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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역 공군부대 못 옮겨도…중학교 생기면 달라질까

  • 2024.08.07(수) 07:47

80년째 역세권 한복판에 12만㎡ 군시설
완전이전 무산되고 '압축존치'로 방향 바뀌어
반대 주민들도 "교육환경 개선부터"

서울 금천구 독산역 인근에는 12만4993㎡(약 3만8000평) 규모의 공군부대 부지가 자리잡고 있다. 2016년부터 차례로 입주한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 1~4단지가 동네 분위기를 바꿔놓았지만 독산역과 이 아파트촌 사이에 있는 군시설 탓에 물리적인 지역 단절이 해소되지 않는다.

금천구는 2005년부터 군부대 이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옮길 곳이 없어 번번이 좌절했다. 현재는 부대를 유지하되 나머지 땅에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공간혁신구역(화이트존)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독산 공군부대(제3미사일방어여단)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 일대 12만4993㎡ 규모의 부지에 위치했다. /사진=김진수 기자

아파트촌 변했지만 공군부지 이전 20년째 지지부진

독산 공군부대(제3미사일방어여단)는 서울 금천구 독산역 남동쪽 12만4993㎡ 규모의 대지를 차지하고 있다. 업무 및 부대시설 40여동과 군 관사 8개동(260가구)이 있다. 토지는 국방부 소유다. 독산역 방향 북서쪽엔 민간임대 아파트인 독산역 롯데캐슬(919가구, 2021년 입주)이 닿아있고, 반대편 남쪽엔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있다. 

금천구에 따르면 공군부대 부지는 1940년대부터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80년 넘게 지역 생활권을 단절시켜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주거 생활에 불편함을 끼쳐왔다. 바로 남쪽에 있던 육군 도하부대는 2010년 경기 이천으로 옮겨갔다. 그 자리에 아파트 3271가구, 오피스텔 1138실 규모의 롯데캐슬 골드파크 1~4차가 들어선 것이다.

금천구는 2005년부터 공군부대의 완전 이전과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전 후보지들의 반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포기로 결국 무산됐다. 이후 2021년 주민 설문조사와 구민위원회 운영을 통해 도심형 부대 추진을 결정했다.

도심형 부대란 도심지 내 위치한 군사시설로, 도시기능과 군사기능이 조화되는 부대를 말한다. 부대를 지하화·고밀·압축배치하고 잔여 부지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엔 국토교통부에 공간혁신구역(화이트존) 선도사업 후보지로 제안했다. 그리고 지난달 1일 국토부는 이곳을 비롯한 16곳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공간혁신구역은 용도와 건폐율, 용적률 등 규제 완화를 적용받는다. 후보지들은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담은 공간 재구조화 계획을 수립하고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법정절차를 밟게 된다.

공군부대 복합개발 및 부대 축소 배치 추진. /자료=금천구

군부대 압축하고, 나머지 땅 주상복합?

공군부대 축소 배치 및 복합개발 사업은 2031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도심형 부대와 함께 산업·업무·주거 시설을 조성하고 공원 등 주민편익시설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금천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사업이행률은 15% 수준이다. 2022년 금천구는 도심형 부대 면적을 20% 내외로 잡았고 현재 국토부와 면적 축소를 두고 논의 중이다.

당초 추진했던 공군부대 완전이전은 모든 지자체가 강력 반대하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도심형 부대의 사업 추진이 불가피한 선택이 된 것이다. 금천구는 "해당 부대는 전투부대가 아닌 지휘·행정 부대"라며 "도시기능과 주변 도시경관이 어우러지고 위화감이 없도록 건축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금천구의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이기배 당시 금천구 푸른미래도시국장은 "군 시설 수혜면적을 최소화시키고 군 시설을 오피스 형태의 건축물로 압축할 것"이라며 "주변 도시경관과 어울리는 조화로운 디자인 계획을 반영하면 도심형 부대의 부작용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도병두 금천구의원에 따르면 2021년 구민 설문조사 결과 완전이전을 선호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52.6%로 일부이전(47.4%)보다 많았다. 당시 일부 주민들은 "미사일 요격부대가 아파트 한복판에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지역개발의 큰 걸림돌"이라며 도심형 부대 추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공군부대 인근에 있던 육군 도하부대는 2010년 경기 이천으로 옮겨갔다. 그 자리엔 아파트 3271가구, 오피스텔 1138실 규모의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들어섰다. /사진=김진수 기자

통학 탓 이사가는 주민들 "빨리 중학교 좀..."

3년이 지난 현재는 '일부 이전이라도 조속히 추진하라'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공군부대 부지에 중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독산동 주민들은 "오랫동안 사업이 진척되지 못한 이유는 부대 완전이전을 전제로 했기 때문", "일부 존치를 해서라도 교육환경 개선을 우선하는 게 정답일 듯하다", "중학교 이전이나 신설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이곳에 중학교(서울형 이음학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중학교 신설이 어려운 만큼 학교급이 다른 학교를 묶어 운영하는 통합운영학교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사업이행률은 4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인식 금천구의원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금천구 내 초등학교는 18개, 일반 중학교는 9개에 불과하다. 특히 6학년 학생수(1238명)에 비해 중학교 입학생수(1210명)가 적다. 독산동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와 가까운 금나래초등학교의 경우 5학년에서 6학년으로 올라갈 때 매년 60명가량 감소하고 있다.

이 의원은 "안천중학교에 배정되면 안양천을 넘어가야 하는 등 통학환경이 불편하다. 중학교의 부족이 금천구가 교육 분야에서 하위권에 있는 이유 중 하나"라며 "공군부대 부지의 이음학교 설치를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공부 좀 시킨다는 학부모들은 보통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이사를 간다. 공군부대 부지에 중학교가 생기면 학군이 좋아질 것"이라며 "요 근래 국방부 장관, 국토부 차관도 다녀가고 갑자기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어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서남권 대개조 정책을 통해 "여러 차례 개발이 무산됐던 금천 공군부대 부지는 용적률과 용도 규제에서 자유로운 공간혁신구역(화이트존) 제도를 적용해 개발을 촉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료=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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