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1구역 재건축 아파트인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가 최근 보류지 매각에 나섰습니다. 보류지란 조합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에요. 물량 착오나 법적 분쟁 등의 예비 목적으로 1% 이내 일반 분양 물량을 나중에 경매로 내놓는 거죠. ▷관련기사: 집값 오르니 '보류지'라도…송파 문정동 아파트 '이것' 나왔다(7월16일)
이 단지는 입주 17년 차를 맞은 '더샵 스타시티'에 이어 자양동 대장으로 자리매김 중인 단지인데요. 이번에 '6억 로또'라고 소문난 이 단지 보류지 입찰, 제가 직접 해 봤습니다. 1억원 넘게 들인 '내돈내산' 경험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3~5억 웃돈 붙어도…시세보다 최소 6억 저렴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는 최고 35층, 878가구 규모 아파트로 지난해 7월 준공됐어요. 2·7호선 건대입구역과 7호선 자양(뚝섬유원지)역까지 도보 15분 정도 걸려요. 영동대교 북단 고가만 건너가면 성동구 성수동이라 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의 수혜가 기대되기도 하죠. 다소 번잡한 영동교골목시장(노룬산시장), 양꼬치골목과 가까운 건 주거 안정성에서 다소 아쉬운 점입니다.
보류지 매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공고 확인입니다. 조합이 나라장터 사이트에 올린 3페이지짜리 매각공고뿐만 아니라 입찰지침서(11p)를 내려받고, 청약홈 사이트에 게시된 2020년 분양 당시 입주자모집공고(73p)까지 꼼꼼히 숙지했어요.
매각 대상은 59㎡A(2층), 84㎡B(1층) 각각 1가구입니다. 59A 입찰 기준가격(최저 입찰가)은 10억9830만원으로 분양가(7억4200만원)보다 3억5630만원 높았어요. 국민평형인 84B 최저 입찰가는 14억864만원으로 분양가(9억1100만원) 대비 4억9764만원의 웃돈이 붙었고요.
하지만 시세는 이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현재 전용 59㎡가 17억5000만~19억원, 전용 84㎡가 22억9000만~25억원에 호가를 형성하고 있어요. 최저가로 낙찰받는다면 적어도 각각 6억5170만원, 8억8136만원 넘는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셈이죠.
매각 방법은 입찰 기준가격 이상 최고가 공개경쟁입찰입니다. 입찰 기준가격의 10%를 입찰보증금으로 납부한 뒤 가장 높은 값을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 구조예요. 낙찰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입찰보증금은 전액 조합에 귀속되며 낙찰은 무효가 됩니다. 물론 떨어진 사람은 개찰일 이후 입찰보증금을 환불받을 수 있고요.
미등기 주담대 난관…전세는 급매로?
저는 59A에 입찰하기로 결정했어요. 일단 자금 사정을 확인했죠. 마침 최근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 현금이 있었어요. 입찰보증금은 있지만 제가 가진 돈은 최저 입찰가에 턱없이 모자랐어요. 이제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거나, 잔금 시점에 맞춰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거죠.
사업지 인근에 있는 우리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등 4곳을 찾아 대출 상담을 받았습니다. 은행에서 받은 답변은 모두 '노(NO)'였어요. 이 아파트는 준공은 됐지만 미등기 상태에요. 은행이 먼저 빌려준 뒤 나중에 담보로 잡는 '후취담보'를 해야 하는데 다들 꺼리는 모습입니다. 요즘 대출이 이렇대요.
A은행 관계자는 "미등기는 번지수가 없어 전산에 입력 자체가 안된다"며 "본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집단대출이 아닌 이상 개별로 하긴 어렵다"고 말했어요. ▷관련기사: 수도권 아파트 사지 마?…디딤돌 딛고 내집마련 힘드네(11월6일)
이 단지의 잔금대출을 집행했던 B은행 관계자는 "이 물건을 취급했던 건 맞지만 본점 승인을 받아 확보한 한도는 모두 소진한 상태"라며 "1개월 이내에 소유권보존등기가 난다면 진행할 수 있는데, 조합에 문의해 보니 기약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합니다.
남은 건 전세를 놓는 방법뿐입니다. 현재 전용 59㎡ 전세 시세는 8억7000만~9억원 수준이래요. 보류지 물건은 2층이라 선호도가 떨어질 테니 아무래도 급매로 저렴하게 내놓아야겠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양동의 C 공인중개사는 "요새 전세 문의가 거의 없다. 고층 8억7000만원 매물도 안 나가고 있다"며 "이 동네는 학군이 없어서 전세 놓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곧 한겨울이라 8억원에 내놓는다 해도 장담을 못 하겠다"고 말했어요.
D 공인중개사는 "소유권보존등기가 안 난 단지라 전세자금 대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합이 기부채납한 공원 부지와 관련해 서류를 보완하고 있어 등기가 지연되고 있다. 일반분양 받은 사람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어서 더 늦어지는 것 같다"고 귀띔했어요.
인감증명서 등 서류 8종 구비
다음으로 주민센터에 방문했습니다. 난생처음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죠. 어릴 적 만들었던 인감도장을 제 주소지 주민센터에 등록했어요. 최초 등록을 마쳤다면 앞으로 다른 주민센터나 온라인에서도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어요. 아참, 주민등록등본도 뗐고요.
마지막으로 조합에 입찰보증금을 송금하고 이체확인증을 인쇄했습니다. 1회 및 1일 이체 한도를 미리 확인하는 건 필수입니다. 전 은행에 갔을 때 1회 이체 한도를 늘려 뒀어요.
입찰신청서와 이체확인증, 주민등록등본, 신분증 사본, 인감증명서, 통장 사본, 인감도장까지 챙겼다면 서류는 완비한 겁니다. 대리인의 경우 위임장도 챙겨야 해요.
준비한 서류를 들고 조합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제출했어요. 우편 접수가 불가했거든요. 내려받은 입찰신청서에 입찰보증금을 기재했는데, 사무실에서 새로 준 서류엔 입찰 금액을 써내야 했어요. 모든 서류를 확인받고 봉투 겉면에 제 이름과 주소, 입찰 신청 동·호수를 적었어요. 접수 번호가 적힌 입찰 참여 접수증을 받으면 모두 끝입니다.
입찰 마감 일주일 뒤인 지난 22일 개찰이 진행됐어요. 입찰자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조합 관계자들이 봉투를 일일이 열어 이름과 액수를 불러줬어요. 투명한 개찰을 위해 모든 과정은 동영상으로 촬영했고요.
하지만 저는 낙찰가액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낸 거 있죠. (눈물) 낙찰가는 59㎡는 14억5110만원, 84㎡ 18억860만원이었습니다. 최저 입찰가보다 각각 3억5280만원, 3억9996만원 높았어요.
추후 일정은 낙찰자에게 별도 안내된다고 합니다. 계약금은 입찰보증금을 포함해 낙찰가의 10%입니다. 중도금 10%는 계약체결 후 30일 이내에 납부해야 하고요. 잔금 80%는 별도 안내되는 입주 지정기간 안에 내면 됩니다. 입주는 내년 1월께로 예상된다고 해요. 보류지 로또도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