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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시장 격변]뿔난 집주인들 '전세금 미리 올려?'

  • 2020.06.12(금) 16:44

임대소득 노출·과세 조짐 등에 임대인 부담 커져
법안 개정 이전에 전세가격 급등 우려

"전월세신고제는 생각만 해도 귀찮네요. 보증금도 곧 묶일텐데 그 전에 가격 올리던지 월세로 돌려야죠"(서울 종로구에서 원룸 임대사업 중인 이 모씨)

'임대차 3법' 도입을 앞두고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깜깜이'였던 임대인들의 임대 소득이 노출되고(전월세신고제) 임대료 인상이 제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돼 입장이 불리해질 임대인들이 벌써부터 전셋값 인상, 월세 전환 등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이에 시장에선 세입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결국 세입자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재산권 침해!' 임대인들 울상

임대차 3법은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 보장을 위해 추진되는 만큼 임차인에겐 환영받는 법이지만, 그 반대의 입장인 세입자들에겐 눈엣가시나 마찬가지다.

전월세신고제는 전월세 거래시 30일 이내에 실거래가를 신고하는 제도로 임차인의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처리돼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전월세 시장의 통계도 쌓을 수 있다. 

그동안 전월세 정보는 확정일자나 월세 세액공제 자료로 확보해 왔다. 정식 임대사업자는 계약 갱신시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변경 내용을 3개월 안에 신고해야 하지만 일반 임대인은 이런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월세신고제를 실시하면 주택 매매거래처럼 임대 시장도 통계 파악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임대인 입장에선 불편한 일이다.

전월세신고제가 일종의 '전월세 실명제'와도 같아서 임대소득 세원이 그대로 노출돼서다. 이렇게 되면 소액 임대인도 세금과 별도로 건강보험료 등을 납부하게 된다. 

가뜩이나 임대소득 과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임대인들의 불만이다. 

올해부터 주택임대소득법에 따라 부부 합산 보유 주택이 세채 이상이면 월세뿐만 아니라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간주임대료를 계산해 세금을 낸다. 2018년까지는 총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면 비과세였다. 

전월세신고시 번거로움도 불안으로 꼽힌다. 아직 신고 의무 주체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임대인 또는 중개인(공인중개사가 낀 경우)이 신고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의 경우 세입자가 장기간 계약을 연장해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인데, 임대인은 임차인을 선택할 권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현재 발의된 법에서는 계약갱신이 안 되는 '예외 조항'(임대료 연체 등)을 달아놓긴 했으나 전세 중심의 한국 주택 임대차 시장에선 해당 사유가 발생하기 어려워보인다. 

◇ '가격 올려야지 뭐…'

시장에선 임대인들이 불리해질수록 '가격 급등' 후유증이 생길거라고 보고 있다. 

임대차 3법 도입시 임대료 인상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제도 시행 전에 전월세 가격을 미리 올릴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실제로 지난 1989년 12월 30일 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상향조정했을때도 그 직후에 전세금이 큰 폭으로 뛰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전국 주택전세가격을 보면 1989년엔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이 9~13% 사이였다가 임대차 계약기간 상향 직전인 10~12월에 14~17%대로 높아졌다. 법이 적용된 1990년엔 월별 상승률이 최고 29.49%(2월)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제도가 도입되면 전세보다는 반전세 또는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임대인 입장에선 임차인 선택권이 줄어드는 만큼 최초 전세 계약시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문제는 '공급 감소' 현상이다. 

제도 도입으로 임대수익률이 낮아지면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 공급을 줄일 수 있고, 계약갱신청구권의 영향으로 전월세 매물잠김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일정 비율 이하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건 장기적으로 봤을 땐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임대인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공급 자체를 줄여버리면 결국 그 손해는 임차인들에게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전세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가격은 강보합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선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진형 회장은 "기존의 세입자 보호 취지를 살리는 선에서 규제를 하고 나머지는 시장 경제에 맡겨야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임차보증금 보호 범위를 정해서 일정 금액 이하의 임차인만 보호해주는 식의 선별적 전략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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