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인 IT 서비스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신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지난해 대부분 호실적을 달성했다. 고마진의 IT 서비스가 힘을 내는데다 경영 효율화 및 사활을 걸다시피 한 신규 사업들이 결실을 맺으면서 눈에 띄게 개선된 성적을 기록했다.
3일 SK(주) 사업부문인 SK(주)C&C는 지난해 매출이 1조6230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1조4818억원)에 비해 9.5%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2116억원으로 전년(1805억원)에 비해 17% 늘었다.
이 같은 수치는 작년말 중고차 사업(SK엔카닷컴) 부문을 정리하면서 관련 매출과 영업이익이 제외(중단영업손익으로 분류)된 것을 감안해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IT서비스와 중고차 사업 부문을 합치면 매출은 2조5541억원으로 전년(2조2967억원) 보다 2500억원 이상 확대된 것으로 집계된다.
IT 서비스가 힘을 받으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3.04%로 전년(12.18%)보다 소폭 올랐다. 지난 2015년 IBM과 협력을 시작으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서비스에 역량을 모은 것이 주력인 IT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SK(주) C&C는 IT 기반 사업 외에도 스마트공장과 스마트로지스틱(물류) 등 융합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공장 자동화 구축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로 융복합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 계열의 LG CNS도 쾌조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LG CNS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사상최대 규모인 2156억원으로 전년(1686억원)에 비해 28% 증가했다.
지난 2015년 말부터 추진한 계열사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작년 매출(3조32억원)이 전년(2조9477억원)보다 2% 가량 늘어난 것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2000억원대를 달성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18%로 전년(5.72%)보다 1.46%포인트 상승했다. 3%대에 머물렀던 2년 전 이익률(3.18%)에 비해서도 개선된 수치다.
실적이 살아나는 것은 부실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결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LG CNS는 '재무통' 김영섭 대표가 2015년 취임한 이래 쉼없는 사업 재편에 나선 바 있다.
2016년 5월 산업용 무인헬기 솔루션 공급업체 원신스카이텍 흡수합병을 시작으로 방위산업체 코리아일레콤에 대한 추가 출자, 콜센터 운영 자회사 유세스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전기차 공유 업체 에버온 매각, 금융자동화 사업부문 물적분할 등에 나선 바 있다.
지난달 2일에 실적을 먼저 발표한 삼성SDS 역시 IT 서비스의 안정적인 성장에다 신성장 사업인 물류 BPO(업무프로세스)가 힘을 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9조299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전년(8조1802억원)보다 13.7%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7316억원으로 역시 최대를 기록했던 전년(6271억원)에 비해 1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 성장폭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87%로 전년(7.67%)에 비해 2%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IT 서비스 부문이 모처럼 살아나면서 전체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IT서비스 부문의 영업이익은 6591억원으로 비율로는 90%에 달한다. 지난해 물류BPO의 매출이 절반 가량(44%)에 달할 정도로 커졌으나 여전히 주력인 IT서비스에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보통 대기업 SI 업체들은 '그룹 전산실'로 불린다. 태생적으로 계열사의 IT 부문을 통합해 만들어졌으며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에 힘입어 어려움 없이 성장한 곳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2013년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 이후 대기업의 공공 SI 사업 참여가 제한되는데다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이 많자 신사업으로 눈을 돌린 곳들이 많다. 최근에는 4차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