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신규 자산 편입용 자금조달을 위해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쓴 맛을 봤다. 청약률이 50%에도 못 미치면서 조달 예정금액의 절반 가량만 확보했다.
목표한 자금 확보에 실패한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향후 시황 및 주가 회복 상황을 보며, 추가자금 조달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목표금액 절반 못 미치는 247억원 조달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22일 유상증자 최종 청약률이 43.0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달 5일 신주 2451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1주당 발행가격은 2340원으로 총 574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자 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물류센터 'Academy Houston'을 소유한 미국 리츠 'Three LLC'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유상증자 결과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하면서 목표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47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관사와 인수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최종 실권주를 증권사가 떠안지 않는다. 따라서 목표한 2451만주 중 미달이 발생한 1396만4060주는 미발행 처리한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의 유상증자 흥행 저조는 지난 15~16일 진행한 기존주주 대상 청약에서 이미 예고됐다. 당시 기존주주들은 2451만주 모집에 709만8100주만 청약 신청을 하며, 청약률 28.96%를 기록했다.
이어 20~21일 잔여주식 1741만1900주를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한 결과, 344만7840주 청약 신청이 접수돼 청약률 19.8%에 그쳤다.
결국 최종 청약률 43.03%라는 성적을 거둔 것이다.주주들이 유상증자를 외면한 이유는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이러한 유상증자 결과를 받아든 배경에는 주주들에게 증자 타당성을 설득 못 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리츠 시장 전반적으로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기존주주들을 포함해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투자심리는 주가로도 이어졌다. 기존주주 및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당시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주가는 신주발행가(2340원)과 큰 차이 없는 2400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유상증자의 배경에 무리한 자산 편입 시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지난해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미국 소재 11곳 자산을 편입하려고 했다. 이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맵스미국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8호(맵스18호)'를 만들어 해당 자산을 매입했다. 먼저 자산을 매입한 후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면 자산을 전달하기 위한 임시적인 펀드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금리가 갑작스럽게 상승하면서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유상증자 계획을 취소했다. 임시적인 펀드였던 맵스18호도 지난 4월까지 운용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계약을 연장했고, 맵스18호의 수익자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의 자금이 묶인 상태다.
일반적인 상장리츠가 진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방식이 아닌 주주우선공모방식으로 진행하는 점도 불만을 키운 요인이다. 주주우선공모방식은 신주인수권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싶은 주주들은 별도로 제공되는 신주인수권 거래 기간 이를 매도해 증자로 희석되는 주식 가치를 일부 보전할 수 있다. 따라서 신주인수권이 주어지지 않는 유상증자에서는 증자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와관련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앞서 진행한 SK리츠 유상증자 사례처럼 신주인수권이 1원으로 거래되는 등 사실상 가치가 없어질 수도 있는 점을 고려했으며,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증자 기간을 줄이기 위해 주주우선공모방식을 채택했다고 주주들에게 설명했다.주요주주도 외면한 유상증자
다만 이러한 설명에도 주주들의 불만은 잠재우기 어려웠고, 결국 28.96%라는 저조한 청약률로 이어졌다. 특히 청약률을 보면 주요주주의 참여율도 상당히 저조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8월 16일 기준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주요 주주를 살펴보면 NH투자증권(6.89%), 하나캐피탈(6.88%), 미래에셋증권(5.85%), 코람코공모상장예정리츠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9호(5.02%), 코람코공모상장예정리츠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23호(4.74%) 한국교직원공제회(1.49%)가 있다.
이들 주요 주주가 보유한 주식수는 총 1008만65주다. 기존주주들은 1주당 0.84주의 신주를 청약할 수 있었으므로 최대 청약 가능한 주식수는 850만1802주였다. 그런데 기존주주 청약주식수는 710만주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주주의 참여율이 부진했음을 엿볼 수 있다.
한편,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신규 자산을 편입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1000억원이었다. 유상증자 발표 당시 발행가 기준으로 7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추가로 350억~400억원의 대출을 받아 편입할 계획이었다.
특히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자금확보에 실패하더라도 확보한 자금으로 미국 리츠 'Three LLC'의 일부 지분이라도 확보하겠다고 투자설명서를 통해 설명했다. 어떻게 해서든 자산을 편입하려는 회사의 태도를 통해 남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또 진행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생겨난 것이다.
주주들이 원치 않아도 자산편입을 위한 자금조달을 재차 진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미래에셋글로벌리츠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자산 편입을 위한 지분확보에 사용할 예정"이라며 "단기간 내 추가조달 계획은 없으며 추후 시장 상황이 좋아지고 주가도 회복하면 주주들의 의견을 묻고 고려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