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 1분기 부진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간신히 흑자전환한 것이 위안이다. 절치부심하고 있는 엔씨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해 내년엔 매출 2조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리니지 시리즈, 여전히 견조하지만…'털썩'
엔씨소프트는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80% 감소한 52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9% 감소한 3603억원, 당기순이익도 34% 줄어든 3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과 비교하면 매출은 1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지역별 매출은 한국 2283억원, 아시아 561억원, 북미∙유럽 309억원이다. 로열티 매출은 4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 증가했다. 해외 및 로열티 매출의 비중은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했다.
플랫폼별 매출은 모바일 게임 2063억원, PC 게임 833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게임 매출을 보면 리니지M은 전년동기대비 7% 증가한 1127억원, 리니지W는 36% 감소한 531억원, 리니지2M의 경우 32% 줄어든 379억원으로 나타났다.
PC 게임은 리니지가 같은 기간 8% 감소한 223억원, 길드워2는 24% 줄어든 193억원, 리니지2의경우 19% 감소한 190억원, 블레이드&소울은 246% 증가한 14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쓰론 앤 리버티(TL)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론칭 이후 로열티만 받는 구조다. 엔씨는 지난 1년간 해외 매출(한국, 대만 제외)을 4000억원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1분기 영업비용의 53%를 차지하는 인건비는 187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 감소했다. 이같은 인건비 감소를 지속 추진해 연간 효율화를 진행할 예정이며, 특히 해외 자회사도 감원할 방침이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임직원 수가 전년대비 15% 감소해서, 연결 기준으로 4900명"이라며 "1분기까지는 인력 효율화와 관련해 분사된 회사의 사기 진작과 매출 증대를 위한 위로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과 사업조직이 4분기부터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지급한 상여금 등 추가적 요인이 있었다"며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전년 대비 베이스 샐러리(기본급)에 대한 상승분이 1분기에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박병무 엔씨 대표는 "지난해는 큰 외과 수술을 통해 레거시 지식재산권(IP)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들었다"며 "올해부터는 타된 비용, 조직 절감을 두가지 축으로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매출 목표 "최소 2조원"
엔씨는 이날 내년 매출 목표 가이던스(전망치)를 최소 2조원으로 발표했다. 전년대비 27%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신작 라인업의 성과에 따라 최대 2조5000억원까지 매출 성장폭도 열어뒀다.
박 대표는 "우선 레거시 IP 만으로도 영업이익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자는 목표"라며 "다른 하나는 좀 더 효율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퍼블리싱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효율화 방안 등 두 가지 방향으로 비용·조직 효율화를 지속하고 있다. 내년 매출이 2조원에서 2조5000억원 정도로 상승해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목표를 가지고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대규모 업데이트, 서비스 지역 확장, 스핀 오프 게임 출시 등 레거시 IP 확장 △아이온2, LLL,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즈 등 신규 IP 출시 본격화로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출시를 앞둔 대형 신작 아이온2는 지난 13일 새로운 BI(Brand Identity)와 브랜드 웹사이트를 공개하고 마케팅 활동을 본격화했다. 오는 29일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게임에 대한 상세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아이온2는 원작 아이온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당시 기술적으로나 개발 기법이 부족해서 구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충분히 구현하는 게임으로 만들었다"며 "아이온은 글로벌 론칭을 목표로 개발했기 때문에 통상 생각하는 리니지라이크와 같은 게임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상당한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또한 엔씨는 국내외 투자를 통해 장르별 개발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글로벌 포트폴리오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북유럽 스웨덴의 '문 로버 게임즈', 동유럽 폴란드의 '버추얼 알케미'와 국내 '미스틸게임즈', '빅게임스튜디오'에 지분 및 판권 투자를 완료했다.
이달 2일에는 엔씨소프트의 북미 법인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미국 슈팅 게임 개발 스튜디오 '엠티베슬'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박 대표는 "내년 매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 의구심이 있을듯해 전망치를 공개한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까지는 보릿고개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내부적으로 게임들이 자신 있다고 결론을 냈고, 사내 분위기나 사기도 '우리가 다시 한번 일어서야겠다'는 분위기로 많이 반전되고 있음을 느낀다. 가이던스를 반드시 맞추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