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C&C의 지분 일부를 대만 혼하이에 매각해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결론적으로 최 회장은 개인의 채무 변제를 위한 현금을 확보하고, 혼하이는 SK그룹과 글로벌 사업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윈-윈' 효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C&C의 보유 지분 4.9%(245만주)를 시간외 매매를 통해 주당 15만5500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최 회장의 SK C&C 보유 지분은 기존 38%에서 33.1%로 줄었다.
최 회장이 매각한 주식은 대만 혼하이정밀이 사들였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혼하이정밀은 '장기 투자' 목적으로 3810억원을 들여 최 회장의 SK C&C 지분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SK그룹측은 최 회장이 SK C&C 일부 지분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일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관련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이번 거래로 확보한 현금을 개인 채무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7월 우리투자증권에 SKC&C 주식 380만주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이후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에도 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최 회장이 보유 중인 SKC&C 주식 1655만주 가운데 715만주(37.6%) 가량이 담보로 맡겨져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담보대출로 인한 이자 비용 등 부담 탓에 현금이 필요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10월과 12월에도 SK C&C 개인 지분을 각각 200만주, 125만주 매각한 바 있다. 당시에도 차입금 상환을 위한 현금마련 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SK C&C의 지분을 혼하이에 넘긴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개인 지분이 낮아지며 경영권 불안 요인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우군을 골랐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과 궈타이밍 혼하이 회장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SK C&C→SK㈜→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SK가 그룹 지주사이지만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은 SK C&C가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48.5%에서 43.6%로 낮아졌다. 하지만 혼하이가 우호지분임을 감안하면 이번 지분 매각이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혼하이와 SK그룹 간 글로벌 ICT 사업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혼하이는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의 제품을 하청 받아 만드는 팍스콘의 모회사다. 최근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역량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달에는 대만 통신사 아시아퍼시픽텔레콤(APT) 지분을 인수, 4세대 무선통신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ICT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