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출시될 삼성전자 갤럭시S9를 자급제 단말기로 만날 수 있을까.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15일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두고 4차례에 걸쳐 진행한 논의 결과 내용을 15일 발표했다. 정부, 학계, 업계, 시민단체 등 통신관련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완전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거나 시장자율에 맡겨 활성화시키는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고려한 정책 내용을 이날 공개했다.
특히 협의회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구매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재 결합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했다. 궁극적으로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구조를 분리하는 자급제 시장을 도입해 단말기 구입부담 경감, 과도한 유통비용 절감을 통해 국민 후생 증진에 기여한다는 내용에 공감했다.
다만 자급제 도입에 따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불분명하고 해외에서도 이를 법률로 강제한 사례가 없어 법률로 강제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 법률로 강제할 경우 사라지게 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그 안에 담긴 선택약정요금할인 25%, 공시지원금 제도 등도 함께 폐지돼 오히려 소비자 후생이 후퇴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 자급제 도입 공감하지만…'기대와 우려 공존'
▲ 15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변정욱 국방대 교수(왼쪽)와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이 제4차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협의회는 자급제를 법률로 강제할 경우 필요한 보완책, 법률에 강제하지 않고 시장자율에 맡길 경우 통신사·제조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해야 할 정책 등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법률로 강제 시 필요한 보완 사항에 대해 협의회는 최소한 현재 소비자가 받는 선택약정할인율을 보장하고 현행과 동일한 단말기 할부 구매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단통법 자체가 사라져 줄어드는 소비자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요금경쟁을 담보하는 방안, 자급제 단말 출시 의무화 등이 추가적으로 논의됐다.
협의회는 제조사와 이통사 각각에 시장 자율에 맡길 경우 필요한 정책방향을 제안했다. 우선 제조사에는 기존 중저가 모델 외에 갤럭시노트8과 같은 프리미엄 폰에 대해서도 자급제 단말을 출시하도록 했다. 또 자급단말과 이통사 전용 단말 간에 존재하는 단말 종류 차이, 가격, 출시시점 등을 모두 동일하게 하도록 요구했다.
이통사에는 자급제 단말에 필요한 유심요금제 출시, 유통비용을 소비자 혜택으로 돌리기 위한 온라인 가입자 혜택 확대 등을 제시했다. 유심요금제는 주로 알뜰폰에 활성화되어 있는 요금제로 통신사와의 요금·단말기 할부 약정 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를 말한다.
온라인 가입자 혜택은 온라인으로 단말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도 대리점에서 구매하는 고객들이 받은 각종 요금할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LG유플러스가 온라인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7%의 월정액 요금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 자급제 논의내용 '공감한 이해관계자'
자급제 도입과 관련한 협의회 내용에 대해 통신사·제조사·유통협회·시민단체 등은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선 통신사는 유심요금제 출시와 온라인 가입자 혜택 확대에 공감햇다. 3사 모두 유심요금제 출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가입자 혜택의 경우 이미 제도를 시행 중인 LG유플러스를 제외한 KT·SK텔레콤은 시장상황 등을 검토해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중저가 모델 외에 프리미엄 폰에 대해서도 자급제 단말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사실상 내년 출시되는 갤럭시S9부터는 자급제 단말기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이통사 전용 단말기와 자급제 단말기 간에 존재하는 가격과 출시시기, 단말기 종류 문제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통사 전용 단말기와 자급제 단말기 간에는 가격 차이가 존재한다. 가령 갤럭시노트8(64GB)의 이통사 출고가는 109만4500원이지만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 구매할 경우 120만4000원을 줘야 한다. 10만9500원 가격 차이가 난다.
출시시기도 이통사 전용 단말기가 자급제 단말기보다 더 빨리 출시된다. 단말기 종류 역시 자급제 단말기는 종류나 수량 등이 제한적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유통비용 일부를 소비자 혜택으로 전환하는 취지에 공감했다. 다만 이통사의 불법 지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유통망 추가 지원금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남은 몫은 국회로…IMEI 해소도 필요
협의회의 논의 내용이 정책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법적 강제성은 없다. 때문에 협의회는 내년 2월까지 논의를 진행한 뒤 그동안의 내용을 책자형태로 정리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결국 협의회가 논의를 하더라도 이 내용이 그대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추진하는 쪽은 법안을 발표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지난 9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김성태 의원실] |
설사 국회가 협의회 내용을 반영한다 해도 실제 자급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에서 자급제가 활성화된 국가들은 대부분 휴대전화의 주민등록번호인 식별번호를 이통사에 의무적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이 식별번호를 국제모바일기기식별코드(IMEI)라고 부르는데 국내에서는 총 15자리로 구성된 식별번호를 이통사에 의무적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통신서비스 가입이 불가능하다.
이 방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해외 직구를 한 단말기든 국내 자급제 단말기든 통신사의 IMEI 등록 없이는 통신서비스 가입이 불가능해 사실상 완전한 단말기 자급제 시장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 디지털프라자에 가서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해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선택해 IMEI 등록을 거쳐야 통신서비스 가입이 가능하다. 반면 중국 등은 통신사에 별도의 IMEI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유심(USIM)만 끼우면 통신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이동통신 단말기 완전자급제 소비자 관점으로 다시보기'라는 제목의 정책 자료집을 보면 "엄밀한 의미에서 단말기 자급제는 IMEI를 통신사에 등록하지 않은 단말기도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미국, 유럽, 중국 등과 같이 IMEI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통신서비스 가입을 허용해야만 이통사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고 단말기를 자유롭게 구매해 사용하는 완전자급제 시장이 열릴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