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바이오주는 한탕주의?…접근 방식 바꿔라"

  • 2024.09.05(목) 10:04

[Biz북터뷰]기자 출신 '바이 바이오' 저자
"잭팟보다 리스크 회피, 보도자료 꼼꼼히"

민경문 '바이 바이오' 저자 겸 바이오 칼럼니스트 /그래픽=비즈워치

[편집자주] 'Biz북터뷰'는 경제를 비롯한 전문 도서의 저자와 만나 책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나눈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한 핵심을 비롯해 미처 말하지 못한 생각들을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독자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바이오 산업에 호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재유행, 엠폭스 확산, 비만 치료제 개발 등으로 바이오 섹터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죠.

그동안 AI와 반도체에 쏠렸던 투자 자금이 바이오 섹터로 선회하면서 바이오 관련 주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한달간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는 13.61% 급락했습니다. 반면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KRX 300 헬스케어'는 같은 기간 6.07% 상승했습니다.

바이오주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데요. 개미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자칫 부실한 기업들도 덩달아 고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합니다.

바이오 투자 입문자를 위한 조언을 얻기 위해 이 분야 전문가 민경문 작가를 만났습니다. 민 작가는 경제 매체의 기자 출신입니다. 현재 프리랜서로 전향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월 '바이 바이오'라는 바이오 부문 투자 지침서를 출간했습니다. 바이오 투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투자 지침서 '바이 바이오' 표지/그래픽=비즈워치

잭팟 한 번 보단 장기적 리스크 회피로

민 작가는 개미 투자자들이 유달리 바이오주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이오 산업 특성상 한두개 호재로 주가가 급등할 때가 많은데요. 이를 보고 개미 투자자들이 무모하게 뛰어든다는 겁니다.

그는 "개미들은 삼성전자나 네이버 같은 대형주에 투자할 때 기업 공시나 실적 등의 재무 지표를 꼼꼼하게 공부한다"라며 "반면 바이오 기업에 대해선 유독 무모하게 접근한다"고 말했습니다. 민 작가는 자신이 바이오 산업 출입을 하던 기자 시절에 '특정 바이오 종목을 찍어달라'는 주변인들의 요청이 꽤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바이오 산업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만한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죠. 그는 "바이오 투자는 진입 장벽이 높다"라며 "전공자가 아니면 그 회사의 핵심 제약 기술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장기투자가 필수적이고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바이오 산업 특성상 분기 재무성과 같은 정형화된 지표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분석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오 산업은 수년간의 연구개발(R&D)을 필요로 하고 이 과정에서 회사는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비용이 많은 만큼 실적 지표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민 작가는"한 번의 잭팟보단 지속적인 '리스크 회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막연히 기대수익률을 높게 잡아 한탕주의에 매몰되지 말라는 겁니다. 

이를 위해 인터넷이나 리딩방 등지에서 떠도는 풍문, 카더라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매체들이 전하는 바이오 단신 뉴스를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소식을 걸러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주주 지분매각=악재?"…숨은 맥락 찾아봐야

보통의 투자자는 특정 기업의 최대주주,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했다는 뉴스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언가 회사에 나쁜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최대주주나 대주주가 지분을 팔아 치워버린 것 아니냐는 겁니다.

바이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바이오 산업 특성상 일반적인 재무성과로 기업 가치를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바이오 기업에선 창업주나 핵심 인력이 '오너' 혹은 대주주인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다보니 이들이 지분 매각 움직임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겁니다.

민 작가는 오히려 다른 시각으로 봐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맥락을 잘 들여다보면 바이오주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내부자 정보를 이용하는 등의 불법 행위가 아닌, 정당한 절차를 밟은 상황에서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면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해 일정 현금을 보유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경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 작가는 대표적인 사례로 코스닥 상장사 '알테오젠'을 꼽았습니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주이자 대표이사의 배우자인 정혜신 박사가 올해초 보유 지분을 블록딜 형식으로 처분한 적이 있습니다.

정 박사가 지분을 매각하기 한 달 전에 알테오젠은 미국 대형 제약사 '머크(MS D)'와의 공급 계약을 독점 형태로 전환해 단기간에 주가가 폭등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창 고점인 와중에 대주주인 정 박사가 지분을 매각한 것입니다.

당시 시장에선 이를 악재로 받아들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블록딜 여파로 향후 진행될 신사업에 차질을 빚게 될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알테오젠 측은 "정 박사가 사회환원 활동을 준비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블록딜을 실행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번 블록딜이 회사의 향후 비전 및 진행 사업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죠.

실제로 알테오젠 주가는 정 박사가 주식을 매도한 이후에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알테오젠 주가는 30만7500원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정 박사의 지분 매각 단가였던 주당 19만7770원보다 약 55% 오른 겁니다.

좀비 바이오 거르는 혜안 길러야

민 작가는 바이오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좀비바이오'를 거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저서에선 좀비바이오에 대해 '장기간 추가 자금 조달을 못하고 있거나 눈에 띌 만한 R&D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등 성장동력을 잃은 상태인 바이오 기업'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민 작가는 "좀비바이오와 지속가능성이 남아있는 바이오 기업을 구분하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선 공시와 뉴스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또 한번 강조했습니다.

민 작가는 기업 공시를 통해 좀비바이오를 판단하는 지표로 임직원의 '턴오버레이트(TURN-OVER RATE)', '버닝레이트(BURNING RATE)'를 제시했습니다.

턴오버레이트는 임직원의 교체 주기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쉽게 말해 이직률입니다. 민 작가는 책에서 "턴오버레이트가 과도하게 높으면 창업자를 포함한 경영진의 운영방식에 결함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봐야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창립 멤버가 얼마나 오래 잔류하는지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상장사 투자자라면 사업보고서를 통해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버닝레이트는 연구개발비·인건비 등과 같은 고정비용을 뜻합니다. 버닝레이트의 추이를 살피면 회사가 자사 보유 현금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인력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R&D 투자를 줄이는 등 버닝레이트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면 이는 안좋은 신호에 해당되겠습니다. 회사가 단순히 상장사 지위를 연명하기 위해 성장동력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민 작가는 뉴스 해석에 있어서도 주의해야 할 점들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대형 제약사로의 기술 이전 성과나 임상 결과를 실제보다 과장되게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매출 실적이나 계약금 유입 등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기업이 홍보 목적으로 언론 매체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의 서술방식에도 주목할 것을 권했습니다. 증명된 실체 없이 포부만 담겨있는 뉴스 단신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이를 걸러 듣는 것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라고 강조했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