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중동에서 총 약 20억달러 규모의 정유화학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저유가가 지속돼 중동지역 발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오랜만에 거둔 대형 수주다.
대우건설은 7일 오만 국영석유공사와 쿠웨이트 국제석유공사 간 합작회사인 DRPIC(Duqm Refinery & Petrochemical Industries Company LLC)가 발주한 '두쿰 정유시설 공사(Duqm Refinery)' 1번 패키지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1번 패키지는 정유시설 핵심인 정제시설을 짓는 공사다.
대우건설은 총 27억5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을 스페인 건설사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TR, Técnicas Reunidas)와 조인트벤처(JV, Joint Venture)로 따냈다. 두 회사가 설계·구매·시공(EPC, 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을 공동수행한다. 대우건설의 지분은 35%에 해당하는 9억6250만달러(약 1조800억원)다. 공사기간은 착공 후 47개월이다.
이 프로젝트는 시공자금융주선 방식으로 발주됐다. 건설사가 직접 사업비를 대출받아 쓰고 나중에 발주처와 정산하는 구조다. 이번 입찰에는 한국수출입은행(K-EXIM)과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가 본계약 시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여신의향서를 발급해 수주를 지원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DRPIC로부터 두쿰 정유시설 2번 패키지 수주통지서(ITA, Intention To Award)를 접수했다고 같은 날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영국 건설사 페트로팩(Petrofac)과 50대 50의 조인트벤처로 이 프로젝트를 따냈다. 총 수주액은 약 20억달러(2조2000억원)로 삼성엔지니어링 몫은 약 10억달러(1조1000억원)다.
▲ 두쿰 정유시설 위치도(자료: 삼성엔지니어링) |
두쿰 정유시설 공사는 오만 수도 무스카트(Muscat) 남쪽 550km에 위치한 두쿰 경제특구에 하루 23만배럴의 정유플랜트와 부속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완공 시 오만에서 가장 큰 정유공장이 된다. 공사는 총 3개 패키지로 나눠 발주됐다.
대우건설이 공동 수주한 1번 패키지는 원유를 정제하는 주공정시설, 삼성엔지니어링이 참여하는 2번 패키지는 정유단지에 스팀과 전력 등 동력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시설과 원유 저장탱크 등의 부속시설이다. 3번 패키지는 정제유 저장시설과 수출입 접안시설, 파이프라인 등을 건설하는 공사다. 외신에 따르면 8억달러 규모의 3번 패키지는 이탈리아 건설사 사이펨(Saipem)이 단독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오만에서 1999년 방파제 공사를 시작으로, 2011년 두쿰 수리조선소, 2015년 오만 최대 2000MW급 발전소를 완공한 바 있다.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는 정유공장 건설에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 건설회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첫 오만 진출이다. 특히 수주잔고가 상반기 말 기준 6조9625억원으로 1년치 일감도 못 챙기고 있던 상황이서 더욱 반가운 수주다. 사업 경험이 풍부한 페트로팩과는 쿠웨이트 KNPC CFP(Clean Fuel Project)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한 바 있다.
두 건설사 모두 저유가로 중동지역 발주 물량이 축소된 상황에서 초대형 공사를 수주한 것에 한껏 고무된 반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오만에서 다수 사업 수행경험이 있는 데다 사업여건이나 리스크 검증으로 충분한 수익성이 기대된다"며 "현재 입찰 진행 중인 두쿰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 공사, 향후 발주 예정인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사업 등 수주를 적극적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미 여러 건의 대형 유틸리티 프로젝트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수익성에 자신이 있다"며 "오만 진출로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모두에서 사업 경험을 갖출 수 있게 된 만큼 중동지역 시장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