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주요 제약기업과 바이오기업 직원들간의 평균 근속연수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전통 제약사들은 오래된 업력과 기업 안정성을 기반으로 평균 근속연수가 10년 전후에 달하는 반면 바이오기업들은 업력이 짧고 인력 이동이 많다보니 5년도 못 미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평균 근속연수, 제약사 10년 7개월…바이오사 4년 4개월
27일 비즈워치가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20곳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를 분석한 결과 제약사 10곳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7개월이었고 바이오 10곳의 평균 근속연수는 4년 4개월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평균 근속연수가 긴 곳은 유한양행과 동화약품으로 12년 7개월에 달했다. 유한양행은 2023년 12년 8개월에서 1개월 줄었고 동화약품은 12년 6개월에서 1개월 늘었다.
일동제약이 12년 6개월, 동아에스티 12년 3개월, 삼진제약 12년, 광동제약 10년 9개월, 종근당 9년 6개월, 녹십자 9년 4개월, 한미약품 8년 5개월, 대웅제약 6년 3개월 등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바이오 기업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5년 넘는 곳이 3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7곳은 3~4년 수준이었다. 셀트리온이 5년 9개월로 가장 길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씨젠이 각 5년 2개월, 리가켐바이오와 에이비엘바이오가 각 4년 7개월, SK바이오사이언스 4년 4개월, 휴젤 3년 7개월, 알테오젠과 HLB가 각 3년 5개월, 보로노이는 3년 1개월에 그쳤다.
유한양행, 높은 연봉·승진 가능성에 최다 장기근속
장기근속은 업무환경과 복지수준, 기업 안정성, 직무 만족도 등을 보여주는 요소다. 전통 제약사는 기업 안정성 측면에서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강해 기존 인력 이탈이 상대적으로 적다.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긴 유한양행은 높은 연봉과 대표 임기제 등이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이끄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9700만원으로 제약사 가운데 가장 높다. 뒤를이어 종근당 8100만원, 동아에스티 7800만원, 녹십자 7300만원, 대웅제약 6900만원 순이다.
유한양행은 임원 승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도 직원들의 장기근속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유한양행 조욱제 사장은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전문의약품 영업, 마케팅, 약품사업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병원지점장 이사 등을 거쳐 2021년 사장직에 올랐다.
유한양행에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이정희 전 사장도 1978년 유한양행에 공채로 입사해 유통사업부장, 마케팅홍보담당 상무, 경영관리본부장, 전무, 부사장 등을 지낸 유한맨이다.
바이오, 신규 채용·인력 이탈 등으로 근속연수 짧아
바이오 기업들은 신규 인력 유입 만큼이나 이탈하는 수가 많다보니 평균 근속연수가 짧을 수 밖에 없다. 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한데다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면서 블랙홀처럼 타사 인력을 빨아들이다보니 인력의 회전이 활발한 것이다.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대형화되면서 인력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신규 채용 인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 바이오기업들간 고급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인력 이동이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업계는 바이오 산업의 인력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고급인력들이 대거 양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인력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문인력이 이탈할 경우 사업의 안정성과 연속성이 떨어지는 만큼 우수 인재를 많이 양성해 바이오 인력시장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