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대형증권사가 발행어음 사업에 새로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발행어음으로 유입될 자금은 최대 60조원으로 점쳐진다. 발행어음 사업은 증권사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자본 규모상 도전장 조차 낼 수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중소형사가 운용 중인 법인의 단기자금이 발행어음 시장으로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번 달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에 대한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해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신한투자·메리츠·하나·키움증권 등 5곳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하나증권과 키움증권만 외부평가위원회 평가를 받은 상태다.
금융당국이 연일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초대형 IB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발행어음 신규 인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2021년 미래에셋증권을 마지막으로 발행어음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조직개편 이슈가 해소된 점도 심사 속도에 탄력을 더할 전망이다. 당초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담당하는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신설과 공공기관 지정 등으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서 심사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금융위와 금감원을 조직개편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이러한 논란은 해소됐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연내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우려 불식에 나섰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다. 올해 안에 추가 인가가 이뤄지면 최소 6곳, 많게는 9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60조원으로 추산된다.
발행어음은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수단 중 하나로 연기금·공제회·기업 등 법인 자금 관리 수단이다. 법인은 만기가 1년 이내인 환매조건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발행어음을 직접 매입하거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기자금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 법인 CMA 잔고는 3년 전인 2022년 9월 8조원대에서 2023년 4월 10조원을 돌파했으며, 이후 11조~12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RP형이 25%로 가장 많고, 발행어음형이 7%, MMF형이 1% 비중을 차지한다.
한편 발행어음 인가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충족하는 증권사가 신청할 수 있다. 이에 자본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 법인 영업부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인 단기자금이 발행어음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발행하며, 현재 약 4%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반면 중소형사도 가능한 RP나 MMF 금리는 국공채와 비슷한 2~3% 수준이다. 발행어음 사업자가 늘어날 경우 해당 상품으로 향하는 자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상당수다.
중형사 관계자는 "법인은 금리 차이가 50bp(1bp=0.01%포인트)만 나도 높은 쪽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행어음이 도입되면 상품 다양성이 늘어나는 반면 중소형사는 MMF나 RP만 제안할 수 있어 경쟁력이 밀린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