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상장리츠(REITs)는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써 알려져 있다. 인플레이션 방어 목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기초자산인 부동산 임대료도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오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그 상식이 깨졌다. 금리가 너무 급격하게 오르자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상장리츠 주가도 대거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힘들었던 시기는 지나고 있다. 연초 이후 상장리츠 주가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시장에선 새로운 상장리츠가 속속 등장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해 상장 일정을 한차례 미뤘던 한화리츠도 다시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3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리츠 운용을 담당하는 박성순 한화자산운용 리츠사업본부장을 만나 한화리츠에 대해 알아보았다.
상장리츠 악재였던 고금리…이점으로 승화
지난해 리츠시장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상장리츠 대다수는 1~2년 이내 리파이낸싱(기존에 조달한 자금 상환을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이 예정돼 있어 이자 비용이 늘어나 배당 성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우려와 달리 올해 들어 롯데리츠, NH올원리츠 등이 5%대 금리 수준에서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7%가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으나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자금조달이 이뤄진 덕분이다.
실제 지난해 부진에 시달렸던 상장리츠가 올해 들어 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상장리츠 평균 주가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iSelect 리츠' 지수는 연초부터 지난 10일까지 4.2% 상승했다.
박성순 본부장은 "상장리츠가 지난해 침체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금리상승 속도나 정점 등 통화 정책 컨센서스가 확인되면 낙폭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금리 안정화로 시장에 활력이 생기고 상장리츠 전체 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리츠는 한화손해보험 여의도사옥, 한화생명보험 노원사옥, 한화생명보험 평촌사옥, 한화생명보험 중동사옥, 한화생명보험 구리사옥 등 5개 건물을 보유한 리츠다. 상장 이후 5년 평균 예상 배당수익률은 6.85%다.
지난해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진행한 대출 조달금리는 5.57% 수준이다. 이는 신한알파리츠(2.77%), 코람코더원리츠(2.55%) 등 다른 상장리츠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금리의 급격한 변동을 경험하고 리츠를 만들어 대비책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1년간은 고정금리, 이후로는 변동금리로 계약해 향후 금리가 하향 안정화하면 대출금리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는 고정금리, 2~3년 후에는 변동금리로 대출해 금리가 안정화하면서 이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대출금액도 3분의 1씩 만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 상장리츠의 경우 향후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현재보다 높은 금리로 바뀔 수밖에 없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한화리츠는 주가 하방 안정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금리가 높을 때 리츠를 만들어 유리한 부분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금리인상 여파로 자산가치가 하락했을때 매입해 향후 기대수익률(캡레이트)이 높다는 설명이다. 캡레이트는 부동산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로, 주식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는 "한화손해보험 여의도사옥의 경우 근처 건물보다 1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었다"라며 "해당 건물 캡레이트는 4.85%로 여의도중심업무지구(YBD) 평균 3.1%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지원 받는 스폰서리츠…안정적 수익추구 가능
박 본부장은 한화리츠 투자 포인트로 한화생명이 대주주로 참여한 스폰서 리츠라는 점도 강조했다. 든든한 스폰서가 뒷받침해주고 있어 예상 배당수익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한화리츠 지분 46.2%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한화생명을 포함 한화그룹 계열사 68.2%가 장기 임차했으며 주요 자산인 여의도 사옥의 경우 계열사 91.7%가 책임 임차했고 임대율 99.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장점이 단점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열사들이 임차해 있어 임대료 인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현재 5~7년 임대차 계약을 했는데 매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따라서 임대료가 연동되도록 계약해 놓은 상황"이라며 "여의도 사옥은 최근 한화시스템이 계약만기였는데 임대료를 올려 재계약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포인트로는 상장 이후 약 한 달 만에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한화리츠의 결산 주기는 매년 4월 말, 10월 말로 오는 4월 바로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상장 직후 약 1개월 보유 시 연 환산 약 24%의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리츠는 오는 3월 말 상장을 목표로 3월 초 공모청약에 도전한다. 대부분의 자금은 스폰서인 한화생명과 프리 IPO를 통해 조달했으며, 공모를 통해서는 1160억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공모자금은 리츠를 설립하면서 실행한 브릿지론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