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이 5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했습니다. 서울 집값 상승세도 28주 만에 멈췄습니다. 강남구에 이어 서초와 동작, 마포구 등으로 하락세가 확산하는 흐름인데요. 이제 국내 주택 시장이 하락장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메가시티와 1기 신도시 특별법,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완화 등 대형 개발 계획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국회에서는 여야가 함께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아직 잠잠하기만 합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으로 차가워진 주택 시장 흐름에 정치권의 공약들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립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2곳 하락…보합세 전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마지막주(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1%를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습니다. 전국 아파트값이 떨어진 건 지난 6월 셋째 주 이후 23주 만입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값 변동률도 각각 -0.01%와 -0.02%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는데요. 서울의 경우 28주 만에 상승세를 멈추며 보합(0%)으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하반기 이후 달아오르던 주택 시장이 반년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식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내에서는 강남구(-0.02%→-0.04%)가 2주째 하락세를 나타냈는데요. 집값 하락 폭도 더욱 커졌습니다. 강남에 이어 서초구(0%→-0.02%)와 동작구(0.01→-0.02%), 마포구(0.04%→-0.01%) 등 올해 서울의 집값 반등을 이끌었던 주요 지역들이 하락 전환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서울 외곽 지역의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원구의 경우 -0.04%를 기록하며 4주째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강북구와 도봉구 역시 각각 -0.03%, -0.01%의 아파트값 변동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집값이 떨어진 지역은 5곳이었는데요. 이주에는 12곳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서울에서도 집값 하락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급매물 위주로 매수 문의가 존재하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낮아지며 거래가 감소하고 관망세가 깊어지고 있다"며 "매물이 누적되며 매도 희망가가 하락 조정되는 등 서울 전체가 보합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파트 전셋값의 경우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다만 상승 폭은 다소 줄어드는 흐름입니다. 이주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08%를 기록하며 전주(0.10%)보다 상승세가 둔화했습니다. 서울 역시 같은 기간 0.17%에서 0.16%로 상승 폭이 줄었고요.
내년 상반기까지 긴축 기조…집값 하락 전망 늘어
지속해 이어지는 경기침체와 고금리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데다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이 중단되면서 매수 심리가 확연하게 꺾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다시 한번 동결했는데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이런 긴축 기조를 반년 넘게 이어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1%로 낮추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긴축 장기화와 더딘 소비 회복세의 영향으로 기존의 전망치를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거라는 설명입니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전망도 확산하고 있는데요. KB 부동산 11월 통계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전망지수는 전월(10월) 97.1에서 86.1로 1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서울도 98.2에서 82.8로 7.4 포인트 내렸고요. 하락 폭이 큽니다.
KB부동산 매매가격전망지수는 전국 중개업소 6000곳을 대상으로 설문해 집계하는데요. 0~200 범위에서 지수가 100을 웃돌수록 상승 전망 비중이 높다는 뜻입니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대형 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메가시티 서울과 서울 지하철 연장, GTX 조기 개통 및 착공 등의 카드를 줄줄이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회에서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을 속속 처리하려는 분위기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과 재초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다만 이런 움직임에도 당장은 침체하는 주택 시장의 흐름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전반적인 침체 흐름 속에서 사안에 따라 지역별로 차별화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초환 법안과 1기 신도시 특별법이 통과했지만 지금의 고금리 환경과 건설업 침체 여건 등을 감안하면 단기에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기 어렵고 당장 매수 심리 진작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다만 사업 활성화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방 압력을 지지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주택 시장의 상하방 요인이 맞서는 가운데 지역 및 단지별 가격 차별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