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잠에서 깬 직장인 김모씨(33). 그가 눈을 뜬 시간은 출근 시간 5분 전인 8시25분입니다. 그래도 전혀 초조하지 않습니다. 헤드셋만 착용하면 자신을 디지털로 형상화 한 아바타를 통해 온라인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죠.
김씨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 접속한 이들과 온라인 미팅을 했습니다. 미팅 직후 김씨는 고객사에 보낼 제품의 3차원(3D) 샘플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문제가 없는지 살폈습니다. 이 모든 업무를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해냈다는 것.
공상과학(SF) 영화 얘기가 아닙니다. 메타버스를 통해 당장 오늘이라도 구현할 수 있는 일상입니다.
코로나19로 메타버스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감염병 확산 우려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났고, 그 대안으로 메타버스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는 미국 로블록스사의 동명의 게임 '로블록스', 네이버제트의 사회적관계망(SNS) 플랫폼 '제페토'와 같은 게임 놀이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가상의 대학교 입학식과 근무 환경에서부터 코딩 및 의료 교육 등 일상의 전반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교육 영역에 침투한 '메타버스'
대학이 메타버스 활용 방안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이뤄지는 신입생 환영회를 열지 못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공간을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통신 기업 SK텔레콤이 관련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SKT의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VR'로 순천향대 메타버스 입학식을 올 3월2일에 구현했습니다.
신입생은 본인의 개성을 살린 아바타로 메타버스 입학식에 참여했습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총장의 인사 말씀과 신입생 대표의 입학 선서를 듣는가 하면요. 교수·동기·선배들과 소통하며 오프라인 입학식 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메타버스로 구현된 입학식 진행 장소는 순천향대 대운동장을 그대로 옮겨 신입생들에게 더욱 현실감을 선사했습니다.
SK텔레콤은 순천향대 주요 학사 일정 및 강의, 동아리 활동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해 '메타버스 캠퍼스'를 열 계획입니다. 또 다른 대학에도 이 같은 메타버스 캠퍼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해외 기업과 교육 분야에서 협업해 '메타버스 교실'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에듀테크 기업 씨엠에스(CMS)에듀는 3차원(3D)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미국 유니티와 손을 잡았는데요.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을 공동 개발키로 했습니다 .
CMS에듀는 유니티의 메타버스 구현 기술력에 주목했습니다. 유니티는 게임, 가상현실 구현에 필수적인 그래픽 기술을 보유하고 있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가상현실 게임 '포켓몬고' 역시 유니티의 그래픽 기술로 구현된 것입니다. 세계 모바일 게임 약 50%가 유니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MS에듀는 유니티 엔진을 활용한 메타버스 코딩 교육 플랫폼 'codeAlive'를 최근 선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수강생이 본인을 형상화 한 아바타로 코딩 작업을 통해 게임 속 세상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유니티의 3D 그래픽 기술을 교육 콘텐츠에 접목한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CMS에듀와 유니티의 협력은 얼핏 지루할 수도 있는 교육 영역에 놀이 문화를 접목한 사례"라며 "수강생의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가상의 '산업 현장'까지 구현
메타버스를 산업 현장에 구현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입니다.
MS는 2019년 가상현실 기기 '홀로렌즈2'(Hololense)를 출시했습니다. 이 기기를 착용하면 별도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와이파이만으로 가상의 작업 현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공작기계 회사에 수습 직원이 들어왔습니다. 이 직원은 제조 기계 조작법을 홀로렌즈2를 통해 교육 받을 수 있습니다. MS는 홀로렌즈2가 교육, 의료 현장 등 광범위한 산업에서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홀로렌즈2를 통해 가상 회의실을 구현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MS는 올 3월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Azure)' 기반 가상현실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메시'(Microsoft Mesh)를 선보였습니다. 홀로그램2를 착용한 이용자들은 자신들만의 아바타를 통해 다른 직원들과 가상의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미국 페이스북은 디지털 사무실 구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인피니트 오피스'(Infinite Office)를 선보였습니다. 별도 노트북 없이도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2'(Oculus Quest2) 등 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가상의 사무실을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의료 현장에 메타버스를 도입하는 조짐도 보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2021년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제29차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온라인 외과 수술 교육을 진행하는 교육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아바타를 통해 수술 교육을 지켜본 참석자들은 360도 카메라를 바탕으로 수술실 내 환경을 확대하고 둘러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진료 및 건강관리, 디지털 치료제 검증 등이 가능한 '가상의 종합병원'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오연주 한국정보사회진흥원 정책본부 책임연구원은 "메타버스 기술이 일상에 접목되기 시작하면 인공지능(AI)과 합쳐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이 같은 구조가 확립되면 이용자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영역도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