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예치·운용 서비스 '하루인베스트'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소재 계열사 '하루매니지먼트'가 파산했습니다. 지난해 6월 갑작스러운 입출금 중단사태가 발생한지 약 1년5개월만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돌려받을 자산의 행방도, 규모도 불투명합니다.
'페이퍼컴퍼니' 파산선고였지만 반환 가능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0일 '하루매니지먼트'의 파산선고를 내렸습니다. 하루매니지먼트는 영국령인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하루인베스트(이하 '하루') 계열사 중 한 곳입니다. 하루인베스트 온라인 홈페이지 운영약관상 법인으로, 상품가입과 고객 가상자산 관리를 도맡았던 곳이지요. 하루인베스트는 지난해 6월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받고 입출금을 중단했습니다.
앞서 '하루인베스트코리아'와 '블록크래프터스'의 회생절차를 신청할 당시, '하루' 측은 하루매니지먼트가 채무자이며 앞의 두 법인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 측은 사실상 하루매니지먼트만을 채무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결국 '하루' 계열사 모두 하루인베스트를 통해 수익을 올렸으니까요.
현재 하루인베스트코리아와 블록크래프터스는 파산신청을 진행 중입니다. 앞의 두 기업이 아닌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에 가까운 하루매니지먼트가 파산선고를 받았지만, 법조계는 '하루인베스트' 피해자(채권자) 자산 반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하루인베스트가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자산은 B&S홀딩스 대표 A씨에게 위탁한 게 아니면, 다른 곳에 위탁한 자산"이라면서 "하루매니지먼트 파산 사건에서 (이용자 자산 반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고, 굳이 두 법인의 파산선고가 필요한지는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렘마테크놀로지'로 돌아간 FTX 파산채권
법원은 하루매니지먼트에 파산선고를 내렸지만, 돌려받을 수 있는 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하루' 싱가포르 계열사 하루유나이티드는 이용자 자산 대부분을 'B&S홀딩스'라는 트레이딩업체에 맡겼습니다. 블랙크래프터스의 일원으로 가상자산을 운용하다가 퇴사한 A씨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그는 현재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사기)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는 운용하던 가상자산의 95%를 지난 2022년 파산한 FTX거래소에서 운용하면서, 실제로는 35%만 운용 중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몄습니다. 그리고 FTX 파산채권을 파나마 소재 법인 '렘마 테크놀로지'로 이전했습니다. 채권자 측은 FTX 파산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렘마테크놀로지에 대한 파산신청을 했으나, 기각당해 서울고등법원에 항고를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습니다. A씨가 렘마 테크놀로지에 이전했던 1억6566만달러(한화 2316억원 상당) 상당 FTX 파산채권을 부실채권 투자회사 아테스토에 35% 가격으로 할인 판매했기 때문입니다. A씨와 아테스토는 해당 채권 이전여부를 두고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하루인베스트 한 채권자는 "FTX 채권을 다 받아도 변제율이 20%도 안 되는데, 아테스토가 얼마를 준다는 건지도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