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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리먼' 헝다 사태…중국펀드 괜찮을까?

  • 2021.09.24(금) 07:10

부동산개발업체 '헝다 파산설' 확산
우려 선반영? 중국 펀드 자금 유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연상시키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설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후폭풍이 중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로 확산하는 가운데 직격탄을 맞은 중국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헝다 사태에 글로벌 증시 충격

국내 증시가 추석 연휴로 휴장하는 동안 글로벌 증시는 크게 출렁였다. 중국 굴지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가 커지면서다. 파산설에 휩싸인 헝다의 부채는 그 규모가 350조원 이상으로,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중국판 리먼' 사태와 비견된다고 평가한다. 

헝다의 채무 위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Pitch)다. 지난 15일 피치는 헝다가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8350만달러(약 982억원) 규모의 달러화채권 이자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투자등급을 정크레벨인 'CC'로 하향 조정했다.

실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섰던 헝다는 눈덩이 부채를 떠안고 있다. 부채 규모는 총 3000억달러(약 353조원)으로, 은행 대출금에 손자회사인 헝다자산관리를 통해 발행한 상품(WMP, Wealth Management Product)까지 목을 짓누르고 있다. 

헝다의 부도 우려에 세계 증시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지난 20일 뉴욕 증시는 지난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7% 떨어진 4357.73포인트로 거래를 마쳤고 같은 날 시카고선물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는 전일보다 23.6% 상승한 25.7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CBOE 변동성 지수는 통상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때 상승해 '공포지수'로 불린다. 홍콩 항셍지수도 3.3% 하락한 2만4099포인트로 마감했다. 

한편 전날(23일) 헝다는 8.25% 금리의 5년 만기(2022년 3월) 달러화채권 이자 8350만달러와 위안화채권 이자 2억3200만위안(약 422억원) 등 총 1404억원가량의 이자를 지급해야 했다. 단 회사 측은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선전증시에서 거래된 위안화채권 이자에 대해서만 지급하기로 밝힌 바 있다. 30일간의 유예 기간이 있는 달러화채권의 이자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예견된 일?…중국 펀드 자금 '썰물'

증권가에선 헝다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올 들어 중국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꾸준히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헝다 파산설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된다. 15일 발생한 헝다 사태에 앞서 지난 한 주간 국내서 판매 중인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중국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세가 압도적이었던 게 이를 뒷받침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상장 해외 주식형 펀드 중 중국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최근 일주일간 776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가별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 자금 유출액인 819억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95%)에 해당한다.

올해 초와 비교해도 중국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세는 뚜렷하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해외 주식형 펀드 중 올 들어 현재까지 가장 많은 자금 유출이 일어났던 펀드 10개 중 4개가 중국 관련 주식형 펀드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펀드'에서 454억원의 자금이 유출됐고 브이아이자산운용의 '브이아이중국4차산업목표전환형펀드'(-308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차이나베트남펀드'(-3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펀드'(-232억원) 등에서도 적잖은 돈이 빠져나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헝다의 디폴트 우려는 시장 내에서 1년 전부터 계속 불거진 이슈였다"며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중국 관련 펀드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향후 전망은?

다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헝다발 리스크가 크다는 의견과 우려와 달리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이 2025년 9월 만기 위안화채권 이자를 23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 시장의 불안감을 줄였지만 이는 극단적인 은행 대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일시적인 봉합 수준"이라며 "여전히 불안심리가 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은 이미 과도한 부채에 대한 상환능력이 상실됐을 가능성이 높고 중국 정부도 구제보다는 파산 용인으로 기우는 분위기로 헝다그룹이 디폴트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된다면 중국 관련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 역시 단기적으로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자 지급 계획을 내놓으면서 헝다 리스크가 시장에서 당장 더 크게 확산되지 않겠지만 당분간은 안고 갈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 사태는 중국 정부의 공동 부유, 민간기업 국유화 과정 중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며 "단기적으로 이번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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