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 시장 상장사들이 올리는 공시 중 심심치 않게 보이는 제목이 있어요. 바로 '전환사채(해외전환사채포함)발행 후 만기 전 사채취득'이라는 제목의 공시인데요. 2월에만 만기 전 사채취득 공시 14건이 올라왔어요. 최근에는 휴온스와 오르비텍이 공시를 올렸어요.
▷관련공시: 휴온스 2월 13일 전환사채(해외전환사채포함)발행후만기전사채취득
▷관련공시: 오르비텍 2월 13일 전환사채(해외전환사채포함)발행후만기전사채취득
공시제목을 풀이하면 회사가 발행한 사채(社債)를 만기가 끝나기 전에 채권자로부터 돌려받았다는 의미예요. 즉 채권자가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산 뒤 회사에 다시 반품시켰다는 의미죠.
반품한 채권을 회사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소액주주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식연계채권 중에서도 전환사채를 많이 발행하는 만큼 전환사채의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의 의미와 향후 처리방향에 따른 장단점을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만기 전 사채 취득' 여러가지 의미
회사가 만기 전 사채취득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크게 ①채권자가 요구해서 ②회사가 원해서로 나눌 수 있어요.
①채권자가 요구했다는 건 전환사채에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조항이 있었다는 뜻이에요. 만기가 오기 전에 회사에 내 돈(원리금) 갚으라고 요구했다는 뜻이죠.
②회사가 원해서 만기 전 사채를 취득했다는 건 콜옵션(매도청구권) 조항이 있었다는 뜻. 만기 전 회사가 먼저 채권자에게 돈(원리금) 갚을 테니 채권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의미예요.
어떤 옵션이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지는데요. 채권자의 풋옵션 행사로 만기 전 사채 취득을 했다면 채권자가 주식전환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전환사채는 채권자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중간 중간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올라가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주식연계채권이죠. 주식으로 바꿀 수 있음에도 채권자가 풋옵션을 행사했다는 건 더 이상 주식 전환을 할 의미가 없다는 뜻이에요.
채권자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지 않는 이상 주식전환을 포기했다는 것은 원하는 시세차익을 얻을 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은 상황이라 볼 수 있어요. 특이 이자율이 0%로 사실상 주식전환만을 목적으로 채권을 사간 경우, 더더욱 채권자가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겠죠. 반면 회사 입장에서는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이자율 0% 채권을 유지하는 게 더 이득이겠죠.
2021년 이자율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던 파워넷은 최근 채권자의 풋옵션 행사로 23억원 규모의 채권을 만기 전 취득했어요. 이자율이 0%이기 때문에 채권자는 애초에 주식전환을 통한 시세차익 확보만을 목적으로 채권을 샀지만 기대만큼 파워넷 주가가 상승하지 않은 것이죠.
▷관련공시: 파워넷 2월 9일 전환사채(해외전환사채포함)발행후만기전사채취득
그럼 콜옵션을 행사하는 사례를 볼까요.
회사가 원해서 만기 전 사채를 취득했다는 건 회사가 채권을 갚을 만큼 여유자금이 생겼거나 주식전환시 발생할 지분율 하락 및 경영권 위협을 막기 위한 이유일 수 있어요. 또는 콜옵션 행사를 통해 최대주주 등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채권 일부를 넘기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요.
아니면 채권자가 원하는 조건(이율 등)에 맞춰 다시 전환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만기 전 사채를 취득할 수도 있고요.
지난달 세종메디칼은 '추후 다른 채권자에게 채권을 팔기 위한 콜옵션 행사'로 만기 전 사채를 취득했다고 밝혔어요. 이노시스도 '회사의 콜옵션 행사'로 만기 전 사채를 취득했다고 공시했어요.
▷관련공시: 세종메디칼 1월 12일 전환사채(해외전환사채포함)발행후만기전사채취득 (제3회차)
▷관련공시: 이노시스 1월 19일 전환사채(해외전환사채포함)발행후만기전사채취득
만기전 취득한 채권, 소각 or 재매각
그럼 만기 전 취득한 채권은 어떻게 활용할까요.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를 올리는 기업들은 공시 안에 향후 처리방법을 적어 놓는데요.
만기 전 사채 취득 후 향후 처리방법을 법률이나 규정에서 정해놓은 건 없어요. 다만 실무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취득 한 채권을 소각 또는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요.
코스닥 상장사 테라사이언스는 여러 차례 사모로 발행했던 전환사채를 만기 전 취득한 뒤 다시 매각했어요. 지난 6일 회사는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를 통해 남은 25억원의 전환사채를 지니집코리아 외 2명의 채권자에게 재매각했다는 내용을 공시했죠.
▷테라사이언스 2월 6일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 (제15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취득 후 재매각)
반면 지난 15일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를 올린 대유에이피는 향후 소각을 하겠다고 밝혔어요.
▷관련공시: 대유에이피 2월 15일 신주인수권부사채(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포함)발행후만기전사채취득
소각을 하느냐 재매각을 하느냐는 회사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갈리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소각이 좋아보이지만,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 쉽게 단정할 수는 없어요. 기업경영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이죠.
일단 소각을 한다는 건 더 이상 회사가 남한테 돈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 취득한 채권을 소각해버리면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도 좋아요. 추후 주식전환으로 인한 물량부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그동안 부채로 잡혀있던 채권이 소멸하면서 회사 재무구조도 안정적으로 바뀌기 때문이죠.
재매각은 회사가 여전히 돈을 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회사에 여윳돈이 없어 재매각을 선택하는 것이죠.
다만 시장상황이 좋아서 저금리 또는 무이자로 채권을 발행했다면 오히려 채권을 유지하는 게 회사에 유리하기 때문에 재매각을 선택할 수도 있어요. 고금리 시대인 지금 채권을 새로 발행하면 회사의 주가상승에 강한 자신감이 있지 않은 이상 높은 금리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또 전환사채를 다시 매각해 채권자가 주식으로 전환하면 회사 부채는 줄고 주식전환 물량만큼 자본금은 늘어나 재무구조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아니면 채권을 유지해 콜옵션을 통해 최대주주 등 제3자에게 지분을 배정할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어요.
이유야 어찌됐든 재매각을 했다는 건 일반 소액투자자들에게 주식전환에 따른 물량부담이 남아있다는 뜻이에요.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코스닥 기업들은 만기 전 사채 취득 후 소각 또는 재매각을 선택해요. 따라서 회사상황과 시장분위기 등 다양한 이면을 보고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를 분석하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