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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확대' 단통법 개정…'동네 대리점 고사할라' 우려

  • 2021.05.26(수) 17:26

공시지원금 추가지급 한도 15→30% 2배로
지원금 변경 주기도 7일에서 3~4일로 축소
자금 여력 풍부한 유통사로 쏠림 현상 우려

휴대폰 구입시 공시지원금과 함께 대리점·판매점에서 추가로 지급하는 지원금 한도가 현행 15%에서 30%로 확대된다.

예를 들어 출고가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36만원의 이통사 공시지원금에 얹어 대리점이 5만원 정도 추가 지원금을 주는데 앞으로는 5만원에서 두배 늘어난 1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동통신사 뿐만 아니라 대리점 등 유통사들까지 적극적으로 가격 경쟁을 벌이도록 유도해 단말기 구매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선 영세한 대리점보다 자금 여력이 풍부한 대규모 유통사로의 소비자 쏠림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 단통법 개정안 마련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단말기 유통법 및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고시) 개정안 마련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고가 제품 출시에 따른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비용 절감을 위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비용은 지난 2013년 8000원에서 2019년 2만8000원으로 3.5배 늘었다. 

김재철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단말기 유통법 제정 이후 가계통신비는 인하 추세이나 일각에서는 단말기 비용은 오히려 늘어나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방통위는 공시지원금을 확대하고 공시주기를 개선해 이용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방안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유통법 및 지원금 공시기준 고시 개정안 통과시 바뀌는 것들/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방통위는 유통점이 지급할 수 있는 추가 지원금 한도를 현행 15%에서 30%로 상향키로 했다. 기존에는 유통점이 공시 지원금의 15% 범위에서만 이용자에게 추가로 지원금을 지급했다.

지원금 한도를 15%의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다보니 일부 유통점에선 한도를 초과해 불법 지원금을 살포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법정 한도를 지키는 대다수 유통점의 가격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방통위는 이번 추가지원금 한도 상향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법 지원금 지급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SK텔레콤에서 약정을 통해 출고가 99만9000원의 갤럭시S21 단말기를 7만원대 요금제로 구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에는 이동통신사 공시지원금(35만6000원)에다 대리점 추가지원금(최대 5만3400원)을 받아 소비자 실구입가는 59만500원이었다.

추가 지원금 한도가 상향되면 실구입가는 53만7100원까지 떨어진다. 기존보다 최대 9% 줄어든 액수다.

방통위는 지원금 공시 주기도 변경했다. 기존에는 이동통신사들이 기준일 없이 최초 지원금 공시일로부터 7일 동안 책정된 지원금을 유지했으나 앞으로는 일주일에 두차례인 월·목요일에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공시일 체제에선 최초 공시 이후 7일이 지나면 이통사들이 언제든지 지원금을 변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용자 입장에서 언제 지원금이 변동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김 국장은 "지원금 변경 주기를 기존 7일에서 3~4일로 단축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사업자간 공시지원금 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공시지원금 변경 예측 가능성을 높여 이용자 후생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번 조치를 시행하기 위한 움직임에도 나선다. 추가지원금 한도 상향을 위한 단말기 유통법 개정은 법률 개정 사항으로 향후 입법예고 등 정부입법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지원금 공시주기 변경은 고시 개정사항으로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를 거쳐 위원회 의결을 통해 시행할 예정이다.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나와

이동통신 3사 휴대폰 유통점/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방통위의 이 같은 정책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가지원금 지급 여력이 있는 대형 유통점으로의 소비자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통점이 지급하는 추가지원금은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인센티브)와 자체 자금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자금 여력이 풍부한 대형 유통점이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인 30%를 지급할 수 있다.  나머지 동네 유통점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방통위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를 30%로 설정한 것이 중·소 유통점 생존과 더불어 이용자 후생 극대화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를 30%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은 중소 유통점이 대형 유통점과의 가격 경쟁이 어려운 점, 유통점간 지급 여력에 따른 이용자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인상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중·소 유통점은 지금도 불법 보조금을 대거 지급하는 이른바 '성지' 유통점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까지 상향되면 영세 유통점은 더욱 소비자들의 외면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시 주기 변경일을 기존 7일에서 3~4일로 단축한 것이 소비자 혼란을 부채질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한 유통점 관계자는 "통신사별 공시 지원금이 워낙 자주 변경돼 기존 공시 주기 변경일 7일에도 소비자들이 적응하기 버거운 경우가 많았다"며 "공시 주기 변경을 일주일에 2번 바꿀 수 있게 되면, 통신사는 물론 단말기별 지원금을 계산해야 하는 소비자들이 더욱 혼란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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