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보유세 부담이 줄었지만, 개인사업자 등의 표정이 밝지 않다. 공시가격에 연동된 종합부동산세 등은 감소했지만, 건강보험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10월까지는 작년 역대급 수준으로 상승했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책정된다. 11월부터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더라도 큰 폭의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건보료는 부동산 외 소득과 차량 등도 기준으로 삼아서 공시가격 하락 영향이 미미하다.
요지부동 지역가입자 건보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건보료)는 평균 3.9%(월 3839원) 하락할 전망이다. 소득과 자동차 보유 여부 등을 배제하고 재산 보험료만 추정한 수치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하락하면서 재산 보험료가 낮아져 건보료 부담이 소폭 감소하는 것이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8.6% 하락했다. ▷관련 기사: 집값 하락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역대급 하락…18.6% '뚝'(3월22일)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의 분석에 의하면 공시가격이 5억원에서 3억원으로 감소하면 연 건보료 48만8160원을 아낄 수 있다.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은 1가구 1주택자가 소득에 변동이 없는 경우를 가정했다.
마찬가지로 △7억→5억원 연 28만2120원 △10억→7억원 27만6600원 △13억→10억원 15만5160원 등으로 공시가격에 따라 건보료가 감소한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공시가격은 작년 13억2100만원에서 올해 10억3600만원으로 감소했다. 연 소득이 3000만원으로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건보료는 기존 연 477만1920원에서 올해 11월부터 453만4920원으로 5%(23만7000원)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 공시가격은 작년 18억7400만원에서 올해 13억2700만원으로 감소했다. 연 소득 3000만원을 고정하면 건보료가 연 511만440원에서 477만1920원으로 6.6%(33만8520원) 감소할 전망이다.
이마저도 올해 10월까지는 작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야 한다. 지역가입자 건보료 조정 기간은 매년 11월이다. 이후 같은 해 6월1일 기준 소유하고 있는 재산세 과세표준 금액이 건보료에 반영된다.
종부세 '급감' 건보료 '찔끔' 왜?
보유세 하락률과 비슷한 수준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셀리몬에 따르면 올해 단독명의 1주택자의 보유세는 2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공시가격 하락과 더불어 1가구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기본 공제금액이 상향된 영향이다.
실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종부세는 작년 33만4152원이었지만 올해는 아예 부과되지 않는다. 잠실 리센츠 전용 84㎡도 종부세가 작년 136만7568원에서 올해 14만6304원으로 확 준다.
건보료가 종부세만큼 감소하지 않는 건 지역가입자의 건보료가 재산 및 소득, 자동차에 대해 부과되기 때문이다. 재산이 감소하더라도 소득과 자동차가 있으면 건보료 감소 정도가 작을 수 있다.
건보료율도 매년 상승세다. 건보료율은 2018년부터 매년 1.49~3.49%의 인상률을 보였다. 지역가입자의 소득보험료는 소득에 건보료율을 곱한 값으로 계산된다. 건보료율 인상에 따라 소득보험료가 오르면 재산보험료 감소 효과가 덜할 수 있다.
이선구 셀리몬 대표는 "건보료는 재산뿐만 아니라 자동차, 소득 등의 기준이 있고, 건보료율이 오히려 오르기도 해서 공시가격이 내려도 기대만큼 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며 "특히 올해 10월 말까지는 사상 최대였던 2022년 공시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에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