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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형로펌 잡는 관세청의 '히든카드'

  • 2015.12.14(월) 10:34

-유광수 서울세관 운영과장 인터뷰-
관세 승소율 90%대..과세 단계부터 철저한 증빙 대비
"열정과 몰입으로 승부..함께 고민하면 답이 보여"

요즘 기업들이 관세청과 싸우면 도무지 이길 수가 없다. 지난 11월 서울행정법원이 판결한 기업 관세소송을 분석해 본 결과, 관세청의 승소율은 94%에 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관세청 소송 승소율은 90%를 웃돌았다. 같은 과세당국인 국세청의 11월 승소율(8%)과 비교해도 뚜렷한 격차다. 관련기사☞ 관세청 승소율 94%, 국세청은 8%

 

관세소송은 수출입 업무가 잦은 대기업들이 대형 로펌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연합군이 유독 관세청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세청 내에서 기업소송 전문가로 꼽히는 유광수 서울본부세관 세관운영과장을 만나 90%대 승소율의 비결을 들어봤다.

 

▲ 유광수 서울본부세관 세관운영과장이 11일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관세 쟁송의 산 증인

 

▲ 관세청에서 쟁송 업무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관세청에 1984년에 입사해서 31년간 근무했는데요. 3년차부터 소송 사건을 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고, 그 분야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법원에서 사용하는 용어부터 생소한데, 과세당국 입장에선 대응하는 전략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별도로 쟁송만 전담하는 조직도 꼭 필요했죠. 2007년 당시 정재열 서울세관 심사국장(현 부산본부세관장)이 처음으로 쟁송팀을 만들었는데, 그때 제가 팀장을 맡게 됐습니다.

 

이후 조세심판원과 인천세관 등을 거쳐 서울세관 외환조사관으로 근무했는데, 2012년에 다시 심사1관이라는 쟁송전담과가 생겼거든요. 거기서 또 초대 과장이 됐죠. 서울세관에서 발생하는 모든 심판청구와 심사청구, 행정소송을 전담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다국적기업을 비롯해 대기업들과의 소송을 많이 다뤄봤습니다.

 

▲ 올해 초 마무리된 사상 최대 규모의 D사 관세 소송도 직접 담당한 겁니까.

 

그 소송은 2007년부터 거론됐는데, 별도의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대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형 로펌들이 참여했고, 그쪽에서도 총력 대응에 나섰죠. 워낙 외교적으로도 민감한 문제였고, 특수관계자 간의 거래 문제를 조사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제한된 정보를 갖고 과세요건을 입증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자료 준비도 몇 배는 더 신경써서 했어요.

 

비록 결과는 양측의 조정으로 끝났지만, 저희는 사실상 승소했다고 생각해요. 신고가격이 다른 회사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이제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신고하게 됐잖아요. 물론 세금도 걷을 수 있었고요. 관세청 내에서도 그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서 지난 6월 2분기 핵심가치상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 2014년 승소율 92%..'비법 공개'

 

▲ 이제 승소율 이야기 좀 해보죠. 지난해 관세청 소송 승소율이 92%, 11월에는 94%입니다. 높은 승소율을 유지하는 비결이 뭡니까.

 

저희가 세운 목표는 억울한 납세자가 생기지 않게 하고, 확실하게 적법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은 승소하는 것입니다. 높은 승소율이 나오는 것은 사전에 준비가 잘 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과세 초기단계부터 과세의 품질을 생각해야 합니다. 과세에 대한 근거나 쟁송에 대응하기 위한 증빙을 초기 단계부터 확실하게 갖춰놔야 한다는 얘깁니다.

 

법원에 가면 증명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아무리 과세 근거가 명확해도 증명을 하지 못하면 패소할 수밖에 없죠. 저희 세관에서는 과세처분하기 전에 과세가 적정한지 여부를 따져보는 심사처분위원회를 만들어서 운영하는데, 특히 이 단계에서 법적 근거나 증빙을 더 꼼꼼하게 봤어요. 초기 단계부터 어느 정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세관뿐만 아니라 관세청에도 별도의 송무센터가 있는데요. 업무가 겹치거나 충돌하는 경우는 없나요.

 

관세청 송무센터는 2012년에 설치됐는데, 10억원 이상의 크고 중요한 사건들을 담당합니다. 이 때부터 승소율이 높아졌는데요. 세관 쟁송팀과 본청 쟁송센터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면도 주고 받고, 의견을 나눕니다.

 

과세 처분을 내린 팀 관계자와 관세청 대리인을 맡는 변호사까지 모두 참여해서 토론을 해요. 소송을 둘러싼 관세청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서 대응 전략을 세우는데, 이것이 승소의 비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혼자만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힘이 합쳐진 결과입니다.

 

▲ 대형로펌을 상대하려면 쟁송조직의 인원이나 역량 면에서 부족한 점도 있을텐데요.

 

관세청 내 쟁송인력은 30명 내외, 서울에만 10명 정도가 담당하고 있어요. 대형로펌과 비교해선 인력 면에서 이기기 힘든 환경이죠. 일단 적법하게 과세만 하면 승소한다고 믿고 있어요.

 

직원들도 제가 직접 뽑았어요. 열정이 있고 유능한 직원들에게 같이 해보자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렵다는 반응이 많지만, 도제식으로 가르쳐주고 대응하다보면 전투력이 좋아집니다. 다함께 몰입해서 역량을 집중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 특혜 요건을 잘 살펴라

 

▲ 이번엔 기업들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기업들이 불복을 제기하는 관세 쟁점은 어떤 것들입니까.

 

최근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무래도 대형 사건들은 과세가격에 대한 다툼이 많습니다. 외국계 기업들은 본사와 지사 사이의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데요. 양쪽 당사자가 한 식구니까 가격결정 구조가 그들의 최대 이익을 구현하는 구조로 돼 있죠. 일반적인 상거래에서 이뤄질 수 없는 가격결정이 발생하는데, 그 부분에서 세금 추징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관련기사☞ 아디다스 관세 '꼼수' 드러났다

 

▲11월에 나온 기업 관세 재판에서는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APTA) 따른 특혜관세 문제가 쟁점이 됐습니다. 관세청이 승소한 배경, 다시 말해 기업들이 패소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APTA 특혜 관세 문제는 대기업과 대형로펌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데요. 기업들이 특혜를 적용받는 과정에서 요건을 소홀히 여긴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협정에서 규정하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원산지가 협정 당사국인지 여부가 중요하지만 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들이 규정되어 있고 이 요건을 충족해야만 특혜가 적용되는 건데요. 제3국을 경유한 경우에는 '통과선하증권' 제출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이게 빠져 있었어요. 조세심판원에서도 격하게 부딪힌 문제였는데, 대기업과 로펌에서도 다들 승소를 확신할 정도였어요. 그때 인용이 됐더라면 법원에서 심리조차 이루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관련기사☞ LF·영원무역 등 30억대 관세소송 모두 '참패'

 

▲기업들에겐 오는 20일 발효되는 한-중 FTA도 상당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관세 부분에선 어떤 점을 신경써야할까요.

 

기업들은 FTA가 발효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잘 검토해야 합니다. 인증자들이 중국과 한국의 원산지를 제대로 입증 받아야 하잖아요. FTA의 자격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요건들도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세관 당국에서는 특혜를 적용하는 문제니까 엄격하게 심사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들은 그런 부분을 주의해야 합니다.

 

서울세관은 이미 한-중 FTA의 가서명 시점부터 시행을 준비해왔습니다. 최대한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도록 기업과 관세사를 통한 홍보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누려서 기업 경쟁력에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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