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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공시가격 인하?…빌라는 웁니다

  • 2023.03.24(금) 07:00

전세보증보험 가입 안되는 빌라 속출
보유세 줄어도 빌라 투자 관심 '뚝'
차라리 월세…갭투자도 전세도 실종?

역대급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하에도 빌라 시장 전망은 여전히 먹구름이다. 전세사기 논란으로 가뜩이나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공시가격 하락으로 전세보증보험 가입 문턱이 더 높아져서다.

갈수록 전세 놓기가 어려워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투자 수요가 꺾이는 등 한동안 빌라 시장의 한파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아파트는 갈아타기, 빌라는 외면하기?

국토교통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3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8.61% 하락했다. 지난 2009년 이후 최대 하락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보유자의 종부세가 크게 줄어들 전망으로 '갈아타기' 등 수요가 움직이면서 일부 매물 거래가 일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관련기사:다주택자 급매 거두고, 1주택자는 더 '똘똘한 한채' 갈아탄다(3월23일)

반면 연립·다세대 등 빌라 시장은 매수 심리가 쉽게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앞서 2020~2021년 부동산 상승기 때만 해도 투자자들이 아파트 규제를 피해 빌라로 눈을 돌리면서 빌라 시장도 불장이었다. 특히 취득세가 면제되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의 경우 전국 곳곳에서 씨가 마를 정도였다.

이번 공시가격 인하로 1억원 아래로 떨어진 빌라가 늘어날 전망이지만 금리 인상, 집값 하락, 전월세 시장 불안 등에 따라 투자 수요가 적극적으로 붙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아파트 규제가 심할 땐 틈새를 찾아 빌라로 몰렸지만 지금은 규제가 많이 풀려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공시가격 인하 때문에 빌라 매수가 확 늘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수도권 연립·다세대주택 전세보증 가입불가 비율./그래픽=비즈워치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 상향과 공시가격 인하가 맞물리면서 임차인 구하기가 힘들어진 것도 부담이다. 

올해부터 전세가율을 구할 때 시세가 없는 연립·다세대주택 등은 공시가격의 140%(지난해 150%)를 집값으로 보기로 한 가운데, 5월부터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 100%에서 90%로 강화했다.

최종적으론 공시가격의 126%(140%X90%)가 보증보험 가입 금액이 됐다. 분모인 공시가격이 떨어지면서 강화한 전세가율 기준을 맞추지 못해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8.7% 하락(전셋값은 변동 없음)할 경우 올해 말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수도권 연립·다세대주택의 81.07%는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UG가 갱신계약에 한해 전세가율 조정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로 미뤄주기로 했지만 신규 계약하는 주택 역시 공시가격 하락, 역전세 등에 따라 전세보증 가입 기준을 미충족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가뜩이나 '빌라왕' 사태 등으로 전세사기 우려가 커진 상황인 만큼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주택은 임차인을 구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뜩이나 전세사기나 역전세 등의 우려로 빌라에 전세 거부감이 높아졌는데 보증보험 가입까지 제한되면 빌라 임대인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다세대·연립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율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증여? 월세 전환?

이런 상황에 순수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세가율이 90%를 넘을 경우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면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역시 지난 2월 전세보증 기준 상향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보증가입이 거절될 경우 '보증부월세'를 활용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관련기사:'전세보증보험 미끼' 그만…전세가율 가입기준 '100%→90%'(2월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월별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1년간 추이를 보면 지난해 3월만 해도 37.3%였으나 12월엔 50%로 절반을 차지했다. 임대차 계약 두 건 중 한 건은 월세 계약인 셈이다. 올 들어서는 다시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월세 낀 계약이 40%를 넘는다.

임대인들이 '차라리 증여'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빌라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 매매가격이 아닌 공시가격으로 증여세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여유자금이 없어 반전세로 전환하지 못하는 경우도 증여를 눈을 돌릴 수 있다.

시장에선 매매와 전세 거래 모두 침체하며 빌라 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인만 소장은 "빌라를 투기 수단으로 삼으면서 갭투자에 따른 전세 매물이 급격히 늘어나 전세사기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전셋값 하락, 전세의 월세화 등에 따라 갭투자도 사라지고 전세가 실종되며 월세 위주의 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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