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분양한 부산 래미안 장전에는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구름처럼 몰렸다. 958가구를 공급하는데 1순위 청약자만 14만명에 달했다. 올해 청약경쟁률 전국 1위다. 정해영 분양소장은 "부산 청약통장 1순위자의 3분의 1이 이 단지에 몰렸다"고 말했다. 시세차익을 노린 떴다방도 기승을 부렸다. 당시 래미안 장전 견본주택 주변에선 분양권에 웃돈이 3000만~5000만원 가량 붙어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는 지방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가 풍부한 데다 혁신도시 등 개발 호재로 시세차익 기대감도 컸기 때문이다. 전매제한과 같은 투자를 막는 걸림돌이 없다는 점도 인기를 끈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방시장이 과열되면서 공급 물량도 대거 쏟아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33만4160가구다. 이 중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분양 물량은 21만2355가구다. 전년 대비 34.4% 급증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경상남도가 3만3764가구로 가장 많았고 부산(2만9313가구)과 대구(2만8756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공급 과잉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실수요자 및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됐다. 최근 4년 가운데 2013년을 제외하면 지방 청약 경쟁률은 수도권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올해도 지방 평균 청약 경쟁률은 7.74대 1을 기록해 수도권(4.16대 1)보다 성적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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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
◇ 부산·대구·울산 등 청약 훈풍
지방 분양단지 중 발군의 성적을 올린 곳은 청약경쟁률 146.2대 1, 141.9대 1을 기록한 ‘부산 래미안장전’과 대구 ‘브라운스톤범어’였다.
래미안장전은 부산시 금정구 장전3구역을 재개발하는 아파트로 역세권 입지에 학군도 좋아 인기를 끌었다. 또 3.3㎡당 분양가가 1040만원이어서 주변 시세(3.3㎡당 1000만원)와 큰 차이가 없고 브랜드가 선호도 1위인 '래미안'이라는 점도 히트를 친 요인으로 꼽힌다.
이수건설이 짓는 브라운스톤범어 역시 역세권 입지가 장점으로 꼽혔다. 대구지하철 2호선 범어역과는 걸어서 5분 거리고 대구의 문화와 교육, 행정, 금융 등 중심지인 범어4거리에 들어선다는 게 흥행 포인트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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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대구 뿐 아니라 지방 청약경쟁률 상위 지역에는 창원과 거제 등 산업단지를 포함한 지역과 광주를 비롯한 지방 광역시가 이름을 올렸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혁신도시나 개발호재, 새 집 교체수요가 높은 지역들”이라며 “또 단지 위치가 구도심이거나 역세권으로 입지가 좋아 수요자들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 내년에도 호조 이어갈까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가 적다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수도권의 경우 청약 1순위 대상자가 되려면 청약통장에 2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 반면 지방은 6개월만 지나면 1순위가 된다.
또 전매제한이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청약에 당첨돼 분양권을 받으면 바로 되팔 수 있어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은 수도권보다 청약 기간이 짧아도 1순위 자격이 주어지고, 전매제한 등 페널티가 적다”며 “환금성이 좋아 해당 지역의 투자자는 물론 타 지역의 투자자까지 청약에 달려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에도 지방 분양시장의 호조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공급량이 늘었고, 수도권도 규제가 풀리고 있어서다. 내년부터 수도권 청약 1순위 대상자가 가입 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고, 수도권 그린벨트(GB) 해제 공공택지 내 전매제한 기간도 완화된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올해도 지방 분양의 경우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수요가 풍부해 청약 성적이 좋았다”면서 “공급량이 줄어들지 않으면 내년에는 분위기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내년부터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요건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돼 시장의 주도권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