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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유세 흐름, 시장도 정부도 모르는데…자화자찬만

  • 2023.03.29(수) 15:47

공시가격 내렸지만…세금은 여전히 '오리무중'
내년 공시가격은 가늠도 못해…예측 가능성↓
정권 따라 흔들리는 공시가격…시장 혼란만

"공시가격 하락 영향이요? 어차피 민주당이 집권하면 원상 복구할 텐데요. 뭘 믿고 거래를 하겠어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자 한 부동산 전문가가 이렇게 말했다. 올해 역대 최대로 하락하며 공시가격과 연동된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의 보유세가 크게 줄 전망이다. 집주인들에겐 분명 기쁜 소식일 텐데 반응이 시원찮아 좀 더 캐묻자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돌아왔다.

"재산이 적으면 세금을 적게 내고 재산이 많으면 세금을 많이 내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정부 노력으로 세 부담이 낮아졌다고 하니 정부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다시 세금이 폭등할 수 있다는 말과 같죠."

연도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올해만 간신히 넘겼나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관련 보도자료에서 "2020년 대비 집값은 높으나 그간 정부 노력으로 세 부담은 크게 낮아졌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했다"고 자평했다. ▷관련 기사:집값 하락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역대급 하락…18.6% '뚝'(3월22일)

집값이 올랐지만 세 부담은 낮아졌다고 굳이 강조한 건 공시가격 하락이 '집값 하락'에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20년 대비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은 20% 이상 감소한다고 한다.

시장의 반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데는 '오락가락 정책'에 기인한다. 세금 변동률이 집값 변동률을 뛰어넘는다는 건 정부가 세금 문제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올해 보유세 부담은 줄었어도, 언제 얼마나 다시 오를지는 정부의 손에 달린 셈이다.

실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020~2021년 집값이 급등했는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그다음 해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다. 2021년과 2022년 공시가격 변동률은 각각 19.05%, 17.2%에 달한다.

공시가격에 연동된 보유세가 크게 오르면서 조세저항이 거세졌다. 그러자 202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공시가격 환원 등 '부동산세제 정상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징벌적 세 부담의 전가'로 국민의 고통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인 작년 6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애초 연구 기간은 1년이었지만 6개월만인 11월 말에 결과를 내놨다. 우선 올해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고, 내년 이후 계획은 추후 다시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전면 개편 대신 부분 수정을 택하면서 내년도 공시가격은 정부를 포함해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의 우려 그대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전세시장은 울상인데…'약속 이행'?

공시가격 하락이 마냥 기뻐할 일도 아니다. 집주인들은 세금 부담을 덜었지만 애꿎은 전세시장이 폭탄을 맞았다. 오는 5월부터 전세 보증 한도가 공시가격의 1.5배에서 1.4배로 축소된다. 보증 보험을 악용한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서다.

관련 규정상 반드시 보증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임대사업자들이 먼저 날벼락을 맞았다. 보증 한도 축소에 공시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앞으로 임대하는 주택의 전셋값을 대폭 낮춰야할 판이다. 다음 세입자 전세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계획이었던 집주인들이 문제다.

이는 결국 임차인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다음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집주인이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임차인들은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관련 기사:[집잇슈]"집주인이 돈 없대요" 발 묶인 전세 세입자(1월10일)

보유세가 감소했다고 발표하기엔 아직 이른 상황이기도 하다. 최종 세액을 확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재산세는 4월, 종부세는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집값보다 공시가격이 더 많이 하락했는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릴 계획이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정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의사 결정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결국 정부는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안전장치로 남겨둔 셈이다. 하지만 집주인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은 '당장 내야 할 돈'과 '앞으로 내야 할 돈' 모두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을 살 계획이거나 팔 계획인 시장참여자들 모두 예측성이 떨어지는 정책에 의사결정이 어렵다.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세 부담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 하락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했다고 자찬하는 것은 성급하지 않았을까.

일각에선 "폭등과 폭락에 멀미가 날 정도"라며 "정책적인 개입으로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뒤흔드는 것은 이번 3년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씁쓸함까지 내비친다. 부디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부동산 세금 정책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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