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시장에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수 연동 의무가 없는 완전한 액티브 ETF 도입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다. 현행 제도에서는 ETF가 반드시 특정 지수와 일정 수준 이상 연동돼야 했지만 해당 요건이 사라질 경우 운용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제도 변화가 곧바로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지수 0.7의 벽' 넘는다…완전한 액티브 ETF란
금융위는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지수 연동 의무가 없는 액티브 ETF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중 국회에서 개정 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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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현재 ETF 운용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ETF는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로 분류돼 특정 지수나 가격에 연동해야 한다. 액티브 ETF 역시 기초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해야 한다. ETF의 수익률 흐름이 기초지수와 70% 이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국내 액티브 ETF는 구조적으로 지수와 완전히 다른 운용을 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비해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금융시장에서는 지수 연동 의무가 없는 액티브 ETF가 이미 보편적인 상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 신규 상장한 ETF 가운데 84%가 액티브 ETF였고, 연말 기준 전체 ETF 종목 중에서도 액티브 ETF 비중은 54%에 달했다.
패시브 ETF에 집중해 왔던 미국 대형 운용사들 역시 최근에는 액티브 ETF 비중을 꾸준히 늘리는 중이다. JP모건과 퍼스트트러스트, 디렉시온 등 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ETF 상품의 절반 이상을 액티브 ETF로 구성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완전한 액티브 ETF 도입으로 ETF 운용 자율성이 지금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환경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조정하거나,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주식 비중을 크게 줄이고 현금이나 방어적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운용도 가능해진다는 평가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액티브 ETF는 패시브 지수와의 괴리 폭이 제한돼 있어 실제로는 약 20% 내에서만 추가적인 운용이 가능한데 상관계수 제약이 없어지면 상황에 따라 포지션을 전면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시장 급변 시 안전자산으로 전환하거나 다음 날 모든 포지션을 정리하는 등 적극적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 전체 구성 비중을 기준으로 주식·섹터·자산 비중을 10%포인트 이상씩 빠르게 조정하는 사례도 있다"며 "올해 제도 조건이 변경된다면 시장 환경에 따라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자산운용업계도 긍정적 분위기다. 액티브 전문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는 상관계수 규제로 인해 지수 구성 종목이나 지수와 유사한 자산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해 운용에 제약이 있다"며 "해당 요건이 사라질 경우 운용사가 추구하는 콘셉트에 맞춰 종목 구성을 보다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고, 전략적 차별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LP문제는 변수...베끼기 논란 속 중소형사에겐 기회
다만 유동성공급자(LP) 문제 등으로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LP는 ETF의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장중 거래를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ETF는 기초지수의 성과를 추적하는 구조인 만큼,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iNAV)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LP가 장중 실시간으로 호가를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LP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ETF가 보유한 종목들을 똑같은 비율로 사서 '헷지(위험회피) 포지션'을 만든다.
완전 액티브 ETF에서는 이 같은 LP 헤지 구조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가 원활히 거래되려면 LP가 헷지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는 자산으로 운용해야 하는데, 완전 액티브는 운용사가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바꾸니 LP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운용사가 수시로 종목을 바꿔 포트폴리오가 급격하게 바뀌면 LP가 가격을 맞추기 어려워지고 호가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운용사가 이론적으로는 자유로워져도 실제 운용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LP 문제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액티브 ETF를 도입한 지 5년이 되어가고 있어 LP들도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며 "완전 액티브 시장도 단계적인 적응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수연동 의무가 없는 완전한 액티브 ETF 도입이 중소형 운용사에 기회가 될 것이라란 점은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브랜드 코덱스(KODEX), 타이거(TIGER)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중소형 운용사의 특화 상품이 나와도 금새 베끼기 논란이 불거진다. 액티브 운용 역량이 있더라도 상관계수 규제 아래에서는 성과를 통해 차별화하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수 연동 의무가 사라질 경우, 중소형 운용사들도 보다 명확한 전략과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제도적인 족쇄가 풀리면 운용사들이 자신들의 색깔과 시장에 대한 시각을 ETF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며 "규모보다는 전략과 운용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환경이 될 것이고, 중소형 운용사라도 대형만큼 운용을 잘하는 곳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ETF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산업이어서 대형사 중심의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미국 역시 상위 ETF 몇 곳을 제외하면 니치마켓을 공략한 운용사들이 활약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대형사 위주의 시장으로만 재편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기반으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소규모 중소형 운용사들이 액티브 ETF를 통해 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을 유입시키며 사업을 확장한 사례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역시 브랜드에 밀려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구조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평가받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관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