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임직원의 성과급을 정할 때 법에서 정한 지급수단과 이연지급 기간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PF 사업별 투자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이에 금융감독당국은 성과보수체계를 장기성과와 연동할 수 있도록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24일 금융감독원은 부동산PF 익스포저가 있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22개 증권사의 성과보수체계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채권 디폴트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과도한 성과보수를 지급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성과보수 지급현황과 법규 준수 여부를 직접 들여다본 것이다.
지배구조법 상 자산 5조 이상 증권사 또는 자산 2조 이상인 상장 증권사는 임원과 금융투자업무담당자의 성과보수에서 40% 이상을 3년 이상 나눠서 이연지급해야 한다. 해당 증권사들은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를 설치해 세부적인 성과 보수체계를 자율적으로 정한다.
금감원의 점검 결과, 2022년 부동산 PF 성과에 지급한 성과보수 총액은 5458억원으로 전년대비 1933억원 감소했다. 증권사가 과거 이연 지급하기로 결정한 성과보수 중 담당업무 관련 손실이 발생해 지급하지 않기로 한 조정금액은 327억원으로 26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정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으로 지원을 받은 증권사는 성과보수가 978억원으로 208억원 줄었으며, 조정액은 236억원으로 233억원 뛰었다.
문제가 되는 사례들이 다수 적발됐다. 우선 성과보수 지급수단, 이연지급 기간을 준수하지 않았다. 지배구조법상 성과보수는 장기 성과와 연계할 수 있도록 주식 등으로 지급하고, 40% 이상을 3년 이상의 기간동안 이연지급 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가 성과보수 전액을 현금으로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보수로 지급한 금액의 79.7%가 현금이며, 주식으로 지급한 금액은 3.3%에 불과했다. 또한 이연지급 기간을 최장 9년으로 정한 회사가 있는 반면, 법상기간인 3년보다 짧게 설정한 회사도 있었다.
성과보수 조정을 위한 절차가 미비한 사례도 나타났다. 각 증권사는 회사 내규에 성과보수 규모, 시기,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그러나 5개 증권사는 이연지급 성과보수의 조정 관련사항을 내규에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
아울러 사업별로 구조(만기, 신용등급 등), 영업형태(주선, 매입약정, 매입확약 등) 등이 다양한 부동산 PF 특성상 개별 상황을 감안해 이익에 상응하는 비용을 합리적으로 성과보수에 반영해야 하지만, 투자위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예를 들어 거래만기가 1년이고 위험수준이 '보통'인 아파트에 투자하는 A프로젝트와 거래만기가 4년이고 위험수준이 '주의'인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B프로젝트가 있다. A와 B모두 투자규모가 10억원으로 동일하다. 리스크 속성을 반영해 비용을 산정할 경우, A는 단기투자이고 위험단계가 보통임을 고려해 투자규모의 20%인 2억원을 비용으로 정한다면 B는 투자규모의 40%인 4억원을 비용으로 반영해 2배 차등부과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들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비용을 2억원으로 일괄 반영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증권사가 임의로 일부 직원은 이연지급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있었다. 22사 중 17사가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금융투자업무담당자에 해당하는데도, 성과보수 총액이 일정금액 미만일 경우 전액 일시급으로 지급했다.
금감원은 "장기성과와 연동해 부동산PF 사업과 관련해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성과보수체계의 질서 확립과 규제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금감원은 미흡사항이 확인된 증권사에 대해 법령의 취지에 맞게 성과보수 체계가 확립·운영될 수 있도록 조속히 지도할 예정이며, 금융투자협회 등을 통해 성과보수와 관련한 올바른 시장관행확립 등 자율 개선도 유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제도 손질에도 나선다. 금융위원회와 함께 지배구조법령상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