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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조각투자]①흥행 온도차…5억 미만에만 '우르르'

  • 2024.07.11(목) 16:48

한우 조각투자 첫 발행서 청약률 200% 넘겨
미술품, 부동산에선 연달아 청약 목표치 미달
전문가들 "낮은 환금성 발목…유통시장 열려야"

한때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으로 부상하던 조각투자가 기초자산별로 흥행에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송아지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상품은 청약 목표치의 2배를 넘어선 반면 미술품, 부동산 등은 잇달이 불발되고 있다.  

여전히 조각투자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정황이다. 상품 유통이 금지된 탓에 환금성이 낮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관심도 5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모 상품에만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기초자산별로 청약 성적 '희비' 엇갈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탁키퍼가 발행한 '가축투자계약증권 제1-1호'가 청약률 209%를 기록했다. 공모액 4억3260만원에 증거금이 9억280만원 모였다. 이 상품은 송아지 50마리를 기초자산으로 패키지 합산 방식으로 발행됐다. 또한 현재 청약이 진행 중인 1-2호도 4억3430만원 모집에 이미 7억5600만원가량의 청약이 이뤄졌다.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는 "예상보다 많은 투자자가 몰려 놀랐다"며 "지금 경기가 좋지 않아 한우 소비가 잘 안되고 가격도 낮아진 상황이라 앞으로 소비가 개선되고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해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스탁키퍼가 이례적인 케이스로 취급받는 건 최근 조각투자 청약 결과가 부진했던 탓이다. 지난달 말 열매컴퍼니가 이우환 작가의 '다이얼로그'를 기초자산으로 공모한 조각투자가 대표적이다.

일반투자자에게 원래 배정하려 했던 1만1070주 중 6195주를 최종 배정하는데 그쳤다. 액수로 따지면 10억9300만원 가운데 6억1950만원어치의 자금만 들어온 셈이다. 이에 따라 열매컴퍼니는 총수량의 절반(49.5%)을 떠안았다. 

앞서 서울옥션블루도 앤디 워홀 작가의 '달러사인'을 기초자산으로 당초 6억3000만원을 공모하려했지만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청약 결과 5억3850만원을 최종 배정하는데 그쳤다. 

투게더아트도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3건을 발행했는데, 청약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호박'을 기초자산으로 한 1호 상품은 95%로 준수한 청약률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조지 콘도 작가의 작품으로 2호(기초자산 작품명 '광기의 지평선')와 3호(기초자산 작품명 '무제') 청약률은 각각 83%, 62%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연달아 완판에 성공했던 부동산 조각투자도 투자심리 악화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 5월 펀블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제이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한 3호상품 공모를 시도했다가 저조한 청약률로 인해 청약을 결국 철회했다. 펀블은 더 작은 규모의 기초자산을 선별해 8월 안에 공모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자유로운 유통시장 열려야"

전문가들은 한우 등 일부 조각투자가 높은 청약률을 보이는 건 그나마 공모규모가 작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술품의 경우 평균 10억원을 공모하는 반면, 한우는 그의 절반 수준을 모집한다. 1주당 모집가액도 2만원으로 미술품(10만원)에 비해 낮은 편이다. 

현재 소규모 공모에만 투자자금이 쏠리는 건 아직까지 조각투자 시장이 불안정한 탓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1인당 투자단위는 100만원에 밑도는 가운데 계열사나 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는 발행된 상품의 모수가 너무 적어 어느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지 단정하기 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조각투자가 엑시트(자금 회수)를 시도하다가 손실이 발생한 점도 투자자 심리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업체인 테사는 제도권 편입 전 발행한 조각투자 상품 3건의 기초자산을 매각했는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평균 30%의 손실을 봤다.

업계 종사자들은 환금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미술품은 분할금지 특약 연장 조건에 따라 10년간 원금이 묶일 수 있다. 

환금성 문제는 발행 후 유통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현행 법상 미술품이나 한우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하는 투자계약증권은 유통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투자 자금은 발행사가 기초자산을 매각할 때까지 묶인다.

21대 국회에서 윤창현 전 의원이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가 끝나면서 법안이 폐기됐다. 아직 22대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따라서 당장 조각투자업체들이 바라보고 있는 건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 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은 한국거래소의 유통플랫폼 사업이다. 그러나 거래소는 올 상반기 안에 거래 플랫폼을 열기로 했지만 7월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관계자는 "2~3년 전과 비교해 미술품 등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도 맞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유통시장도 없다는 사실이 '이 상품은 위험하다'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가격 변동을 보고 투자자가 매각을 결정할 수 있는 옵션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조각투자업체 관계자는 "유통 플랫폼이 열리면 조각투자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어 기초자산이나 발행구조와 상관없이 모두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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