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이 영향권 안에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다 보니, 중국 경제의 위기가 발생하면 그 충격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그 이유입니다.
특히 최근 중국의 경제 위기는 가볍게 이웃 나라의 일이라고 보기만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과 비슷한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의 경제 위기 발원지는 어디인지, 그리고 우리가 왜 이를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되는지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대마불사는 없다
최근 감돌고 있는 중국 위기론의 시작은 사실 최근이 아닙니다. 그 불씨는 지난 2021년부터 지펴져 오기 시작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모기업인 '헝다그룹'을 시작으로 '중국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합니다.
헝다그룹은 우리나라의 '재벌'이라 불리는 기업집단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지만 핵심은 건설업입니다. 모태 역시 '헝다 부동산'이라는 건설사였죠. 그리고 헝다그룹의 위기 역시 부동산에서 시작됩니다.
중국의 집값이 지역에 따라 지나치게 편차가 크다는 소식을 접해보셨을 겁니다. 소위 '노른자'로 평가 받는 곳은 가치가 나날이 상승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의 가치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죠.
이같은 일부 지역의 부동산 폭등에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집은 투기가 아닌 거주하는 곳'이라는 미명 아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 규제, 금융 정책 규제 등을 연이어 펼칩니다.
이에 헝다그룹의 핵심 회사였던 '헝다 부동산'은 급격한 자금난에 빠집니다. 각종 규제가 도입되니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연장하거나 새로 빌리기 어려워진 겁니다. 헝다 부동산의 위기는 그룹 전체로 번져나갔고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을 하게됩니다. 이게 지난 2021년 9월의 이야기 입니다. ▷관련기사 : '중국판 리먼' 헝다 사태…중국펀드 괜찮을까?
약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와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합니다. 대형 부동산 개발 기업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10억 달러짜리 채권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 상환에 실패했습니다. 약 320억원 가량의 이자를 갚지 못한 건데요, 시가총액이 300억달러(40조원)에 달하는 기업이 고작 320억원을 갚지 못한 겁니다.
시장에서는 '비구이위안'이 올해 안으로 갚아야 하는 채권의 이자 규모만 58억달러(7조7000억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320억원도 갚지 못했으니 이 역시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위안양그룹(시노오션그룹)'도 빚을 갚지 못하는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위안양그룹'은 2094만달러(280억원)가량의 이자를 갚지 못했습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비구이위안과 위안양그룹 모두 헝다와 마찬가지로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발 경제위기 이유는
부동산 기업들의 연이은 디폴트 선언 가능성이 중국 전체 경제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왜일까요?
일단 중국 내에서 부동산이 경제에 기여하는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만 25~30%에 달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중국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자금난에 빠진 '대기업'들이 연이어 파산하게 된다면 다른 기업들도 이같은 위기에 처할 것이 자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에 투자한 금융기관 등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서 금융회사의 위기로도 전이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부동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인 '리츠(REITs)' 역시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기 된 것이 대표적입니다. 주요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중국 중릉국제신탁은 만기가 도래한 리츠 상품의 투자 대금을 돌려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다 보니 세계 주요 투자은행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JP모건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5%에서 5.0%로, S&P는 5.5%에서 5.2%로, 모건스탠리는 5.7%에서 5.0%로, 노무라증권은 5.1%에서 4.6%로 내려잡았습니다.
우리나라도 긴장하는 이유
최근 몇년새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이 연이어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는 높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코트라 등에 따르면 7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99억2600만달러로 전채 수출액 503억3000만달러의 19.72%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부동산을 시작으로 중국의 경기가 휘청이기 시작한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수출 뿐만 아닙니다. 금융시장 역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장 증권사들은 중국의 경제 위기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쳐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달러/원 환율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주가의 상단을 중국 경제 위기가 제한하고 있고 종목별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주가가 빠지고 있다"라며 "달러/원 환율 역시 연고점을 다시 쓰면서 상승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 봤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금융당국 역시 긴급 회의를 열고 시장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현안 점검 회의'를 열고 "최근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은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 중국 경제 부진 가능성 등 대외요인이 부각됨에 따라 발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단 금융위는 중국 부동산 시장 불안이 중국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고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 역시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봤지만, 언제든지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중국 위기에서 배워야 하는 교훈
금융권에서는 부실 가능성이 높은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문제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울러 연체율은 2.01%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빚을 갚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등 깐깐하게 부동산 PF를 취급한 금융기관의 연체율은 낮은 수준이지만 일부 증권사, 저축은행 등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10%를 넘는 곳도 있다"라며 "최근 대주단이 협약을 맺고 있지만 이는 급한불을 끄는 정도의 역할이라 안심해서는 안되는 상황"이라고 봤습니다. ▷관련기사 : 부동산PF 불씨 끄려 전 금융권 뭉쳤다
부동산 PF 부실이 연이어 발생한다면 국내 경기 역시 크게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관측입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아직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부동산발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라며 "현재 대주단 협약 외에 부동산 PF 대규모 부실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민과 관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