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글로벌 트렌드 파악이 중요합니다. 혁신 기술과 신약에 대한 가치는 현존하는 기술이나 기존 신약 대비 우월성, 차별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바이오워치]는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바이오 소식을 다룹니다. [편집자]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미국의 약가인하 처분에 소송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BMS), 존슨앤드존슨, 머크, 베링거인겔하임,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 6곳과 미국상공회의소, 미국제약협회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적용 대상 1차 약가인하 협상 대상 의약품 10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는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인 CMS(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cices)와의 협상을 통한 처방의약품 약가인하 내용이 포함돼 있고요.
이번 약가인하 협상 대상 의약품은 '메디케어(Medicare)' 지출액이 가장 많은 의약품 중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9년 이상 제네릭이 출시되지 않은 케미컬의약품과 13년 이상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은 바이오의약품입니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의 고령자와 장애인 등 6600만명을 대상으로 미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의료보험보장제도 입니다.
이번 약가인하는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가동된 지 60년만에 처음 진행되는 것으로, 대상 의약품 10개 품목에 대해서는 약 2년의 약가인하 협상을 거쳐 오는 2026년부터 인하된 약가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약가인하 대상은 메디케어 Part D(전문의약품 보험) 및 Part B(의료 보험)에 해당되는 의약품이 우선적으로 대상이며, 2026년부터 Part D 10개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를 시작으로 오는 2027년 Part D 15개, 2028년 Part D 및 Part B 각각 15개, 2029년부터는 Part D및 Part B 각각 20개 의약품으로 점차 확대될 예정이고요.
약가인하 협상 품목은 △항응고제 '엘리퀴스'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 △항응고제 '자렐토'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 △심부전치료제 '엔트레스토'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혈액암치료제 '임브루비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스텔라라' △당뇨병 치료제 '피아스프' 등 인슐린 10개 품목으로 확정됐습니다.
해당 품목을 제조하는 글로벌 제약사는 오는 10월 1일까지 협상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요. 만약 거부할 경우 메디케어 적용 의약품에서 제외되거나 의약품 매출액의 최대 90%에 해당하는 매출액에 대한 세금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약가인하 협상에 참여해 약가가 낮아지면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품목 제조사들은 현행 약가 보전을 위해 소송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죠.
당초 일본의 아스텔라스도 자사의 전립선암치료제 '엑스탄디'가 약가인하 협상 대상 10개 품목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실제 정부 발표에서는 제외돼 지난 6일 소송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아스텔라스는 소송 철회 성명에서 "IRA의 메디케어 약가인하 협상 프로그램은 나쁜 정책이며 위헌"이라며 "메디케어 가격 인하 정책은 미국의 처방약 경쟁을 혼란에 빠뜨리고 난치성 질환에 대한 중요한 연구개발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없애 결과적으로 환자를 위한 신약의 가용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고요.
국내에서도 약가인하로 정부와 기업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요. '기등재 약가 재평가'를 통해 지난 5일부터 7675개 품목에 대한 대규모 약가인하 조치가 내려졌고 2년 마다 '실거래가 조사 약제 상한금액 조정(실거래가 약가인하)', 매년 '사용량 약가연동' 등의 제도로 약가인하가 이뤄지고 있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약가인하를 피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승소 확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약가인하를 두고 R&D 투자 감소로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요.
반면 환자들에게는 고가의 치료제가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약가인하가 절실한데요. 환자들의 약값 부담은 줄이고 기업의 R&D 투자는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