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에 대한 규제가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카카오의 택시 사업 등을 간섭하기 위한 법안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가세해 사업을 제재하거나 '오너'의 개인회사를 들여다보기 위한 조사에 들어가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규제의 칼끝은 빅테크 기업 가운데서도 네이버보다 카카오에 맞춰져 있다. 코로나19 이후 카카오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택시와 대리운전 등 분야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들의 표를 얻기 위해 카카오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부터 정부까지 전방위 규제
빅테크 기업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곳은 정치권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카카오가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며 연일 비판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자 재벌 기업과 다른 경영 및 기업 문화로 치켜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국회에서 플랫폼을 규제할 법안을 대거 발의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법안이 '택시호출비 상한법'이다. 택시 호출 중개 요금을 정하는 경우 중앙·지방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택시비 상승을 막아 서민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플랫폼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이용료를 대폭 인상하려 했다 거센 반발에 철회한 바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독점을 방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이 법은 플랫폼 기업이 생성한 데이터를 독점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공정위도 카카오에 대한 규제의 칼끝을 대고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최근 5년간 제출한 지정 자료에서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 보고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 회사다. 카카오 지분을 10.59%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가맹 택시에 호출을 몰아줬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심지어 공정위의 수장도 플랫폼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금융 당국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온라인 금융플랫폼이 금융상품에 관한 계약의 체결을 대리하거나 중개할 경우 인허가를 받도록 했다.
지금껏 카카오페이 등은 금융 플랫폼을 통해 펀드나 보험, 신용카드 등 타 금융사의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런 서비스 역시 은행 및 카드사와 같은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등록과 인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영향력 확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이전부터 있어 왔으나 이번처럼 정치권과 금융당국, 공정위까지 달려든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의 규제는 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큰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뉴스를 손보는 데 집중됐으나 이들의 사업 영역이 무한 확장하면서 규제의 영역도 더욱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규제의 필요성이 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만 해도 택시 호출 시장에서 점유율이 80%에 달한 정도로 사실상 시장을 휩쓸고 있다. 카카오는 이러한 막강한 점유율을 기반으로 수수료를 인상하려 했다 논란이 커지자 유료 호출 서비스를 폐지하기도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플랫폼 이용률이 높지 않아서 관련 이슈들이 주목받지 못했다면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면서 택시, 대리운전 등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해 관계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 공세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내년에 대선이 있으니 정치권에서 소상공인 등에 대한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이 규제 강화로 선회하면서 금융위 등도 이 같은 기조에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보다 카카오에 집중된 제재…왜?
증권가에선 카카오에 대한 규제 여파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간 독과점의 집중 타깃이 됐던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틈을 타 사업 영역을 전방위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2년 전 71개였던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올해 상반기 128개로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115개에서 76개로 줄어든 네이버와 대조적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의 경우 그동안 네이버에 집중됐던 독과점 규제로 인해 카카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 택시 등 상대적으로 다양한 사업에 활발히 진출했던 부분이 이번에 더욱 크게 리스크로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금융 플랫폼에 있어서도 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2020년 투자 및 대출·보험의 매출 비중은 22.7%이나 네이버는 아직 관련 매출이 미비한 수준"이라며 "현시점에서 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다소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