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익 비즈니스워치 기자와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의 감각적인 주식토크 [박진감]. 오늘 주제는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1부)입니다.
최근 KT, 우리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죠.
국민연금을 시작으로 여당,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를 지적하면서 결국 KT가 공개 경쟁방식으로 다시 CEO 선임 절차를 거치겠다고 발표했고요.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이 최근 연임 도전을 포기한 배경에도 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죠.
KT와 우리금융지주는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입니다. 소유분산기업이란, 지분이 굉장히 잘게 분산되어서 확고한 대주주가 없는 기업을 뜻하는데요.
주로 KT(옛 한국통신), 포스코(옛 포항제철),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처럼 과거에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가 민간으로 지분을 분산한 상장기업이 있고요. 우리금융지주처럼 과거 은행 부실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가 민영화했거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정책에 따라 거대주주가 등장하기 어려운 금융지주회사도 소유분산기업으로 분류합니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수십년 장기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뚜렷하게 없다보니 소유분산기업의 1대주주 혹은 2대주주는 국민연금인 경우가 많은데요. KT는 국민연금이 1대주주(9.95%), 우리금융도 국민연금이 2대주주(7.86%, 1대주주는 우리사주조합)입니다.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는 쪽에서는 CEO한테 모든 권한이 집중된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KT는 이사회 10명 중 8명이 사외이사, 우리금융지주도 9명 중 7명이 사외이사입니다.
사외(社外) 즉 회사에 상시 출근하지 않는 이사는 아무래도 상근하는 사내이사보다 회사 사정에 밝진 않겠죠.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가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소위 '지배구조 평가'를 얘기할 때는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회사가 좋은 지배구조를 가진 곳이란 인식이 강했거든요.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게 평가해왔죠. 사외이사 비중이 높으면 사내 경영진의 독단적인 활동을 감시할 수 있고, 외부의 시각에서 균형 잡힌 조언을 할 수 있다는 취지였죠.
실제로 한국ESG기준원이 작년에 평가한 주요 상장회사의 ESG(환경·사회책임·거버넌스) 평가등급을 보더라도 소유분산기업 대부분이 최고등급(A+ 또는 A)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고요.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럴까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걸까요?
이와 관련 진성훈 코스닥협회 그룹장은 우리나라의 ESG 평가는 기본적으로는 회사 내부 실사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독립성있고 전문성도 갖춘 사람을 사외이사로 많이 뽑은 것과 실제로 그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죠.
형식만 보고 실질은 보지 않는다면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의문은 있습니다.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연일 거론하는 정부와 국민연금의 의도는 과연 순수한 것인가?
이 대목에서 진성훈 그룹장은 우리나라 소유분산기업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디렉터(Director)와 오피서(Officer)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을 꼽습니다. 이 문제는 다음 시간에 알아봅니다.
*이 기사는 비즈니스워치 증권부가 독자 여러분과 소통하는 유튜브 채널 [공시줍줍]의 코너 [박진감]에 업로드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유튜브에서 [공시줍줍]을 검색하시면 더 박진감 넘치고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