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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2021년 기대작 'SK스토아+간호섭' 콜라보

  • 2020.11.17(화) 10:26

여성의류 PB 헬렌카렌과 패션 마이다스 손의 만남
간호섭 홍익대 교수·김판수 SK스토아 커머스사업1그룹장 인터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맘 때의 기억이다. 

집안 한켠 배추가 수북이 쌓인다. 배추는 소금물에 절여 숨을 죽였다. 그 사이 무를 채썰고 코끝 찡하게 매콤함이 올라오는 배추속을 만들었다. 이제 둘을 결합시키면 완성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하면 김장은 단순 노동으로 끝나 버린다. '김장하는 날'이 추억으로 남았던 이유는 수육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갓 삶은 돼지고기 수육은 육즙을 가득 담았다. 여기에 절임배추와 배추속을 얹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김장 김치와 수육의 콜라보레이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홀로 있을 때에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만, 그런 둘이 만나 어머어마한 재능을 꽃피우는 때가 그렇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T커머스 업계 1위로 도약한 SK스토아의 패션 PB '헬렌카렌'과 패션업계 마이다스의 손 '간호섭' 홍익대 교수와의 콜라보다. 

한창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패션 PB(자체 브랜드)와 유명 패션 디렉터이자 교수의 만남이 궁금해졌다. 

간호섭 디렉터(왼쪽)와 김판수 SK스토아 커머스사업1그룹장 [사진=SK스토아]

패션업계에서 '간호섭'이란 이름은 꽤나 대중적이다.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진 않았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씩 패션 디렉터로 참여했던 각종 프로젝트에서 히트를 치고 있다. 

2004년 현대홈쇼핑 의류브랜드 G-Limit 디자인총괄이사, 2005년 아모레퍼시픽 오딧세이스포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07년 세라 30주년 레노베이션 디렉터, 2008년 신진 디자이너 쇼핑몰 Level5 총괄 디렉터, 2009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1∼4 디자인멘토, 2010년 부즈 뿌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4년 루이까또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8년 홈앤쇼핑 의류브랜드 엘렌느·슬로우어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업계에선 학자이면서 패션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를 영입하려 경쟁이 치열하다. 

선입견 탓일까. '교수, 게다가 패션전공자, 업계 리더' 라는 수식어를 생각하니 꽤 까다롭고 독선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그가 궁금했지만 인터뷰를 어찌해야 되나 긴장됐다. 

의외였다. 그의 첫 인상은 수더분했다. 그냥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마냥 편했다. 어떤 인터뷰이를 만나면 형식적 질문과 대답만 오가고 마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와의 인터뷰는 카페에서 수다떠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한국패션비즈니스학회장, 패션디렉터 등 직책도 여러가지다. 이날은 SK스토아 헬렌카렌 패션디렉터로 만났으니 '디렉터'로 호칭을 통일키로 했다. 

간 디렉터는 학사·석사를 마치고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던 28세때 동덕여대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동덕여대 총장이 기존 학교와 다른 새로운 패션스쿨을 운영하고 싶다고 해 젊은 나를 부교수로 영입했는데, 이때부터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자격지심과 결핍감이 오늘날의 나를 만든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학교 입장에선 실력면에선 뛰어나면서도 연령면에서 파격적인 인재를 영입해 홍보효과를 봤겠지만, 간 디렉터 입장에선 책임감이 막중했던게 사실이다. 주변 시선도 있었을 것이고 학교 기대감도 있던 만큼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야 했다는게 부담감이 됐다. 그게 간 디렉터를 더욱 열중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실제로 간 디렉터가 국내 첫 발을 내디딘 1990년대 후반 부터 활동하던 디자이너 중 지금까지 이름을 알리는 인물이 드물다. 그만큼 간 디렉터의 활동력은 높게 평가된다. 

'패션 디자이너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 욕심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간 디렉터는 "솔직히 교수 일년치 연봉을 털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쇼를 하는 것도 무리였고 때마침 디렉터 직군이 떠오르기도 했다"면서 "디렉터로 참여하다보니 패션쇼와 유통의 결합을 자연스럽게 경험했고, 남들이 안가본 길을 가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험이 쌓이니 요령이 생겼고 나중에는 자신만의 전략이 됐다. 

간 디렉터는 "내 전략 중에서 우선 요인은 매출이다"면서 "헬렌카렌 패션 디렉터로 참여하면서 첫 방송 이후에도 판매율을 꼭 체크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홈쇼핑의 경우 품질이 떨어지면 대부분 반품되는 만큼,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선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제 막 헬렌카렌 디렉터로 참여한 만큼 히트제품이 나오고 매출로 이어지려면 1∼2년의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1년뒤 SK스토아 패션 PB 헬렌카렌이 기대되는 이유다.  

간호섭 디렉터를 만나고 나니, 그를 영입키로 마케팅 전략을 낸 이가 누굴까 궁금해졌다. 

SK스토아에서 TV홈쇼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판수 커머스사업1그룹장을 만났다. 다소 호리호리한 체구지만 강단 있어 보였다. 검정 슈트에 검정 셔츠를 입을 정도로 패션감도 범상치 않았다.  

"(간호섭 디렉터 영입은) 내 아이디어 였다. 2017년 분사 후 지난 3년간 기초 경쟁력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고도화 된 상품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그룹장은 "상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특히 상품의 세부 카테고리가 필요하고, 그중에서도 패션이 중요하다고 봤다"면서 "고민끝에 외부 전문가와의 콜라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간호섭 디렉터의 전문성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바 있다. 상품기획부터 판매, 정보전달에 이르기 까지 다른 홈쇼핑에서 검증된 인물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헬렌카렌은 2019년 9월 론칭 이후 약 1년만에 SK스토아 대표 여성의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작년말 기준 SK스토아 여성의류 중에서 재구매율·리뷰수 1위를 차지했다. 올해 SS시즌(봄·여름) 상품 순취급고는 작년 FW시즌(가을·겨울) 대비 50.6%나 늘었다. 초기 인기도는 잡았으니 이젠 상품경쟁력으로 대중성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김 그룹장은 한발 더 나아가 내년에는 헬렌카렌 이외의 신규 PB 브랜드도 론칭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신규 PB를 확대 론칭할 계획"이라면서 "패션뿐만 아니라 가정용품, 주방용품에 이르기 까지 생활상품군으로 확장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김 그룹장은 "TV홈쇼핑 시장은 역성장 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TV홈쇼핑이란 대형화면을 통해 전문화된 쇼호스트가 간접경험하면서 판매를 유도하는 비즈니스다. 최근 모바일 이용률이 높아지면서도 대형TV 판매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대형화면을 통한 경험치는 모바일이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인 만큼 TV홈쇼핑 영역은 생존할 것이란 예측이다. 

그는 다만 네이버 쇼핑의 성장세가 가장 큰 경쟁상대라고 경계했다. 

이에 대비해 SK스토아는 기술투자에도 주력하고 있다. 멀티POC(다양한 채널 플랫폼)를 통한 고객접점 다변화뿐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 양방향 서비스인 SK스토아온과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큐레이션, 나아가 개인화·차별화를 위한 기술방송 운영까지 준비 중이다. 일종의 TV내 종합쇼핑몰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겠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11번가가 갖고 있는 데이터까지 결합시킬 수 있는 타이밍이 오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게 김 그룹장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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