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야심 차게 도입한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 10여일 만에 탑승 운항을 중단했다. 출항 닷새째 고장으로 한강 위에 멈춰서는가 하면 안전 우려, 준비 부족 등의 문제가 계속해 불거진 결과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려 '대중교통'으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교통은 운행 적자에 따른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만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 전환도 과제로 꼽힌다.
'수상교통 혁신'이라더니…닷새 만에 고장
한강버스는 9월18일 정식 운항 후 닷새째인 지난달 22일 오후 잠실행과 마곡행 양방향에서 잇따라 고장이 나 물 위에 멈춰 섰다. 잠실행의 경우 저녁 퇴근 시간대인 오후 7시께 방향타 고장으로 멈춰서 114명이 20여분간 강 한가운데서 발이 묶인 채 있어야 했다. 30분 뒤인 7시30분 마곡행 한강버스도 출항 전 배터리 충전 전기계열 문제로 멈춰서 77명이 대기하다 하선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안전관리 문제도 불거졌다. 유아·어린이용 구명조끼를 넣어둔 캐비닛 앞에 경사로 구조물이 놓여 운항 내내 문이 열리지 않는가 하면, 엄격히 출입이 제한돼야 할 전기장비실이 개방된 채 운항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할 공공 교통수단에 대한 안전불감증과 준비 부족 등 부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장 외 돌발 변수도 적지 않다. 정식운항 사흘차여야 했을 지난달 20일(토)에는 서울·경기지역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늘면서 운항이 아예 중단됐다. 재해대책계획상 3000톤(t) 이상 댐 방류 시 한강 내 모든 선박 운항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27일에도 운항을 중단했다. 한강에서 세계불꽃축제가 열려 대규모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대신 서울시는 다자녀 가족 50팀을 초청해 한강버스로 불꽃놀이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좋은 취지지만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각종 돌발 변수가 많아 '언제 운항할지 모르는 버스'가 된 셈이다.
운항 중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에도 선박 2척이 오전 출항준비 과정에서 정비 필요성이 발견돼 운항을 중단하고 정비에 나섰다. 하루 4척으로 운영되던 선박을 2척으로 줄이면서 14차례 운항 일정도 7차례로 줄었다.
잦은 운항 중지에 서울시는 결국 지난달 29일 승객 탑승을 일시 중단하고 성능 안정화를 위해 약 한달 간 '시범운항'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정식 운항에 나선지 열흘 만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항 초기 최적화 과정에서 기술적, 전기적 미세 결함 등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즉시 정상화 조치를 취했지만 장기적으로 좀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운항을 위해 시범운항 기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말에 '반짝' 평일엔 '절반'…손실은 세금
한강버스는 당초 이용객이 적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첫날에만 총 4361명이 이용했다.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마곡과 잠실에서 출발한 첫 배는 모두 만석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9일 이용객은 40% 가까이 줄어든 2696명에 그쳤다. 마곡행이 1333명, 잠실행 1363명으로 전날과 비교해 각각 36.7%. 39.6% 줄었다.
이후 주말인 21일에는 다시 이용객이 4535명으로 늘었다. 시민의 '출퇴근'을 돕기 위한 혁신적 대중교통임을 내세웠지만 '관광용'이란 꼬리표가 떼지지 않는 이유다.
오전 11시부터 운항돼 실제 바쁜 '출근 시간' 이용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한강버스 선착장과 인근 교통망이 먼 데다, 마곡에서 잠실까지 가는데 일반노선은 127분, 급행도 82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지하철로는 약 70분이 걸린다.
지자체 한 교통설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비가 한꺼번에 많이 와 한강 고수부지가 넓기 때문에 해외처럼 건물 앞까지 바로 가는 수상 교통수단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접근성 측면에서 한강버스는 '대중교통'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수중보를 거쳐야 하니 운항 구간이 제한적이고 속도도 다른 경쟁 대중교통 수단과 비교해 너무 낮아 대중교통보다는 '관광용'으로 봐야 한다"며 "앞서 수상택시 등도 실패했는데 '버스'란 이름을 붙여 대중교통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후 운항 손실에 대한 부담을 '세금'으로 보전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관광용인데 출퇴근용이라고 우긴다', '대중교통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적자 나도 세금으로 메꾸기가 가능해서다', '손실금 세금 보전 안돼, 세금 누수 막아라', '회사 사옥이 대부분 역 근처인데 선착장에서 목적지까지 도보를 고려하면 지하철과 비교가 안된다' 등 지적이 나왔다.
교통편익? 자체 수익?
실제 서울시는 한강버스의 재무성 분석 결과 운항결손액 등에 따라 시의 재정지원이 최초 2년간 42억원 정도 발생할 것으로 봤다. 선착장 부대사업시설 수익, 옥외광고 등 한강버스에서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것을 감안한 규모다.
서울시 관계자는 또한 "한강버스 요금을 3000원이라는 낮은 금액으로 설정한 이유도 시민 전체의 교통 편익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통업계 전문가는 "이용 요금을 낮추고 환승 할인이 가능하게 한 것은 초기 흥행이 저조할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준공영제로 운영돼 재정지원이 필수적인 구조인데, 운항 손실 보전에 환승 손실까지 감안하면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애초에 관광용으로 만들어 이에 맞는 재정 지원 근거와 조례 등 지원책을 내놨어야 한다"면서 "전문가 대부분이 대중교통으로 적절치 않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고, 사전에 검토가 됐을 텐데 시행된 것은 교통정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등 7개 선착장 28.9㎞ 구간을 왕복한다. 본래 추석 연휴인 10월9일까지 오전 11시~오후 9시 37분까지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 14회 운항하고 이달 10일부터 평일은 오전 7시, 주말엔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해 오후 10시 30분까지 왕복 30회(평일 기준)로 증편 운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달간 '무승객 시범운항'을 시행해 기존과 동일하게 오전 11시부터 배차간격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양방향 7회씩, 하루 총 14회 반복 운항할 계획이다.
[반론보도] <[교통시대]말 많은 한강버스, 대중교통 vs 관광용?> 기사 관련
본보는 지난 10월6일자 <[교통시대]말 많은 한강버스, 대중교통 vs 관광용?>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수상버스 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 측은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시민들의 참여 여부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고, 기존 버스노선 조정, 따릉이 연계, 출퇴근 맞춤 버스와 무료 셔틀버스 도입 등 선착장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문은 11월28일 열린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