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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과열]②'단타의 장'…10곳 중 6곳 첫날 폭등→하락

  • 2024.03.25(월) 07:30

IPO기업 상장당일 주가 및 현재 주가 분석
지난해 6월, 가격제한폭 60%~400% 확대
66개 중 48개 상장당일 종가 못지키고 하락
주가 4배 뛰었다가 급락…투기현상 심해져

최근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기업들의 공모가는 다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적지 않은 기업들의 공모가가 희망공모가의 가장 높은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IPO 과열]공모가만 높여 놓고 쏙 빠지는 기관투자자(3월 22일)

문제는 비싸진 공모가에서 그치지 않고 상장초반 단기 폭등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부터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을 개정을 적용하면서 신규 상장종목의 가격제한폭이 공모가대비 60%~400%로 넓어졌기 때문이다.적정 주가 위해 가격제한폭 확대 

가격제한폭 확대는 지난 2022년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IPO건전성 방안을 내놓으면서 시작했다.

기존에는 공모가의 90~200%사이에서 기준가격을 정하고 기준가격의 플러스, 마이너스 30%까지 가격제한폭을 적용했다. 가령 공모가 1만원이라면, 상장 첫날 가격변동폭은 6300원에서 2만6000원 사이였다. 따라서 상장 첫날 최대 상승폭은 260%, 공모가대비 최대 수익률은 160%였다.

하지만 상장 당일 기준가격 결정 후 소수 계좌에서 계속 매수를 하면서 상한가를 유지하는 일명 '상한가 굳히기'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상장일 다음 날에도 상한가가 이어졌고 이때 일반투자자가 거래에 참여하면 일부 세력이 보유한 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시세차익을 챙기나가는 문제가 있었다. 반대로 상장 첫날 소위 따상(공모가대비 따블+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다음날부터 급격하게 폭락하는 사례도 잦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는 상장첫날 가격제한폭을 기준가격(=공모가)의 60~400%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작년 6월부터 시행했다.

따라서 공모가 1만원인 주식의 상장 첫날 가격변동폭은 6000원에서 4만원 사이로 늘었다. 상장 첫날 최대 상승폭은 400%, 공모가대비 최대 수익률도 300%로 높아졌다. 

가격제한폭을 끌어올렸다는건 수익확대 기회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누군가 매수세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엔 상한가 굳히기를 포기하는 세력들이 나타나면서 첫날부터 투자심리 과열을 막고, 적정 주가를 찾아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상장첫날 가격제한폭을 확대한 이후에는 상한가 굳히기가 어느 정도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상장한 다수의 종목들이 상장초반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이후에는 대체로 주가를 유지하지 못하고 상승폭을 반납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가 폭등한 상장 초반 투자한 사람들은 입장은 다르다. 누군가 공모가로 산 주식을 폭등한 주가로 팔아 시세차익을 얻었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폭등한 가격에 해당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해 주가의 변동폭이 더 커진 만큼 다수의 투자자들은 과거보다 더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단 개인의 선택에 따른 투자손실만이 문제는 아니다. 상장초반 주가가 이전보다 더 치솟을 수 있다는 경험을 한 공모주 투자자들은 상장초반 시세차익을 얻고 공모주를 팔아버리고 있다. 투기성 공모주 투자 분위기도 더 만연해진 것이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배 폭등

실제 지난해 6월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 이후 주식시장에 입성한 66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56개사가 공모가 대비 상장 당일(종가 기준) 주가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 대비 상장당일 종가 등락률

공모가 대비 상장 당일 주가가 가격제한폭 최대치까지 오른 기업은 5곳이다. 공모가의 4배(400%)까지 치솟으면서 공모가 대비 수익률 300%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케이엔에스와 LS머트리얼즈, DS단석 및 올해 1월 상장한 우진엔텍, 현대힘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케이엔에스는 공모가가 2만3000원이었지만 상장 당일 종가는 9만2000원까지 오르면서 공모가 대비 상장 당일 주가는 4배 상승했다. LS머트리얼즈도 공모가는 6000원이었지만 상장 당일 종가는 2만4000원에서 마무리했다. 

DS단석은 공모가가 10만원이었지만 상장 당일 종가는 40만원을 찍었다. 우진엔텍과 현대힘스는 공모가가 각각 5300원, 7300원이었지만 상장 당일 종가는 각각 2만1200원, 2만9200원까지 올랐다.

공모가 보다 상장 당일 주가가 3배 이상 오른 기업도 3곳 있었다. 필에너지는 공모가가 3만4000원이었지만 상장 당일 종가는 11만4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린리소스와 시큐센도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3배 이상 올랐다.

동일기연, 넥스틸, 시지트로닉스 등 10개 기업을 제외하면 66개 상장사 중 56곳이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보다 상승했다. 

10곳 중 7곳... 상장 당일 폭등 후 하락

공모주는 상장 당일 가격을 높여 팔고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많은 만큼 상장 당일 올라간 가격이 적정한 기업 가치를 반영한 가격이라 보긴 어렵다. 특히 상장 당일 올라간 주가를 유지하지 못하고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도 공모주의 상장 당일 가격이 정상적인 가격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상장당일 종가보다 주가 하락한 기업

실제 지난해 6월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상장한 66개 상장사 중 48개(72.7%)는 현재 상장 당일 종가를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블루엠텍은 공모가 1만9000원에서 출발해 상장 당일 종가 5만1000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기준 주가(종가 기준)는 1만5070원으로 상장 당일 종가보다 무려 70% 하락했다. 공모가와 비교해도 현재 주가는 21% 내려갔다. 

지난해 12월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DS단석도 지금은 상장첫날 종가(40만원)의 상당부분을 반납하고 60% 하락한 15만94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2월 상장한 스튜디오삼익은 희망공모가 상단(1만4500원~1만6500원)을 초과한 1만8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89%가 희망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미 공모가가 비싸졌지만 스튜디오삼익 역시 가격제한폭의 확대 영향을 받아 상장 당일 종가는 공모가보다 121% 오른 3만99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15일 종가는 1만5860원으로 상장 첫날 종가를 방어하기는 커녕 공모가(1만8000원)도 유지하지 못했다.

상장 당일 팔아치우며 공모주 투기 열풍 

물론 상장 첫날 폭등한 주가를 유지하거나 이를 넘어서며 주가상승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장사도 다수 있다. 지난해 6월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상장한 66곳 중 상장당일 종가보다 현재 주가가 높은 곳은 18곳(27.3%)이다. 

상장당일 종가 이상 유지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공모가 3만6200원에서 출발했지만 상장 첫날 종가는 5만7200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상승해 지난 15일 기준 주가는 15만200원을 기록했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도 공모가는 1만3000원이었지만 상장 첫날 종가는 1만7330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15일 기준 주가는 4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10곳 중 7곳 이상이 상장 당일 주가가 크게 올랐음에도 이를 유지하지 못하고 떨어졌다. 

무엇보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3~4배까지 폭등하는 사례를 목격하면서, 그만큼 공모주의 가격 변동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 주가가 올랐을 때 빠져나와야 한다는 단타 인식도 더 강해지고 있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한 순기능 못지 않게 과열로 인한 투기현상도 심해지는 것이다.  

공모주를 '단타의 장'으로 인식하는 건 기관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앞서 '▷관련기사: [IPO 과열]공모가만 높여 놓고 쏙 빠지는 기관투자자(3월22일)'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요예측 당시 가격은 높게 써내고 정작 의무보유확약은 하지 않겠다는 기관투자자가 절대 다수이기 때문이다. 즉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오르면 상장 당일 팔겠다는 심리는 기관투자자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다만 가격제한폭 확대 적용을 한 한국거래소는 아직 신중한 모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모주는 가격제한폭 확대 이전에도 상장 당일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떨어지는 변동성이 컸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일부 변동성이 있는 종목들도 있지만 400%까지 가격이 올랐다가 그 이상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장사도 있는 만큼 가격발견기능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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