9.5점이죠. 다른 내용으로 벌점 2.5점을 더 받았다는 얘깁니다. 작년 7월 전환사채권 발행 결정을 철회하면서 벌점을 받은건데요.

한송네오텍의 불성실공시도 최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울러 불성실공시가 한 번 나온 곳에서 반복적으로 더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고요.

진성훈 연구정책그룹장은 "불성실공시가 최대주주 변경이나 증자, 감자 등과 관련한 공시는 불성실공시와 연결될 수 있어 조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 그룹장은 "다만 상장회사가 어쩔 수 없이 불성실공시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며 "코로나 국면에 경기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계약 파기를 당해 공시번복에 해당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친구가 나와의 약속을 고의로 파기한 건지, 어쩔 수 없이 약속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건지. 우리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죠. 

마찬가지로 투자한 기업이 공시를 번복하거나 바꿨을 때 그 이유를 따져봐야 합니다. 투자기업이 고의로 몇 번이나 약속을 파기했다면 양치기소년처럼 손절 대상이죠.

참고로 오늘 살펴본 커머스마이너, 한송네오텍은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어서 현재 거래정지 중입니다. 

*이 기사는 비즈니스워치 증권부가 독자 여러분과 소통하는 유튜브 채널 [공시줍줍]의 코너 [박진감]에 업로드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유튜브에서 [공시줍줍]을 검색하시면 더 박진감 넘치고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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