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가 최근 미국에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가격을 1390달러(한화 약 188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보험 전 약가로 5일치 복용 기준 가격인데요. 팍스로비드는 1일 2회씩 총 5일간 복용하는 것이 정해진 용법용량입니다. 현재 미국 정부가 팍스로비드 구입에 지불하고 있는 비용은 530달러(약 70만원)로, 2.6배가량 인상됩니다.
팍스로비드는 화이자가 개발한 알약 형태의 코로나 치료제입니다. 지난 2021년 12월 2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닷새 뒤인 2021년 12월 27일 긴급사용이 승인됐습니다. 이후 지난 7월 국내에서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고요.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 과정에서 단백질 합성과 핵산의 일종인 리보핵산(RNA) 복제를 막아주는 니르마트렐비르가 핵심 성분으로, 코로나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데요. 여기에 니르마트렐비르 성분의 효과를 더 지속시켜주는 리토나비르 성분도 첨가돼 있습니다.
화이자의 임상시험에서 팍스로비드는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원과 사망을 약 9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이에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 치료에 팍스로비드를 사용하고 있고요. 다만 만 60세 이상, 만 12세 미만 면역저하자 또는 기저질환자여야 하며 코로나 증상 발생 후 5일 이내 산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합니다.
팍스로비드는 출시한 직후 2022년에 189억3300만달러(약 25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미국 매출액만 105억1400만달러(14조원)에 달합니다. 미국이 팍스로비드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이번 약가 인상에 대해 화이자는 "정가가 환자가 지불할 가격을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면서 "환자에게 낮은 본인 부담 비용으로 제공되는 건강 보험 제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면서 환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화이자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는 미국 환자들에게 팍스로비드가 무료로 제공되는데요. 화이자는 정부와 합의에 따라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가입한 환자에게는 2024년 말까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부분보험 가입 환자에게는 2028년까지 팍스로비드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도 비보험으로 팍스로비드를 구입할 경우 약가는 60만~70만원에 달하지만, 코로나 확진으로 의사 처방을 받으면 급여가 적용돼 2000~3000원에 구입이 가능합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약가 인상이 체감되지 않지만 내년에 화이자가 팍스로비드의 가격을 인상하면 우리나라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커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