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박성훈 넷마블 전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넷마블은 모바일게임업체다. 건설업계 사외이사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이다. 그동안의 건설업계 사외이사들의 면모를 볼 때 이례적인 일로 여겨질 정도다.
박 전 대표는 신사업 및 투자·전략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건설업계 전반의 성장동력이 빠르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신사업과 미래전략을 구상하는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이 중장기적 비전으로 삼고 있는 종합부동산 인프라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행전략을 짜는 데도 적임자라는 평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1일 오전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박성훈 전 넷마블 공동대표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 전 대표는 부장판사 출신의 박순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의 후임으로 선임하는 것이다. 박순성 전 사외이사도 그렇지만 그동안 건설업계 사외이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고위관료 출신이거나 법조계 혹은 금융계 고위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소위말해 '힘센' 사외이사들로 채우기 마련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박 전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은 '튀어'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이력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비전을 생각하면 박 전 대표의 영입에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박 신임 사외이사는 지난해 넷마블 공동대표를 7개월 가량 역임했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카카오 최고 전략책임자(CSO)로 굵직굵직한 투자와 M&A를 성사시켰다.
당시 시장을 놀라게했던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총괄했던 인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2016년초의 일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음원사이트 1위인 멜론을 운영하는 곳 정도로 알려져 있었기에 인수금액 1조8000억원은 그야말로 '빅딜'이었다.
이후 박 전 대표는 2016년부터 2018년 3월까지 로엔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 및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초엔 카카오가 추진한 1조원 규모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 발행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 대상 프리젠테이션을 담당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앞서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부사장), 산업재 아태지역총괄 대표에 이어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를 역임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는 CJ그룹 미래전략실장(부사장)을 지내는 등 컨설팅업계에서 이미 잔뼈가 굵었고, 이를 기반으로 신사업 및 투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런 박 전 대표의 경험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새로운 비전과 미래사업 발굴 등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박성훈 신임 사외이사는 다양한 사업군 경험이 있다"며 "신사업을 추진하려는 상황에서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초 부동산114를 인수하는 등 비즈니스 플랫폼을 확대하고 디벨로퍼로서 개발역량 강화도 꾀했다. 이를 통해 종합 부동산기업으로 한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앞서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플랫폼 선점'을 노렸고, 공동대표로 있던 넷마블 역시 모바일게임에서 온라인·콘솔로 플랫폼을 확장, 신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던 것과 묘하게 맞닿아 있는 듯한 분위기다.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능동적 변화와 적극적 실행으로 영속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주문했다. 김 사장은 "성장을 견인하던 건설시장 불씨도 식어가고 있다"며 "저성장 고령사회로의 진입도 이제 가시권에 접어들어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변화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11월엔 사장 직속으로 미래혁신실도 만들었다. HR팀, 디지털혁신팀, R&D를 아우를뿐 아니라 건설혁신 TF팀 등을 총괄하며 디지털화와 미래준비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HDC현대산업개발과 신사업 전문가인 박 사외이사의 시너지에 업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