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이형희 MNO 총괄 |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지분인수·합병을 반대하는 경쟁사 주장에 '경제효과와 글로벌경쟁 대응력'을 반격 무기로 들고 나왔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법인에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해 7조5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만8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혜택을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인수합병을 승인해달라는 설명이다.
SK텔레콤 이형희 MNO 총괄은 2일 오후 2시 서울 SK텔레콤 본사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한 기대효과와 미래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형희 총괄은 "새롭게 출범하는 합병법인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해, 문화·콘텐츠 산업을 진흥하고 투자 활성화 및 생태계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 편익을 증대하고, 국가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무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기술력을 갖추고,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으로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
라며 "우리나라가 콘텐츠 강국, 문화 부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산업, 국경없는 경쟁에 생존위협
우선, SK텔레콤은 미디어 산업이 넷플릭스·구글 유투브 등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국경없는 경쟁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글로벌 미디어 산업은 모바일화 및 개인화, 플랫폼 범용화, 기술발전 등을 통해 매체 및 산업간 경계가 무의미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는 진단이다. SK텔레콤은 사례로 미국의 컴캐스트, 버라이즌 등이 디지털 전환 후 신규서비스를 확산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선 1995년 31개 였던 미디어기업이 현재 3개로 합종연횡 되면서 덩치를 키웠다고 밝혔다.
이형희 총괄은 "넷플릭스는 현재 80여개국에서 서비스 중인데 전체가입자 6560만명 중 해외가입자가 2330만명(36%)에 이를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하고 있고, 구글의 유투브는 국내 모바일미디어 점유율 80%에 이를 정도로 시장장악 상태다"고 말했다.
이 총괄은 "하지만 국내 미디어 시장은 아직도 가입자 중심의 파편화된 경쟁을 지속하면서 케이블TV의 실적부진, 디지털화 지연을 보이고 있다"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시장 선도사업자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인수합병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즉 이번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국내 미디어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선순화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다.
◇5년간 5조원 투자해 7.5조원 생산유발
SK텔레콤은 이 같은 명분 하에 추진하는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 경쟁력 제고 ▲문화·콘텐츠산업 진흥 ▲투자활성화 및 생태계 발전 ▲미디어본연의 역할 수행 등 4가지 기대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 글로벌 플랫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맞춤형 개인화·추천서비스를 제공하고, 음성검색·클라우드 서비스·N스크린·멀티채널네트워크(MCN), 스마트홈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콘텐츠산업 진행을 위해선 뽀로로와 같은 유명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이들의 해외진출까지 돕겠다는 전략이다.
투자활성화 및 생태계 발전 관련해선, 합병법인은 향후 5년간 5조원 규모를 디지털 전환, UHD 확대 등 케이블 망 고도화를 비롯해 쌍방향 지능형 네트워크 구현, 콘텐츠 산업 및 스타트업 지원 등 미래형 인프라 고도화와 미디어 생태계 육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약 7조5000억원의 생산유발 및 4만8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SK텔레콤은 밝혔다.
다만, 이 총괄은 "이번 투자계획을 과거 투자비와 비교하긴 어렵고, 투자 세부항목은 (미래부에) 제출됐지만 이 자리에서 자세히 나누긴 좀 그렇다"면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 SK텔레콤 이형희 MNO 총괄(오른쪽 첫번째)을 비롯한 임원들이 설명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방송공공성·지상파반대·알뜰폰정책' 등 모범답안 준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시선중에는 방송의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무조건적인 몸 낮추기에 들어갔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방송콘텐츠의 다양성은 고객니즈 제고를 위해 반드시 진행할 것이며, 관련해서 채널과 VOD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의 공공성과 관련된 법 취지를 잘 따르겠다"면서 "지역생활정보 채널을 운영하고 지역채널에서 신규제작 비중을 높이든지, 지역정보 생산자인 지자체와 지역정보 제공자와 네트워크를 구성하든지, 지역기업을 활성화 시키는 방향으로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딜이 정부가 추진하는 알뜰폰 정책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취지에 맞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형희 총괄은 "알뜰폰 사업이 이번 딜의 핵심은 아니었지만 분리할 수 없어 포함됐다"면서 "그에 따라 주주가치 보호차원, 소비자 선택권, 정부정책 등 3가지 측면에서 균형점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원영 마케팅부문장은 "CJ헬로비전 대부분의 알뜰폰 고객은 KT망을 쓰므로 이동전화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안준다"면서 "혹시 KT망 고객을 SK텔레콤망으로 전환시킬 것이란 우려도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전환시킬 방법이 없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 "지배력 전이에 대해서도 정부차원의 안전장치가 많다"면서 "합병후에도 알뜰폰 사업정책은 현 기조를 충실히 이행하고, 합병과정에서 이용자 권익 침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상파방송사가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나선데 대해서도 당근책을 제시했다. 이형희 총괄은 "콘텐츠 펀드를 CJ E&M 하고만 조성하는게 아니다"면서 "콘텐츠 투자를 위해 새로운 펀드도 조성해 지상파 등 다른 PP들과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뼈 있는 한마디…
이형희 총괄은 경쟁사의 반대 주장에 대해 일격을 가했다.
이 총괄은 "경쟁사가 반대하는 주장들은 그들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 말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인수합병 후에도 유선시장·미디어시장 점유율 1위는 KT란 점을 강조했다. 이 총괄은 "(경쟁사 입장에선) 점유율 갭(gap)이 컸다가 좁혀진 것에 대한 불편함일 수 있고, 유선 '1강 2약' 상황에서 '2강 1약'으로 바뀌는데 대한 과거 1강(KT)의 느낌과 미래 1약(LG유플러스)으로 남는 느낌이 마음을 아프게 한 측면 아닌가 본다"고 공격했다.
이 총괄은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체력이 다 소진돼 힘들어해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는 생각이다"면서 "경쟁의 질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