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들 장보기 채비에 나설텐데요. 올해 차례상 준비를 위해 얼마의 지출을 생각하고 있나요. 물가는 매년 올라도 차례상은 꼬박꼬박 차려야 하니 가계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을 발표했는데요. 전통시장 구매 기준으로는 23만2370원, 대형유통업체는 32만9081원(9월6일 1차 발표 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에는 전통시장 21만8889원, 대형유통업체 30만3596원이었으므로 올해 각각 1만3481원, 2만5485원 오른 셈입니다.
[차례상 구입비용 변화] 표에서 보듯이 물가가 오르는 만큼 차례상 구입비용도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올해 차례상 비용 상승에 대해 aT는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이례적인 폭염, 8월 말부터 이어진 국지적 호우로 인해 채소와 과일 생산량이 감소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23만원, 32만원이면 추석 차례상을 차릴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상에 올릴 것만 사는 데도 30만원이 훌쩍 넘는다."(30대 주부 박모 씨) "친척들이 과일이나 술을 가져와도 20만원 이상은 나간다."(40대 주부 송모 씨)
이처럼 당장 차례상 장보기를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은 aT가 발표한 차례상 구입비용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합니다.
◇ 차례상 구입비용 23만원 어떻게 조사하나
우선 aT의 차례상 구입비용 조사방법을 살펴볼까요. aT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와 성균관석전대제보존회의 자문을 받아 전통식 한상 차림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한상 차림에 들어가는 품목은 크게 송편, 3가지 적류, 3가지 탕류, 3가지 나물류, 과일류, 과자류, 생선 등입니다.
각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쌀, 참깨, 소고기, 두부, 무, 다시마, 조기 등 총 30개 품목인데요. 이들 재료를 구입 단위로 쪼개서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의 가격을 각각 조사합니다.
가령 육탕을 만드는데 소고기(양지) 300g, 무 100g, 다시마 10g이 들어간다고 기준을 정하고 이에 맞춰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에서 각각 중량별로 가격을 조사하는 것이죠.
aT는 올해 전국 19개 지역에서 전통시장 18곳, 대형유통업체 27곳을 대상으로 가격을 조사했습니다. 통계의 정확성을 위해 매년 조사대상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 수를 늘려오고 있는데요. 지난 2016년에는 전통시장 16곳, 대형유통업체 25곳을 조사한 바 있습니다.
올해 조사대상 전통시장은 서울 경동시장, 부산 부전시장, 대구 동구시장, 광주 양동시장, 포항 죽도시장, 전주 남부시장, 제주 동문시장 등이며 대형유통업체는 전국 각지에 있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클럽, 메가마트입니다.
추석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오르는 제품이 있을 수도 있어 aT는 추석 3주, 2주, 1주 전 총 3차례에 걸쳐 차례상 구입비용을 발표합니다.
보통 추석 명절에는 최소한 4촌 이내의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따라서 aT가 제시한 한상 차림에 드는 것보다 더 많은 재료가 필요하겠죠. aT가 발표한 금액은 인원기준이 아닌 전통식 한상 차림 기준이긴 하나 차례상에 올리지 않더라도 친척들의 식사를 챙겨야 하는 집안에선 23만원은 터무니없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식구가 단출한 집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건 구매 단위의 차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23만원은 한상 차림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인데 실제로 재료를 구입할 때는 그렇게 할 수 없죠.
aT가 내놓은 [2018년 추석 차례상 품목 수량 및 가격]을 보면 예컨대 다시마는 3가지 탕류에 각 10g씩 총 30g이 필요한데요. 그렇다고 시장에 가서 정확히 30g만 구입하기 어렵습니다. 계란도 10개만 있으면 된다고 나와있지만 대부분 30개짜리 한 판을 구입합니다. 당연히 구입하는 재료의 단위가 커지기 때문에 전체 구입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거죠.
아울러 각 지역별로 차례상에 추가하는 특수 재료를 반영하면 전체 비용은 더 상승합니다.
aT의 차례상 품목에는 없지만 충청도는 닭을 통째로 삶아 달걀지단을 얹은 계적을 차례상에 올립니다. 전라도는 굴비 홍어 병어 등을, 경상도는 문어나 상어고기(돔베기) 등을 차례상에 올리기도 합니다.
aT 관계자는 "시장에 가보면 이 가격으로 살 수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누구는 마트에 가고 누구는 백화점에 가는 등 개개인마다 구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반응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환경의 차이는 있지만 전국 19개 전통시장과 유통업체를 돌며 가격을 조사한 만큼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근 차례상 간소화 추세로 aT의 구입비용 통계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실제로 과일 개수를 줄이거나 음식의 종류를 간소화하는 등 최소한의 상차림으로 차례를 지내는 집들이 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예 마트의 냉동식품으로 차례상의 일부를 채우기도 합니다. 유통업체들이 차례상 간소화를 겨냥해 내놓은 냉동만두, 냉동전, 냉동산적 등 시중에서 팔고 있는 냉동가공식품들을 이용해 차례상을 준비하는 것이죠.
한편 aT뿐만 아니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서도 매년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을 내놓고 있는데요. 상차림 간소화 추세를 반영한 결과 6~7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은 19만2676원, 대형마트는 22만원1285원이 든다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