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10년 만에 하락했다. 하락률은 평균 18.6%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대다. 사실상 공시가격이 2021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작년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가격이 하락한 결과다. 집값 하락 폭이 컸던 세종, 인천, 경기, 대구 등에서 공시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춘 점도 영향을 줬다.
10년만에 '하락'…낙폭도 역대 최대
국토교통부는 23일부터 올해 1월1일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열람이 시작된다고 22일 밝혔다. 열람 기간은 4월11일까지다. 열람 대상은 아파트 1206만가구, 연립주택 53만가구, 다세대주택 227만가구 등 총 1486만가구다.
올해 공시가격안은 2022년과 비교해 전국 평균 18.6% 하락했다. 2014년부터 이어진 공시가격 상승세가 10년 만에 끊겼다.
2005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산정 제도'를 도입한 후 가장 큰 하락이다. 과거 2009년과 2013년에도 공시가격이 하락한 바 있지만, 당시 변동률은 각각 –4.6%, -4.1% 수준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7.2%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공시가격은 사실상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시도의 공시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세종(-30.68%), 인천(-24.04%), 경기(-22.25%), 대구(-22.06%)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서울(-17.3%)과 부산(-18.01%)은 평균보다 소폭 낮은 하락률을 보였다. 이밖에 광주(-8.75%), 강원(-4.35%), 전북(-8%), 제주(-5.59%) 등이 한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서울에선 송파(-23.2%)와 노원(-23.11%), 동대문(-21.98%), 강동(-21.95%) 순으로 많이 하락했다. 가장 적게 하락한 곳은 용산(-8.19%)이다.
공시가격 중위값은 1억6900만원으로 작년(1억9200만원)보다 2300만원 내렸다. 지역별로는 서울 3억6400만원, 경기 2억2100만원 등이었다. 작년 중위값이 4억500만원에 달했던 세종은 올해 2억7100만원으로 33% 떨어졌다.
집값 하락에…보유세도 대폭 하락
올해 공시가격이 하락한 건 작년 부동산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계속된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며 전국에서 집값이 하락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수정된 점도 영향을 줬다. 작년 11월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현실화율을 기존 71.5%에서 2020년 수준인 69%로 낮췄다.
공시가격이 하락하며 부동산 소유자들의 세금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올해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작년과 같다면, 보유세 부담은 2020년보다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공시가격 8억원의 주택을 소유하면 보유세는 2020년 대비 29.5%, 2022년 대비 38.5%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이번에 공개된 공시가격을 토대로 결정헌다. 재산세는 4월, 종부세는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가격안은 23일부터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공동주택이 소재한 시군구청 민원실에서도 열람 가능하다.
정부는 공시가격안에 대해 다음 달 11일까지 소유자 의견을 듣는다. 의견이 있는 소유자는 온라인으로 제출하거나 관할 시군구청과 한국부동산원에 우편·팩스·방문 제출할 수 있다.
최종 공시가격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4월28일 결정·공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때 산정 근거인 주택 특성, 거래사례 및 종합적인 의견이 포함된 기초자료도 함께 공개한다.
공시 이후에는 5월29일까지 한 달간 이의신청을 받으며, 신청된 건은 재조사·검토를 거쳐 6월 27일 조정 공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