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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버틸 힘·늘릴 힘·움직일 힘…엔투텍 경영의 기준

  • 2026.03.30(월) 10:00

이욱재 대표 인터뷰 “버티는 힘이 결국 경쟁력”
유수 고객사 신뢰 쌓아…매출채권 안정성 확보
AI 수요 확산 대응…체력 키우고 내수로 실적 개선

반도체 산업은 흔히 ‘사이클 산업’으로 불린다. 수요가 살아날 때는 생산량을 얼마나 빨리 늘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업황이 꺾이면 유동성과 고정비를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가른다. 특히 대형 고객사의 공급망에 들어가 있는 중소 협력사들은 이런 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중소 협력사 입장에서는 선택이 늘 쉽지 않다.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설비 투자를 늘리면 불황기에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면 다음 호황기에 제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도 업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체력과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오는 이유다.

엔투텍은 이런 환경 속에서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진공챔버와 부품, 밸브류를 생산해온 2차 벤더다. 1992년 광명정밀로 출발해 2018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국내외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와 진공펌프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공급망 내 입지를 다져왔다. 화려하게 드러나는 기업은 아니지만, 공급망의 뒤편에서 꾸준히 역할을 해온 제조업체에 가깝다.

이욱재(사진) 엔투텍 대표는 최근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협력사의 핵심 경영 원칙으로 ‘지속가능성·확장성·유연성’을 꼽으며 업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고객사 입장에서는 불황기에도 꺾이지 않고 필요할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는 회사를 원한다”며 “유동성과 생산 대응력, 내부통제를 함께 갖춘 회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금융과 콘텐츠, 제조업을 두루 경험한 전문경영인이다. 미국 UCLA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증권 등 금융권에서 주식·법인영업을 맡았고 콘텐츠업계에서 개발·퍼블리싱, 재무, 경영전략 업무를 거쳤다. 이후 2020년 엔투텍에 합류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아래는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불황 버티고, 수요 대응하고…엔투텍이 강조한 3대 원칙

- 엔투텍은 어떤 회사이며, 강점은 무엇인가

△ 엔투텍은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진공 챔버와 특수 진공밸브를 생산·판매하는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기업이다. 반도체 생산현장에 필요한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주력해왔고, 그 과정에서 국내외 유수의 설비메이커와 펌프메이커들을 고객사로 두게 됐다.

우량 고객사와 거래하면서 안정성을 확보했다. 매출채권에서 대손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회전도 비교적 빠른 편이어서 운전자본 부담도 크지 않다. 제조업을 하다 보면 늘 신경 쓸 일이 많지만, 이런 거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 고객사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비결이 있나?

△ 반도체 산업은 업황의 굴곡이 큰 분야다. 엔투텍도 2~3년 주기로 영업이익과 영업손실을 오가는 흐름을 겪어왔다. 결국 고객사들은 이런 업황에서도 품질과 납기, 그리고 필요할 때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안정성을 볼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꾸준히 맞추는 데 집중해왔다. 그런 과정이 쌓이면서 고객사들과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다.

- 대표님만의 경영 원칙이 있다면

△ 지속가능성, 확장성, 유연성. 늘 이 세 가지를 되새긴다. 업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 들은 말인데, 지금도 회사를 운영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결국 버티는 힘이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매출이 줄고 수익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럴 때 회사를 지탱할 유동성이 있어야 고객사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나 또한 협력사들의 유동성 상황을 살피고 있다. 공급망 전체가 안정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확장성은 물량이 늘어날 때 얼마나 빨리 대응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잣대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설비투자(CAPEX) 확대지만, 중소기업에는 결코 간단한 선택이 아니다. 공장 부지나 건물의 물리적 제약도 있고, 무엇보다 투자를 늘린 뒤 업황이 다시 꺾이면 감가상각비와 고정비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무작정 외형부터 키우기보다는 충분한 자본을 축적하면서 적절한 시점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수년간 생산담당 임원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공정 간소화와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며 생산능력(CAPA)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월별 생산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 흐름도 확인하고 있다.

유연성은 업황 변화에 맞춰 회사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다. 일이 줄었다고 숙련된 인력을 줄일 수는 없다. 언제 다시 수요가 살아날지 알 수 없고, 물량이 갑자기 늘었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거래처 외에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고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여왔다. 업황이 좋지 않을 때도 일정 수준의 매출총이익률을 방어하고, 다음 국면에 대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난해에는 신규 거래처에서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했고, 올해는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성장 국면 대비해 체력 키우고, 내수로 실적 개선"

- 최근 반도체 업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향후 5년 동안 전공정(Front-End Process) 투자 쪽은 다운텀(업황 둔화)을 겪기보다는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반도체 시장이 PC나 스마트폰 같은 소비재 수요를 중심으로 4년 안팎의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 산업으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피지컬 AI까지 수요처가 훨씬 넓어졌다. 수요의 성격도 이전보다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엔투텍도 당분간은 최대한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결국 기회가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얼마나 성실하게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자본을 축적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이어질 때 생산과 납기, 품질 면에서 고객사 기대에 맞춰 움직이면서 회사의 재무 체력도 함께 키워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엔투텍의 다음 세대를 이끌 사내 인재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일이다. 여러 산업을 거친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맡는 방식도 의미가 있지만, 생산과 구매, 품질, 연구개발(R&D) 등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인재가 경영을 맡는 것도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키맨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싶다.

-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다는데 핵심 요인은

△ 내수 중심으로 실적이 좋았다.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늘었고, 특히 진공밸브와 반도체 장비부품이 함께 증가했다. 수출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국내 주요 고객사 대응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서 내수 매출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반기까지만 해도 하반기 상황을 쉽게 낙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요 임원들과 하반기 급여를 받지 않은 적도 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 달성이 확실해졌을 때 밀린 급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회사 실적에 진심을 다하고 자기 희생을 보여준 임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크게 느꼈다.

배당 가능한 회사로 가기 위한 준비

- 주식병합을 결정했는데, 판단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 상장 유지 기준이 시가총액뿐 아니라 절대 주가와도 연결되는 만큼, 그에 맞춰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앞으로는 연속적인 순이익을 내고, 필요하다면 결손금 보존 등을 거쳐 이익잉여금을 플러스로 전환해 배당이 가능한 회사 기반까지 만들고 싶다.

- 직접 사비를 들여 지분을 취득했다고 들었다는데

△ 상법 개정이나 밸류업 같은 최근의 자본시장 선진화 흐름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작년 말에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그런 방향 속에서 책임의식을 조금이나마 행동으로 보이려는 뜻이었다. 규모를 놓고 보면 크다고 할 수도 없어서 오히려 더 조심스럽고 송구할 뿐이다.

-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회사가 개선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결국 주주가치를 높이려면 실적만이 아니라 회사 운영의 기본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내부통제다. 내부통제는 설계, 구축과 이행, 운영효과성이 핵심이다. 제도만 만들어놓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

물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율을 따져야 하고, 이를 조직 안에 정착시키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엔투텍은 기본적인 설계와 구축은 이미 갖춰져 있다고 보고 있고, 앞으로는 운영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인 나부터 이를 함부로 무력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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