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KT스카이라이프가 2년째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유료방송시장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대대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배당 정책이 재원 감소 등 신사업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는 전날 주주총회에서 주당 350원을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총 배당금은 165억원 정도로 크지 않지만 지난해 15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배당 자체가 부담되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재작년에도 1137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똑같이 주당 350원을 배당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11년 KT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이듬해부터 배당을 시작해 지금까지 매년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KT스카이라이프의 지분은 KT가 50.31%, 한국방송공사가 6.82%를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 KT는 KT스카이라이프의 실적에 관계없이 매년 80억원가량의 배당금을 받는다.
지난 2년간 순손실을 낸 데 더해 배당까지 실시하면서 이익잉여금도 확 줄었다. 지난 2022년말 5340억원 규모였던 잉여금은 재작년 4138억원으로, 지난해는 2589억원까지 떨어져 2년새 절반이나 감소했다.
취임 1주년을 맞는 최영범 대표가 올해 시장 부진을 타개하고 수익성 향상을 위해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사업과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는 이익잉여금이 줄면서 시장에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배당보다는 재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KT스카이라이프는 인공지능(AI) 스포츠 중계 플랫폼과 인터넷TV를 핵심사업으로 밀고 있다. 상반기 내 AI 스포츠 중계 상품을 출시해 새 수익원을 창출하고 기존 위성망이 아닌 IP망을 기반으로 한 AI중계 솔루션을 출시해 비용 절감을 꾀할 계획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가 손실을 내고 신사업 투자로 돈이 필요할 때는 배당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주주 환원도 필요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이익잉여금을 확충하고 신사업 등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배당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는 현재 보유 중인 2000억원대 이익잉여금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해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가 대폭 진행돼 추가 자금 투입이 제한적이고 오히려 사업이 본격화되면 비용 절감이 가능해 수익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회사의 수익창출 능력은 건재하고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자 주당 350원 유지하고 있다"며 "AI 사업은 작년에 투자를 끝냈고 인터넷TV사업도 추가 대규모 투자보다는 기존에서 원가를 절감시키는 것으로 투자는 거의 끝나 이익잉여금 2000억대는 운용자금은 굉장히 여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