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놓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모자(母子) 전쟁'의 승패가 결국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손에 달렸다.
형제와 손잡은 신 회장…국민연금의 선택은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오는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임종윤·종훈 형제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23일 밝힌 상태다.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54%를 보유해 경영권 분쟁의 키맨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이에 따라 임 사장 연대 지분은 기존 25.86%에서 38.4%로 확대, 모친 송영숙 회장 측의 32.95%보다 우위에 서게 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국민연금으로 향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7.91%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이 송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40.86%대 38.4%로 다시 판세가 뒤바뀔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국민연금 표심의 향배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실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추천 후보 6인(임주현·이우현 사내이사, 최인영 기타비상무이사, 박경진·서정모·김하일 사외이사)에 찬성을 권고하고, 임종윤 사장 측 추천 후보 5인(임종윤·종훈 사내이사,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에는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도 회사 측 후보는 모두 찬성하고, 임 사장 측 후보에는 반대하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ISS는 회사 측 후보 중 이우현·박경진·김하일 이사 선임에만 찬성 의견을 내고, 임종윤 사장 측 후보 중에서는 임종윤·사봉관 이사 선임에만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임종윤 사장 측 후보 중 사봉관 사외이사를 뺀 4인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고, 회사 측 이사 후보에는 의결권 불행사를 권고했다.
소액주주 출석률에 달린 母子 전쟁의 승패
국민연금의 의결권도 중요하지만, 양측의 이사회 진입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는 소액주주의 참여율이다. 만약 소액주주의 50%가 주총에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임종윤 사장 측 지분은 42.85%, 송영숙 회장 측 지분은 36.76%로 늘어난다.
이때 국민연금이 임종윤 사장의 손을 들어주면(표 첫 번째 줄 가운데) 과반수를 넘길 수 있다. 반대로 국민연금이 송 회장을 지지하면(표 두 번째 줄 가운데)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이처럼 소액주주의 투표에 따라 결과가 정해진다면 양측 이사진이 나란히 이사회에 진입해 '불편한 동거'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이번 주총 이사선임 안건은 보통결의(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 요건을 통과한 후보가 6명을 넘는다면 많은 찬성표를 받은 이사를 선임하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경영판단 및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데다 이목이 쏠리는 임주현, 이우현, 임종윤, 임종훈 후보 선임 안건에 찬성표가 집중된다면 양측의 후보가 동시에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
만약 소액주주의 10%만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구성된다. 임 사장 측 지분은 47.22% 송 회장 측 지분은 40.51%까지 늘어나고 소액주주 의결권은 2.55%까지 줄어들어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확보한 쪽이 과반수를 넘길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