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상반기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임대주택 운용에 들이는 비용을 보전할 만큼의 토지 매각 사업 실적이 없던 영향이다.
정부는 공공주택 중심의 공급 확대를 부동산 정책의 한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수행할 LH의 '재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다. 경영실적 악화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큰 만큼 이를 상쇄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단위 영업이익 '옛말'
5일 LH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한 요약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이 기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조8336억원, 영업손실은 4277억원, 순이익은 328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9조5695억원) 대비 28.6% 감소했고 557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LH는 지난 2020년 연간 매출 24조4336억원, 영업이익이 4조3346억원을 냈고 이듬해에는 매출 27조3459억원, 영업이익 5조648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도 19조626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1조8128억원으로 계속해서 조 단위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2023년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LH의 실적도 급격하게 나빠졌다. LH는 2023년에 13조8840억원의 매출을 냈으나 영업이익은 437억원을 기록하는 역대 최저의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0.3%에 불과했다. 작년에는 매출 15조5772억원, 영업이익 3404억원으로 경영 실적을 다소 회복했다.
▷관련기사: LH, 영업익 7배 늘었지만…"160조 부채 관리 필요"(4월14일)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작년 한 해 낸 영업이익보다 800억원가량 많은 손실을 낸 것이다. LH는 통상 하반기에 토지 매각 대금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특히 크다 보니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통합 출범 후 첫 연간 적자다.
LH 관계자는 "시세 대비 낮은 임대료 부과와 시설 노후에 따른 수선유지비 증가로 임대운영 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연체·해약 등으로 중도금을 비롯해 분양대금 회수가 지연돼 상반기에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돈 안 되는 공공임대, '땅장사' 못하면…
LH는 그동안 임대주택 운용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택지 매각, 소위 '땅장사'로 불리는 사업을 통해 보전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LH의 임대사업을 포함한 '용역의 제공으로 인한 수익(매출액)'은 8957억원이지만, 매출원가가 2조2150억원에 달한다. 영업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1조3193억원의 손실이 난 것이다.
이 같은 손실을 보전할 토지 매각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LH는 지난해 상반기에 토지 매각으로 약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일으켰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8000억원 정도에 그쳤다.
LH는 임대주택 운용에 따른 손실이 매년 수천억원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간 용역 제공으로 인한 매출액은 연간 1조7323억원이나 매출원가가 4조2129억원이다. 연간 2조4806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그 직전 해의 손실은 2조2238억원이었다.

재무건전성도 악화…"정부 손길 필요"
아울러 LH의 재무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말 LH의 부채비율은 217.7%였으나 6개월 새 이보다 4%포인트 높아진 221.7%가 됐다. LH는 3기 신도시 조성에 투입한 비용이 본격적으로 회수되는 시점인 2030년 전후까지 부채비율이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LH가 택지를 조성해 매각하는 역할이 아니라 직접 공급하는 주체가 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에서는 향후 몇 년간 LH가 매각한 토지 대금이 들어오는 만큼 기관 운영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매각 대금을 다 받은 이후로는 LH가 분양 사업을 중심으로 임대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하지만 LH가 택지에 아파트 등을 직접 시행해 공급할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데다 저렴한 분양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택지를 매각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한준 LH 전 사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고 분양가 상한제 범위 내에서 일반적으로 90% 선인 분양가 책정 비율을 100%까지 올려 LH가 1~2%의 분양 수익을 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정을 많이 투입해 분양가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재정 한계가 있으니 LH가 어느 정도 이윤을 남기도록 해 적자를 보는 임대주택에 교차보전 하도록 할지 (정부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작심 발언한 LH 이한준 "공공주택 시장친화적인지…거래세 폐지해야"(10월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