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두고 21일 양측 변호인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펼쳐졌다.
영풍의 의결권을 취득해 상호주 제한을 만든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회사 성격이 유한회사인지, 주식회사인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법원의 결정은 2주 뒤인 다음 달 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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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심문을 진행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3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최대주주 ㈜영풍이 보유한 의결권 25.42%의 사용을 제한했다. 고려아연은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지분 10.33%를 취득했고,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의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이 없어졌다고 해석했다. 이에 영풍은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한 주총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주총에서 통과한 안건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날 심문에서는 SMC가 주식회사인지, 유한회사인지 아닌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고려아연은 회사(고려아연)의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SMC)가 다른 회사(영풍)의 지분 10%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회사(영풍)가 가진 회사(고려아연)의 의결권은 없다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을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영풍 측 변호인은 해당 상법 조항에서 설명하는 자회사, 손자회사는 주식회사를 전제로 한 개념으로 주식회사가 아닌 SMC가 이에 해당하지 않고, 상호주 의결권 제한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영풍 측 변호인은 "SMC는 호주법상 PTY LTD라는 형태로 엄밀히 상법상 주식회사도 아니고 유한회사도 아니다"라며 "주식회사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PTY LTD는 소수의 투자자가 참여하는 폐쇄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식회사로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주식회사는 자유롭게 주식거래가 가능하고 공모를 통해 타인 자본의 유치가 가능한데, PTY LTD는 주주의 수가 50인이하로 제한됐으며 이사(Director)가 주주 간 양도를 거부할 수 있고, 공모를 통한 자본조달도 허용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 변호인도 즉각 반박했다. PTY LTD의 소규모성, 폐쇄성만으로 유한회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 변호인은 "주식회사의 자본금 단위는 주식, 유한회사는 지분, 유닛이다. PTY LTD는 호주 회사법상 'Proprietary Company, Limited By Shares'라고 명시돼 있고 자본이 주식으로 구성됐으므로 말 그대로 주식회사"라며 "SMC가 발행한 보통주를 보면 SMH가 주주라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TY LTD는 사모 및 크라우드펀딩에 의한 증권 발행이 가능하다"며 "호주법상 크라우드펀딩은 우리나라 크라우드펀딩과 유사한데, 크라우드펀딩은 실무상 주식회사만 가능하고 유한회사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양측 변호인은 SMC는 외국회사이므로 상법에 적용할 수 없다는 점으로도 다퉜다. 영풍 측은 "상법 618조에 외국회사가 상법에 적용되는 경우를 나열하는 데 제369조는 포함하지 않는다면서 외국회사인 SMC에 대해 규정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자본 공동화 및 지배구조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이런 폐단은 자회사가 국내회사든 외국회사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외국 자회사를 설립하고 상호주 취득했는데 영풍 주장처럼 의결권 사용 가능하다고 해석하면 모회사 경영진이 회사의 자금으로 자기회사 지배권을 공고히하는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영풍이 주장하는 상법 618조 조항은 외국회사가 발행한 주식 또는 사채에 관해 상법을 어떤 범위까지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매입법 규정에 불과하므로 법률 조항을 적용하는 데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이러한 쟁점들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 나갔다. 다만 이번 가처분 판결의 핵심 쟁점은 'SMC의 유한회사 판단여부'인 것으로 파악된다. 재판부가 유한회사는 상법 제369조 제3항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양측의 다툼이 없는 거로 봐도 되냐는 질문을 했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유한회사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회사가 유한회사라면 적용되지 않지만 자회사, 손자회사 등 종속회사의 경우에는 유한회사가 포함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3%룰이 적용됐던 집중투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의 경우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영풍 측은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았다면 집중투표 도입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고려아연 측은 의결권 제한과 상관없이 집중투표제가 도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시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은 △전부 인용 △부분 인용 △전부 기각 3가지 경우의수로 나뉜다. 만약 재판부가 영풍의 의결권 사용 제한이 부당하다고 인정해 주총효력을 정지시키더라도, 집중투표제 효력은 인정할 수도 있다.
만약 재판부가 부분적으로 가처분을 인용한다면 오는 정기주총에서 양측은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되, 이사수 상한은 없는 가운데 표대결을 할 수도 있다. 전부 인용한다면 영풍이 우위를 점하는 지분을 가지고 집중투표가 아닌 일반적인 방식으로 표대결을 치른다. 전부 기각된다면 영풍의 의결권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고려아연에 계속해서 유리한 상황이 펼쳐진다.
가처분 결과는 3월 첫째주에 나올 예정이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정기주총 결의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3월 6~11일 사이 개최할 예정이라고 알리자, 재판부는 3월 7일까지 대답을 내놓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