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투자한 해외부동산의 기한이익상실(EOD) 발생규모가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상업용 오피스 지분투자에서 EOD가 집중됐다. 다만 감독당국은 증가폭이 줄었다는 점에서 시스템 전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은 대체투자 관련 제도를 순차적으로 손보는 가운데 사전 심의 감독 강화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오피스 여전히 골치덩어리…EOD 1년간 3300억 증가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옥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체투자 잔액은 대체로 안정적인 추이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상업용 부동산 특히 오피스에 투자한 부분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 시장은 아직 굉장히 침체된 상황이라 유의해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들이 투자한 해외부동산 가운데 EOD 발생 규모는 금감원이 대체투자 현황을 집중 점검하기 시작한 2023년 6월부터 매 분기 늘고 있는 추세다.
만기도래에 따른 EOD 규모는 2023년 9월 말 2조3100억원에서 2024년 9월말 2조6400억원으로 1년 만에 3300억원 증가했다.
대부분 오피스 투자 건이 문제가 됐다. A사는 펀드를 통해 미국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오피스에 지분투자를 했다. 이후 유연근무 확산 등 영향으로 주요 임차인이 중도에 퇴거하면서 부동산 가치가 급락했다. 결국 2023년 6월 선순위 리파이낸싱에도 실패하며 대출만기가 도래해 EOD가 발생했다. 선순위 대주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공매를 진행했지만 실패했으며, 현재 국내회사들은 선순위 대주로 자산 명의를 이전하고 있다.
B사 등 9개사는 펀드 등을 통해 미국 시카고에 있는 오피스에 선순위 대출을 실행했다. 지난 2022년 11월 선순위 리파이낸싱에 실패했고, 대출금 갚지 못해 EOD에 처했다. 현재 채권단은 대출 재구조화에 합의를 마쳤고, 중도 퇴거 위약금을 통해 선순위 대출금을 일부 상환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 오피스에 지분투자한 C사 등 2개사는 대출유지요건인 담보인정비율(LTV) 상승으로 EOD가 발생했다. 선순위 채권자는 C사 등에 추가출자를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했고, 현재 대출 재구조화 합의했으나 배당은 중단됐다.
다만, EOD 자산에 대한 적정 손실 인식으로 증가폭은 다소 줄었다. 2023년 3분기부터 1년 간 매 분기 증가폭은 1000억원에 달했지만 2024년 3분기 300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해외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규모는 선제적 손실인식, 우량물건 위주 신규투자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2023년 말 57조6000억원까지 늘었다가 2024년 9월말 기준 55조8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전체적으로 해외부동산 투자규모가 금융권 전체자산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고 구조나 손실위험도 증가 추세가 멈춰있어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여전히 해외사업장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하며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관리" 원칙 강조한 금감원
금감원은 오는 9월 시행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맞춰 적정 손실인식을 유도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대체투자 건에 대해 연 1회 사후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업권별 대체투자 관련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개정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아울러 부실 확대 가능성이 높은 투자 건대해서는 맞춤형 건전성 감독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EOD가 발생하거나 EOD 선언을 유예한 사업장에는 손실인식 적정성 점검, 리파이낸싱 진행상황을 파악하는 식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제도개선 방향이 사후 모니터링에만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감독기구의 사전 개입이 당장 필요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수석부원장은 "개별적 투자건에 대해 사전 승인을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감독 관행에 비추면 통상적이지 않다"며 "그래서 가급적 사전적 규제보다는 사후적 관리로 가는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후의 방법으로 사전 승인이나 심사가 있는데 추후에 필요한 상황이 와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거액 투자건에 대해서는 거액 여신한도 규제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순위 대주의 일방적 청산 등이 발생했을 때 공시가 뒤늦게 이뤄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단속이 쉽지 않다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원장은 "공시를 지연하거나 공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했다면 공시의무 위반이나 여러가지 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지연에 대해 증거확보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공정거래에 대해 근절 노력은 계속 하고있지만 여전히 요인이 남아있다고 솔직히 말씀드린다"며 "공시제도 취지상 정확한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라 그 원칙이 벗어남이 있는지 계속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