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집값이 2주째 하락세입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정안, 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 등의 규제 완화 호재에도 냉기가 도는 모습이죠. 서울 집값도 28주 만에 하락 전환하자 '2차 하락장' 전망까지 나옵니다.
매수 심리가 꺾이면서 오히려 전세 시장으로 수요가 밀려 전셋값만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택 매매 시장이 반년여 만에 다시 한파를 맞게 될까요?
규제 풀렸지만 '일단 관망'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1%로 전주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2주 연속 하락이네요.
전국 집값은 지난해 5월 둘째주(9일, -0.01%)부터 매주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6월 넷째주(26일) 59주 만에 보합을 기록했죠. 이후 7월 셋째주(17일, 0.02%)부터 다시 오르다가 23주 만인 지난주부터 다시 내리막을 탔습니다.
하락세가 두드러지진 않지만 이번 주는 각종 규제 완화 방안이 나온 시점이라는 걸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달 8일 재초환 개정안과 1기 신도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거든요. 이를 기대하고 재건축 추진 단지나, 분당·일산 등 경기도 1기 신도시 등 수혜 지역들이 반응할 거란 전망이 이미 있었던 때죠.
하지만 전반적으로 하락세입니다. 이번 주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집값도 지난주와 같은 0.01% 하락폭을 유지했고요. 서울마저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 주 변동률이 -0.01%를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습니다.
서울 집값의 하락은 28주 만이죠.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매수 관망세가 커졌고, 매물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단지 위주로 간헐적인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집 보러 다니기 어렵게 겨울이 깊어 가는 탓도 있긴 할 겁니다. 하지만 '집값 바로미터'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도 뒷걸음질 치고 있거든요. 강남구 집값은 지난주 -0.02%에서 이번 주 -0.04%로 하락폭을 키웠고요.
서초구는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 주 -0.02%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송파구는 '상승'을 유지하긴 했지만 지난주 0.05%에서 이번 주 0.01%로 상승폭이 작아졌고요.
'영끌 성지'로 불리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노원 -0.04%, 도봉 -0.01%, 강북 -0.03% 등으로 지난주 하락폭을 각각 유지했습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수혜 지역들이 포함된 경기도 역시 내리막입니다. 지난주 보합이었던 경기도 집값은 이번 주 0.01% 하락했죠. 성남 중원구(-0.16), 동두천(-0.10%) 등 위주로 떨어졌습니다.
인천 집값은 지난주 -0.07%에서 이번 주 -0.05%로 하락폭이 줄어들긴 했어요. 다만 중구(-0.11%), 계양구(-0.08%), 미추홀구(-0.08%) 등이 낙폭이 컸네요.
매매 대신 전세로?…"오래가진 않을것"
매매 시장의 이런 흐름은 주택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2차 하락장'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예상을 불러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대출의 축소와 규제 그리고 고금리가 당분간 유지되고 있어서 (집값) 하방 요인이 크다"고 평가한 바 있죠.
매매 시장이 위축될수록 전세 시장은 기를 펴고 있습니다. 매매 수요 일부가 전세로 유입되는 영향이죠.
부동산원 조사에서 12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07%로 지난주(0.08%)보다 소폭 축소됐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했고요. 서울도 비슷한 양상(0.16%→0.14%)을 보였는데요.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은 일부 단지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거래 희망 가격 차이가 커 하향조정됐다"면서도 "매수 심리 위축으로 매매 수요 일부가 전세로 유입되면서 선호단지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입주 물량 감소까지 맞물리면 내년 이후 전셋값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요.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상 물량은 33만388가구, 2025년엔 24만2421가구로 각각 올해 대비 9.5%, 33.6%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거든요.
주택 수요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매맷값은 떨어지는데 전셋값은 오른다면 세입자 입장에선 '차라리 매수'로 전략을 바꿀 수 있겠죠.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겠고요.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의 온도차가 느껴지시나요? 다만 매맷값도 전셋값도 큰 폭으로 출렁이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매 시장은 고금리, 경기 둔화 등이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이 조정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가 규제 완화 방안이나 주택 공급 정책 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금리와 대출이 풀리면 반전의 계기가 올 것"이라며 "내년 초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되고 하반기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어 장기간 하락세를 유지하진 않을 듯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전세 시장 역시 매수 심리 위축,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한동안 오르겠지만 갱신 계약도 있고, 전셋값이 일정 부분 오르면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있기 때문에 큰 폭으로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