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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육성파일까지' 신동빈 벼랑 끝 위기

  • 2015.08.01(토) 00:12

신동주 측, 신격호 문서·육성 공개
가족은 韓 속속 집결, 신 회장만 日 머물러
롯데홀딩스 주주 설득에 경영권 달려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확보한 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우호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문서와 육성 녹음파일이 공개되며 신 회장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 "후계자는 신동주" 아버지도 압박

신 전 부회장측이 KBS에 제공한 문서에는 지난 17일자로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고 차남인 신 회장은 후계자로 승인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신 총괄회장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차남인 신 회장의 롯데그룹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된다. 이는 "아버지의 뜻"을 앞세워 한·일 통합경영의 정당성을 강조해 온 신 회장이 실제로는 아버지의 의사와는 정반대의 행동을 해왔다는 얘기가 된다. 문서에는 신 총괄회장의 서명과 직인이 찍혀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측은 신 총괄회장의 육성을 공개하며 신 회장측을 압박했다.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에게 "신동빈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물은 뒤 안 그만뒀다는 말을 듣고는 "신동빈이? 그래도 가만히 있을거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사실상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을 더이상 후계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경영과 관련없는 사람들에 의해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취와 문서라 법적 효력도 없고 논할 가치조차 없다"며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할 순 없다"고 밝혔다.

 

▲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 (사진:KBS 화면 캡처)


◇ 가족과 대립구도, 코너 내몰려

신 총괄회장의 이 같은 의중이 확인되기 전에도 이미 상황은 신 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하루전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신 회장 및 롯데홀딩스 이사 6명에 대한 해임지시서를 공개했다.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뿐 아니라 자신의 지시를 어겼다고 생각하는 한국 롯데 임원들에 대한 해임지시서도 계속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동주·신동빈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 씨가 입국했고, 이날(31일)은 삼촌인 신선호 사장까지 한국을 찾아 "한일 롯데의 최종경영자는 신동주"라며 장남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신동빈 대 가족들'간 대립구도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신 회장은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친인척들이 장남(신동주)이 있는 한국행을 택했다는 건 일본에 있는 차남(신동빈)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신 회장이 가족보다는 일본홀딩스 주주들을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사장이 31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신 사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의 최종경영주는 신동주"라고 말했다.


◇ 역린(逆鱗) 건드린 두아들, 이번엔 신동빈


올해 1월 신 전 부회장이 일본의 모든 직책에서 해임될 때 롯데그룹 안팎에선 장남의 경질사유, 곧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역린을 건드린 게 무엇인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롯데제과를 둘러싼 형제간 지분다툼설이 대표적이다. 형이 아버지의 허락없이 지분경쟁을 시작한 게 그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일본 롯데의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반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보고누락이나 허위보고 등에 대한 '괘씸죄' 때문이었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주요 현안을 일일이 보고 받으며 그룹을 챙겼다. 그런데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와 상의없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감행, 결국 신 총괄회장의 진노를 부른 게 해임의 이유로 작용했다.

이번에 신 회장에 대한 해임발표도 비슷한 이유가 계기가 됐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6월 중순 롯데백화점의 정기사업보고를 받은 뒤 보름 가량 지나 롯데백화점의 중국사업을 담당하는 임원을 다시 불러 해외사업을 물었다. 이 기간 중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이 중국 사업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뒤 신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 등은 신 총괄회장 집무실 출입이 금지됐다.

 

▲ 신동빈(왼쪽) 회장과 신동주(오른쪽)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올해 초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된데 이어 이번에는 차남인 신 회장이 해임통보를 받았다.


◇ 롯데홀딩스 우호주주가 '최후보루'

형에 이어 아버지까지 신 회장을 벼랑 끝 위기로 내몰면서 앞으로 신 회장의 대응방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일과 관련해 "롯데는 임직원과 주주가 함께하는 회사로서 모든 의사결정은 상법상의 절차와 결의를 통해서만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률적 대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권을 갖고 있는 롯데홀딩스 주주들에 대한 적극적인 포섭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이 국내에서의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도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대비해 자신의 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신 회장은 31일 할아버지 제사에도 불구하고 귀국을 미뤘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주말에도 신 회장의 국내 일정은 잡혀있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가 가장 많은 지분(각각 32%로 추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 엇비슷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광윤사 내 우호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고,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할 수 있느냐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권 유지 여부가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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