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건을 놓고, 관련 업체들의 찬반 색채가 선명히 나뉘었다.
처음부터 반대를 주장했던 KT·LG유플러스에 이어 미디어·콘텐츠 업계 리더격인 지상파 방송사까지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케이블TV 업계는 각 사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획일화된 주장이 없는 가운데, 조건부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이처럼 전선 구축이 확실해짐에 따라, 1일 SK텔레콤의 인수·합병 인가신청서 제출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찬반논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 중심의 한국방송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잠식을 관망만 하는 정부에게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방송협회는 반대논리로 방송의 공익성·다양성을 들었다. 방송협회는 "IPTV법에는 '정부는 IPTV사업의 효율적인 경쟁체제 구축과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다른 사업에서의 지배력이 IPTV 제공사업으로 부당하게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이는 방송 산업이 경제적 효율성보다 공익성·다양성 등의 공공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법으로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협회는 또 "이미 방송콘텐츠 시장은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진출하면서부터 황폐화되기 시작했다"면서 "통신 대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케이블TV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화를 묶으면 방송은 공짜'라는 손쉬운 마케팅에만 골몰했고, 차별화된 서비스 보다 저가 결합판매 전략만으로 시장을 잠식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방송서비스는 저가로 고착화됐고, 고품질 콘텐츠에 대한 투자 동력이 꺼져가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방송협회는 "때문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은 더욱 우려스러울 수 밖에 없다"면서 "방송과 인터넷, 케이블TV까지 몸집을 불린 SK텔레콤과 이에 맞선 경쟁사들이 지금보다 더 노골적으로 국내 방송 콘텐츠를 마케팅 수단으로만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지상파 방송사의 주장에는 콘텐츠 협상력 저하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최종 승인되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가입자에 CJ헬로비전 가입자까지 총 745만 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26%를 차지한다. 결국 유료방송업계가 SK텔레콤과 KT 양대 통신 대기업의 과점구조로 재편되는 형국인데, 이렇게 되면 지상파방송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상파방송까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함에 따라 KT, LG유플러스에 함께 같은 전선에 서게 됐다.
반면 케이블TV 업계는 '자신들이 제2의 CJ헬로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공통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막을 수 없는 대세라면, 기류에 몸을 맡기겠다는 전략이다. 대신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측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더라도 유료방송의 지역성을 지켜준다면 찬성한다"고 밝혔다. 권역사업자인 케이블TV가 전국사업자인 위성방송 및 IPTV와 다른 점이 지역성인 만큼 케이블TV의 특수성을 지켜주고, 모바일 중심의 결합상품으로 인한 방송서비스의 공짜화를 정부가 규제해 준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케이블TV협회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은 불가피한 만큼, 이번 딜을 무조건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딜을 바라보는 회원사간 견해도 차이가 있어 협회 차원에서 찬반 입장을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